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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룸살롱 아니라 '살롱' 가는 남자

취향의 시대, 성별·나이·지위 상관없이 수평적인 '살롱' 문화 확산

2019.01.21(Mon) 09:43:56

[비즈한국] 밀레니얼 세대와 영포티(Young Forty) 사이에서 살롱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취향의 시대, 개성의 시대에 취향과 예술을 공유하고 지적인 사교의 즐거움에 눈뜬 사람들이 늘면서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현대적이고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 계속 만들어지는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영포티(Young Forty) 사이에서 살롱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살롱은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사진=문토

 

프랑스어 ‘살롱(Salon)’은 상류층 저택의 응접실이란 의미와 함께 사교모임, 전시회 등을 일컫는다. 상류층 귀족 부인들이 문학, 예술, 문화계 인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객실을 내주고 식사를 대접하면서 작품 낭독과 비평, 자유 토론의 자리를 만들었다. 귀족과 예술가, 지성인들이 대화하고 어울리는 공간이 바로 응접실인 살롱이었다. 당시 살롱에선 남녀노소, 신분, 직위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화하고 토론했다고 한다. 

 

이 살롱이란 말이 멀리 한국에 와서 ‘룸살롱’으로 변형했다. 물론 술 먹는 공간도 사교모임이 안 되란 법은 없지만, 우리의 룸살롱은 접대와 향응이 이루어지는 퇴폐적 공간이었을 뿐이다. 그랬던 한국에서 요즘 살롱 문화가 본래 의미로 부활했다. 

 

취향 공동체를 지향하는 살롱에서는 예술과 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만들어 토론도 하고 세미나를 하면서 취향을 심화시킨다. 이러다 보니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대개 3개월 단위의 시즌별 회원제를 통해 좀 더 심화된 관계를 유도한다. 살롱 문화의 핵심은 멋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취향에 집중하며 토론하고 어울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멤버십 커뮤니티는 계속 존재했다. 하지만 기존 멤버십 커뮤니티에서 공간의 폐쇄성과 은밀성이 중요했다면, 지금의 살롱 문화에선 예술과 지식, 경험이 반영된 취향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취향관과 문토 같은 대표적 살롱에선 나이, 직업을 묻지 않는다. 이름도 ‘님’이란 호칭을 붙이거나 닉네임으로 부른다. 프랑스 살롱 문화가 남녀노소, 지위와 관계없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지향했던 것을 재현하는 셈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선 더더욱 나이와 직업을 블라인드해야 한다. 나이 서열화 문화가 있는 한국에선 취향을 중심으로 모였어도 그속에서 나이, 지위, 직업 등이 수평화의 제약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래 프랑스 살롱 문화가 신분제시대임에도 신분의 벽없이 어울렸던 것을 한국적 살롱 문화에서도 비슷하게 재현하려는 의도다. 

 

기성세대는 혈연, 학연, 지연 중심으로 인맥을 만들었다. 이런 인맥의 특징은 아쉬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명함을 주고받고 직업과 지위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도움될 사람인지 확인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름과 나이, 학번 등을 따져서 서열을 정한 뒤 술을 마신다. 술자리에서 형 동생이 되고 인맥이 시작된다. 다소 인위적이고 목적이 명확한 관계였다. 

 

살롱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직업, 나이를 묻지 않는다. 취향과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이 만나 인맥이 만들어진다. 사진=취향관

 

반면 살롱에 모인 사람들은 상대의 직업이나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취미와 취향 등 주제에 집중해서 얘기한다. 모임 후 관성적으로 술 마시러 가지도 않는다. 계속 만나며 친해진 후엔 이름과 직업을 알 수 있지만 기성세대 방식처럼 만나자마자 명함을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다. 이들에게 인맥은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취향과 공감대가 맞는 사람이 바로 인맥이 되는 셈이다.

 

요즘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조직문화에선 애자일(Agile·민첩한)과 공유 오피스가 중요해졌다. 수평화 때문이기도 하고, 다양성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여러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풀어가는 것도 중요하고, 워라밸을 통해 각자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해졌다. 

 

나이라는 서열, 지위라는 계급장을 내려놓고, 취향과 취미를 나누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관계가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필요해진 셈이다. 2019년에는 진짜 살롱에 가보면 어떨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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