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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뉴페이스] '구광모식 개혁 신호탄' 신학철 LG화학 대표

창립 이래 첫 전문경영인 외부 영입 케이스…LG "세계적인 혁신기업 도약 기대"

2018.11.13(Tue) 17:05:46

[비즈한국] LG화학은 지난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신학철 쓰리엠(3M)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건 1947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직원들도 당일 오전에 신학철 대표 내정 사실을 알고 오후에 소식을 알렸다. (업계 사람이 아니다 보니) 사실 신 대표에 대해 우리도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부회장 영입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 40세에 국내 재계 4위인 LG그룹의 방향키를 잡은 구 회장의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업계의 반응이 흘러나온다.

 

# 글로벌 기업 2인자에 오른 입지전적 샐러리맨

 

신학철 내정자는 평사원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인 3M의 2인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57년생으로 충청북도 괴산군 출신인 그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나와 1978년 방산 업체인 풍산금속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1984년 한국쓰리엠으로 일터를 옮긴 뒤 한국쓰리엠 소비자사업본부장을 거쳐 3M필리핀 사장에 올랐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으며 입사 20년 만에 미국 본사의 해외사업부문을 책임지는 수석부회장 자리를 꿰찼다.

 

신학철 쓰리엠 수석부회장이 지난 9일 LG화학 신임대표 부회장에 내정됐다. 그는 평사원으로 시작해 20년 만에 글로벌 기업의 2인자로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진=LG화학 제공

 

프랭크 리틀 전 한국쓰리엠 지사장은 신 내정자를 “똑똑하고 냉철하며 대단히 적극적이다. 항상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신 내정자는 2007년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2009년 대한민국 국민포장을 한국 정부로부터 받기도 했다.

 

신 내정자가 몸담았던 3M은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꼽힌다. 2012년 컨설팅 업체 부즈앤드컴퍼니는 3M을 구글, 애플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3M은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1902년 설립 당시 3M은 광산 업체였지만 이후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구개발로 연결하며 글로벌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1930년 만든 ‘스카치테이프’, 1980년 개발한 접착 메모지 ‘포스트잇’ 등이 있다. 2017년 12월 기준 직원 수는 9만 1500여 명에 달하며, 지난해 매출액이 316억 5700만 달러(약 37조)에 달한다.

 

신학철 내정자는 3M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LG화학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6년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기업의 혁신을 강조했다. 신 내정자는 “기업의 본질은 가치 창출이다.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려면 혁신은 필수적이다. 혁신을 못 한다면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신 내정자는 “3M은 지금까지 아무리 어려워도 최근 5년 안에 출시된 신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한국 기업들은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면 혁신 활동을 줄인다. 5년 하다가 안 하고, 10년 하다가 환경이 바뀌었다고 포기해버리면 혁신적인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 내정자의 경영방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LG ‘순혈주의’ 타파, 젊은 회장의 강력한 메시지

 

신학철 내정자 영입은 구광모 회장의 취임 120여 일 만에 단행된 파격 인사다. 구 회장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LG그룹의 모태 기업 격인 LG화학에 외부 인사를 영입했기에 내외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내세운 구 회장이 LG그룹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실력만 있다면 누구든 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질적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개혁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고유가와 미·중 무역전쟁,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불안을 떠안고 있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 수익의 기본인 에틸렌 스프레드(주요 상품인 에틸렌 판매가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 수치가 지난 1월 1톤당 769달러에서 지난 10월 1톤당 41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실제 LG화학은 3분기 매출액 7조 2349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60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7%나 줄었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가 위축되면서 기초소재 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LG화학은 지난해를 포함한 최근 3년간 꾸준히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67%가량으로 유지해왔다. 해외 시장을 잘 아는 신 내정자를 영입한 또 하나의 이유다.

 

LG화학 관계자는 “(신학철 내정자는) 세계적 혁신 기업인 3M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판단되어 영입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LG화학이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신 내정자는 내년 1월부터 출근을 시작하고,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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