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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꿈나무 '동심 파괴' 게임물 등급분류 논란 따라잡기

등급 안 받은 플래시게임 삭제 안하자 접속 차단…게임위 "민원 때문" 정부·국회 "곧 개정"

2019.03.11(Mon) 19:52:35

[비즈한국] 지난 2월 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을 유통한 ‘플래시365’ ‘주전자닷컴’ ‘키즈짱365’ ‘곰씨’ ‘키즈짱게임’, 5개 플래시게임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앞서 14일 게임위가 내린 마지막 시정권고를 각 사이트가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게임위는 21일 해당 플래시게임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5개 사이트 접근제한을 해지했다. 

 

플래시게임은 미국 매크로미디어가 개발한 동영상 제작 소프트웨어 ‘플래시’를 통해 만든 게임을 뜻한다. 게임메이커, RPG Maker(알피지 만들기 툴, 알만툴)와 함께 아마추어 게임 제작 프로그램으로 만든 게임을 통칭한다. 단순화된 명령어로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어 게임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이들이 첫 작품을 만드는 도구로 쓴다.

 

지난해 11월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관람객들이 PC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을 제작해 국내에 유통하려면 게임위의 ‘게임물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게임위는 국내 유통될 게임물의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 다섯 가지 요소를 심의해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의 등급을 매긴다. 심의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2만 1000원~최대 100만 8000원이다.   ​​

 

플래시게임 사이트는 게임위의 제재가 과도하다며 반발했다. ‘플래시365’ 운영자는 “플래시365는 2005년 12월 문을 열어 해외 플래시게임(애니)과 국내 회원들이 직접 제작한 플래시를 서비스해 왔다. 플래시 (제작)강좌를 보고 배운 초등학생·중학생이 게임을 만들어 올리면 다른 회원이 게임을 실행해 평가해준다”며 “청소년의 습작게임조차 게임위 심의를 받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런 제재는 플래시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라 ‘html5’ ‘유니티게임’ 등 초등학생이 코딩을 배워 만드는 엔트리 게임도 불법게임물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 속히 법이 개정돼 어린 학생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에 따라 게임을 제작해 국내에 유통하려면 게임위의 ‘게임물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심의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2만 1000원~최대 100만 8000원 이다.

 

게임위 시정권고에 응해 사이트 접속 차단을 피한 ‘게임24’ 운영자는 “지난 2월 게임위 시정조치를 받아 2000개의 플래시게임 중 퍼즐 게임을 제외한 1000여 개를 삭제했다. 나머지도 서비스하려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수수료가 3만 원 수준이다. 영어가 한 글자라도 들어가면 1.5배 가산된다”며 “글, 음악, 미술품 등 여느 창작물처럼 자유롭게 만들게 하고 정부에서 문제시되는 것만 제재를 하면 되는데, 게임물은 창작과 동시에 검열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표현의 자유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플래시게임 제작자 역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PC인디게임 사전심의폐지’를 주장하며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인 3년차 게임프로그래머는 “2009년부터 알만툴을 통해 플래시 게임 제작을 시작했다. 10년 전인 당시에도 게임등급위원회(현 게임위) 제재로 ‘니오티’라는 플래시게임 사이트의 게임 배포가 중단됐다. 같은 아픔과 분노를 겪었던 제작자로서 문제되는 법을 바꾸고자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되는 웹툰, 웹소설, 인터넷 방송, 유튜브 영상 등은 모두 ‘사후규제’ 방식을 따르는데 게임만 ‘사전심의’를 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50만 원까지 뛸 수 있는 심의수수료 역시 큰 문제다. 사전심의는 불법 사행성 게임을 막겠다는 당초 목표보다는 국내 아마추어 게임계의 위축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나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임위는 국내 유통될 게임물의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 다섯 가지 요소를 심의해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의 등급을 매긴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위가 10년 넘게 방치해온 플래시게임 사이트에 칼을 댄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위의 불법게임물 모니터링 업무는 크게 민원신고와 자체모니터링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위원회 자체 모니터링의 경우, 산업 및 이용자에게 큰 피해가 발생되는 사안으로 사법기관 또는 유관기관과 협조를 통해 진행하는 기획 모니터링이 대부분이다. 사설서버, 핵 프로그램, 사행성 게임물, 환전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예를 들 수 있다”며 “등급미필 플래시게임 제공 사이트의 경우, 자체 모니터링 대상으로는 분류되지 않았고, 관련 민원신고 또한 오랜 기간 접수되지 않아 별도의 조치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플래시게임 사이트에 대한 민원 신고가 지속적으로 접수돼 관련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는 앞선 반발에 제도개선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28일 낸 보도자료에서 “단기적으로 청소년이 개발한 비영리 기능성 개임은 등급 분류를 받지 않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구축한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게임물의 등급분류 수수료 감면 규정을 확대해 교육 및 비영리 목적 또는 단순공개 목적의 게임물을 제작·배포할 경우, 등급분류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개인 개발자 등이 비영리 및 단순 공개의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배포할 경우, 등급분류 면제 규정 신설 등의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비즈한국’에 “현재 개정안 작업 중에 있다. 3월 중 발의할 계획”이라며 “법안 발의는 투 트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제2의 ‘주전자닷컴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디게임 제작자에게 ‘등급분류 심의수수료 면제’ ‘등급분류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고, 둘째는 장기적으로 등급분류 시스템 자체를 외국처럼 ‘사후관리’로 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3조 14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6% 성장했다​.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7%(59억 2300만 달러, 6조 6980억 원) 증가해 최근 7년새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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