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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대 후반 취준생이 알바 시장에서 '찬밥'인 이유

20번 지원서 넣어도 연락 안 와…자영업자들 "규제 많아졌는데 언제 그만둘지 몰라"

2019.05.30(Thu) 15:05:14

[비즈한국]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권혁주 씨(28)는 취업준비생(취준생)이다. 권 씨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임용고시 공부를 한다.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는 서울 익선동에서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한다.

 

권 씨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 “2년째 취업을 못하다 보니 부모님 눈치가 보였다. 내 힘으로 취업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벌어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영업이익 감소에 자영업자들은 임시직인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를 때도 깐깐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예상외로 아르바이트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권 씨는 “집 근처 편의점, 커피숍, 식당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스무 군데 이상 지원했다. 면접은 고사하고 서류부터 탈락한 적이 많았다”며 “구직 탈락이 잦다 보니 수시로 아르바이트를 지원해야 했다. 서울까지 범위를 넓혀 지원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 접속이 일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 기회를 얻어도, 나이가 많고 취준생이라는 이유로 떨어지기 일쑤였다. 커피숍 면접에 합격한 것도 취준생이 아닌 휴학생으로 신분을 달리 말한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권 씨 한 사람만 겪는 고충이 아니었다. 20대 후반 취준생들은 아르바이트가 취업만큼 어렵다고 토로한다. 

 

취준생 박재현 씨(28) 역시 “아르바이트 구직이 예전보다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현재 보습학원 보조교사로 일한다. 경쟁률이 40 대 1이었다”며 “지원했던 다른 업종도 경쟁률이 만만찮았다. 경쟁률 20 대 1은 기본”이라고 밝혔다.

 

# 보습학원 보조교사 경쟁률 40 대 1까지 치솟아

 

아르바이트 구직 경쟁률이 취업 경쟁률과 맞먹을 정도로 높아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 소상공인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까닭이다. 지난 2월 2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시험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2017년 연평균 영업이익은 3225만 원이었다. 월평균 264만 원의 이익을 본 셈이다. 2016년 월평균 영업이익 304만 원보다 40만 원(13.2%) 감소한 수치다. 

 

소상공인의 줄어든 영업이익은 인건비를 줄여 메우려는 추세다. 서울 통의동의 한 맥줏집은 2017년 개점 후 줄곧 평일 ‘알바생’을 두 명 뒀다가 최근 한 명으로 줄였다. 박수미 점주는 “주 52시간 근무로 회사원들의 회식이 줄었다. 매출이 약 20% 떨어졌다. 수지를 맞추려면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영업이익 감소를 인건비 감소로 메우려는 자영업자들이 무인판매대 키오스크를 설치하면서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 한 패스트푸드점의 무인판매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바쁜 시간에만 알바생을 두거나, 아예 알바생을 쓰지 않는 매장도 있었다. 알바생 대신 키오스크(무인판매기)를 설치한 매장도 증가하는 추세다. 소상공인들은 어떻게든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기존의 알바생도 그만두게 하는 실정이다. 알바 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의 구인 공고 수도 감소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 데이터 담당자는 “전체 구인 공고 수가 꾸준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2017년부터 내부적으로 운영 정책을 변경해, 공고 수 자체가 예전에 비해 적게 노출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소상공인들 “취준생 언제 그만둘지 몰라” 한목소리 

 

자영업자들의 ‘알바생 고용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서울 필동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정선 씨는 “1, 2년 전만 해도 알바생 채용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았지만, 최근엔 동종 업계 경력이 있고 오래 일할 사람을 선호한다. 알바생 한 명이 두 명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대 후반 취준생이 자영업자에게 인기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씨는 “20대 후반 취준생들은 불안 요소가 많다. 취준생은 취업하면 곧장 일을 그만둔다. 그런데 언제 취직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점주들은 알바생이 그만둘까 불안해하며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일호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알바생은 임시직이자 비정규직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특별한 문제 없이 고용하던 알바생들에게 최저임금제도뿐만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적용해야 한다”며 “소상공인들은 까다로운 규제 탓에 더 이상 알바생으로 아무나 쓸 수 없는 상황이다. 20대 후반 취준생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비정규직을 도우려 만든 제도가 비정규직을 힘들게 하고 있다. 정부가 급하게 구제 제도를 마련하는 건 일시적일 뿐이다. 20대 후반 청년 구직 문제를 해결할 장기적인 비전 수립이 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웅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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