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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뉴페이스] 'OLED 전환에 사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LG화학 실적 인정받아 5년 만에 '금의환향'…취임 직후 희망퇴직 단행

2019.09.17(Tue) 18:17:51

[비즈한국] 프리미엄 TV 시장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 기준을 두고 격돌한 가운데, LG전자를 지원 사격해줄 LG디스플레이가 수장을 교체해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 LG디스플레이는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LG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오늘(17일)부터 집행 임원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고 내년 3월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인사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다시 뛰겠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에 1320억 원, 2분기에는 그보다 2300억 원가량 더 많은 3687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 2017년 7월 3만 96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17일 기준 1만 4700원까지 떨어졌다. 한상범 전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떠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새롭게 수장이 된 정호영 사장의 어깨에 올려진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16일 LG디스플레이는 정호영 현 LG화학 사장을 LG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진=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정호영 신임 사장은 LG그룹과 인연이 깊다. 1961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1984년 1월에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줄곧 LG그룹의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2006년과 2007년부터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2014년 1월부터는 LG생활건강의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부사장직을 맡았다. 2016년 1월부로 LG화학 사장직을 수행한 정 사장은 재무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LG그룹이 자체적으로 만든 ‘LG 경리대학’의 졸업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LG그룹에서는 같은 대학을 나온 것보다도 LG 경리대학 출신자들끼리의 인맥이 더 끈끈하다고 전해진다.

 

재직 기간이 길었던 만큼 정호영 신임 사장에게도 ‘아픈 기억’ 하나가 있다. 그가 LG화학 사장이던 지난 2016년, LG화학은 ‘거래처의 계좌가 변경됐다’는 가짜 이메일을 받고 해당 메일에 적힌 계좌로 240억 원을 오송금하는 사고를 냈다. 그럼에도 LG화학이 2018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려, 정 사장은 LG그룹의 인사 기준인 ‘성과주의’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정 신임 사장은 LG디스플레이가 1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2014년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직에서 떠났다. 이후 5년 만에 대표이사로 컴백한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지나치게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을 잘 매듭지어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LCD가 차지할 정도로 LCD 의존도가 높았지만, 중국의 저가 LCD 공세가 가속화되면서 OLED로 사업구조를 대폭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부터 경기도 파주에 짓고 있는 OLED 공장에 3조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저가 LCD 패널 공세에 따라 OLED로의 사업 전환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실적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에서 참관객들이 LG전자의 ‘​올레드 협곡’​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장 사업을 전환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고 바로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아직 경쟁력도 부족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82%이지만 LG디스플레이는 2%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과 지원을 톡톡히 받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의 점유율은 12%였다. 2012년에 세계 최초로 TV용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하며 대형 OLED 시장을 독점해왔다지만, 중소형 시장에서만큼은 ‘새내기’인 셈이다.

  

정 사장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17일, LG디스플레이는 희망퇴직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LCD에서 OLED로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발생하는 여유인력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희망퇴직의 대상은 근속 5년 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이고, 희망퇴직자에게는 전년과 동일하게 고정급여의 36회치가 퇴직위로금으로 지급된다. LG디스플레이는 “불가피하게 희망퇴직을 실시하지만 OLED 등 미래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및 우수 인재 중심의 채용은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상시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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