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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일본의 추적레이더 생트집, '베테랑의 품격'으로 품으면?

레이더 전파수신 증거 없고 협약도 유리한 부분만 내세워…우리 군 노하우 교육 제안

2018.12.31(Mon) 18:28:05

[비즈한국] 2019년 새해를 불과 며칠 앞둔 2018년 12월 20일, 전혀 엉뚱하고 황당한 주장이 바다 건너 일본 방위성에서 나왔다. 그들의 말인즉슨, 한국의 DDH-971 광개토대왕함이 해상자위대 초계기 P-1을 위협했으며, 이는 한국의 엄중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한국 국방부의 공식 발표를 통해 재구성하면 이렇다.

 

2018년 12월 20일 오후 3시경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해양경찰 경비함이 독도 동북쪽 200km 지점에 표류한 북한 어선에 대한 수색 구조 작전을 진행하는데, 갑자기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해상초계기가 날아와서는, 잘 들리지 않는 무전을 치고 위협적인 고도와 경로로 아군 함정 위를 날아다니다가 일본 쪽으로 돌아가고 나서는, 갑자기 그 당시에 광개토대왕함이 미사일과 함포를 조준하기 위한 준비 단계인, 추적레이더를 작동해 P-1 비행기를 조준하는 적대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독도 방어 훈련 중인 광개토대왕함. 사진=대한민국 해군


이런 일본의 주장에는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무리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일본이 주장하는 추적레이더의 작동에 대해서 일본 측이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지난 12월 28일 오후 5시 일본 방위성이 증거라고 공개한 영상에서는 P-1 초계기가 레이더 전파를 수신하는 장비인 HLR-109B에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HLR-109B는 ESM, 즉 전자전 지원장비(Electronic Support Measures)라는 것인데, 수백km 밖에서 발신된 전파의 위치와 종류를 분석하고 정보를 기록, 해상초계기 승무원에게 화면으로 알려준다. 그러나 정작 일본 방위성은 이 HLR-109B에 어떤 정보가 기록돼 있는지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 방위성이 올린 영상에서는 승무원들이 추적레이더가 P-1을 보고 있다는 내부 무전과, 한국에 그 의도를 물어보는 무전 내용만이 있다. 

 

반면 한국 측 주장은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인 STIR에 부착된 카메라로 P-1을 관찰했다는 것이니, 레이더파는 전혀 없는데도 레이더가 자신들을 보고 있어서 착각했을 가능성도 크다. 

 

문무대왕함의 STIR 추적 레이더와 MW08 탐색레이더. 사진=김민석 제공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 방위성의 법적 억지도 가벼이 넘기기 힘들다. 사건이 일어난 후 처음 일본의 문제제기는 함정이 항공기에 추적 레이더가 조준하는 것은 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라는 국제협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 협약의 2.8 a) 항목에서는 미사일과 총, 추적 레이더를 항공기에 조준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CUES는 해상에서의 군사충돌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약속에 불과하다. 

 

황당한 점은 이 CUES의 2.8 e)에는 항공기가 배 근처에서 위협적으로 접근하는 근접비행, 저공비행, 곡예비행들을 일종의 함정에 대한 모의공격 행위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규정은 싹 무시하고 유리한 규정만 인용한 셈이다. 일본은 우리가 추적레이더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의 P-1 초계기가 공격행위에 준하는 위험한 근접비행을 했다는 증거는 우리가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28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지난 20일 동해 중간수역에서 활동 중인 모습으로, 28일 일본 해상자위대 영상에서 캡처한 이미지. 사진=AP/연합뉴스


더욱 어처구니없게도 일본은 이 근접 위협비행에 대한 변명을 국제 규정에서 찾고 있는데, 국제 민간 항공기구 ICAO(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의 최저고도 규정에 맞춰 광개토대왕함 상공 150m를 비행했다는데, 이 규정은 민간 항공기의 사고를 막기 위한 규정 일 뿐이다. 심지어 배 위를 비행하는 규정도 아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일본 방위성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음모에 의해 일본이 침략당했다는 주장을 한 전직 군인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는 트위터에서 일본 측의 대응이 과잉행동이라고 했다. 전직 참의원 오노 지로(小野次郞) 역시 북한 선박에 대해 작전 중인 한국 해군에게 갑자기 항공기가 접근한 것이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28일 영상을 공개한 당사자인 통합막료감부 담당자조차, 영상으로 모든 사람들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도발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해군은 차분히 잘 대응해 나가고 있다. 28일 일본의 동영상 공개에 대한 반박 성명 발표에서도, 국방부는 이 사건이 유감이지만 일본은 우방국이며 한일 당사자 간 오해를 불식시키고 국방 분야에 대한 협력을 발전시켜나가며, 우리처럼 일본도 한일 간의 군사적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국이 아니지만,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는 깊게 교류하는 우방국이자, 둘 다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다. 일본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사적 긴장관계를 가진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비정상적인 대응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방위성은 자위대의 행동이 명예롭지 못하다는 오해를 씻고 싶어서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입법활동에 대한 비난, 전쟁과 군사대국화에 대한 경고를 에둘러 말한 일왕의 성명서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 총리가 이번 사태로 정치적 이득을 얻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훈련 중인 광개토대왕함. 사진=대한민국 해군


필자는 국민감정을 넘어서 일본 자위대의 명예 회복에 한국군이 도움을 주고, 한일 간 실제적인 군사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몇 가지 행동을 일본 방위성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번 사건에서 초계기가 추적레이더의 위협을 받고 있는 데도 공격 위험에 대한 회피기동을 실시하지 못했고, 무선 통신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전달해 임무 실패를 자초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해군이 NLL 및 서해안 작전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근접 조우시의 대처요령, 국제적 통신 및 구조작업시의 의사소통 요령, 군사어학 연수 및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상자위대 자위관들을 초청해 교육시키는 것도 상호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실무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되리라 본다.

 

정치적 목적으로 군사적 긴장상태를 조성시키는 것은 1937년 노구교 사건, 1997년 일명 총풍 사건처럼 결국에는 정치적 자멸은 물론 국가의 존립까지 위태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가 그토록 원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위해서는, 보통 국가처럼 자위대가 아닌 군대를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보통 국가들의 평범하고 정상적인 외교관계와 군사작전의 예의를 배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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