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콜마가 매년 수백억 원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비판을 받아온 회사가 윤동한 한국콜마 전 회장의 개인 소유인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결과 확인됐다. 그간 한국콜마 출신들의 소유로 알려진 내츄럴스토리를 윤 전 회장이 지난 2016년 인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회사 인수 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들이 눈길을 끈다.
내츄럴스토리는 2006년 4월 화장품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설립됐다. 과거 내츄럴스토리는 브랜드 화장품숍 더페이스샵이 LG생활건강에 인수되기 전에 화장품을 납품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여성 비하 발언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윤동한 회장의 개인회사에 한국콜마그룹이 수백억 원의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됐다. 윤동한 회장이 당시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upload/bk/article/201910/thumb/18802-42609-sampleM.jpg)
당초 내츄럴스토리는 한국콜마 출신 인사들이 소유한 회사로 알려지면서 보은성 일감몰아주기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당시 주주를 살펴보면 성보경 씨가 지분 50%로 최대주주였으며 신경희, 박정근 씨가 각각 33.3%, 16.6%로 뒤를 이었다. 특히 성보경 씨는 2016년 12월 기준 한국콜마 등기임원(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콜마그룹은 이들이 내츄럴스토리를 소유했을 당시부터 내츄럴스토리에 대규모 일감을 몰아줬다. 2015년 기준 한국콜마그룹이 몰아준 일감은 492억 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 537억 원의 91.6% 규모였다.
이러한 가운데 윤동한 전 회장은 내츄럴스토리를 2016년 7월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과정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츄럴스토리는 인수 당해연도인 2016년 8억 7654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내츄럴스토리가 당기순손실을 본 것은 한국콜마경인의 지분을 손상차손 처리해서다.
내츄럴스토리는 11억 원을 들여 확보한 한국콜마경인의 지분 2만 주를 전부 손실 처리하면서 적자 기업이 됐다. 한국콜마경인은 윤 전 회장이 내츄럴스토리를 매입하기 이전 년도에 한국콜마로부터 받은 일감이 급격히 감소했고 이후 결국 폐업했다.
일각에서는 윤동한 전 회장의 내츄럴스토리 매입가를 낮추기 위해 한국콜마가 한국콜마경인에 주는 일감을 갑자기 줄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매출하락에 따른 한국콜마경인의 가치 하락은 이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내츄럴스토리의 가치 하락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내츄럴스토리 인수합병(M&A) 전후 상황을 보면 2012~2014년 당시 한국콜마는 한국콜마경인에 주는 일감을 매년 50% 이상 늘렸다. 2012년 20억 원, 2013년 31억 원, 2014년 66억 원 등이다.
하지만 한국콜마는 윤 전 회장이 내츄럴스토리를 매입하기 직전 해인 2015년 한국콜마경인에 주는 일감을 대폭 줄였다. 한국콜마로부터 받은 일감이 1억 4000만 원으로 전년에 비해 97% 감소했다. 일감이 대폭 감소한 뒤 한국콜마경인이 2016년 폐업 처리하면서 내츄럴스토리는 11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콜마경인은 수많은 거래처 중 한 곳”이라면서 거래처가 다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감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특히 한국콜마경인이 폐업한 시기는 2016년 12월로 윤 전 회장이 회사를 매입한 시기와 다르다”면서 내츄럴스토리의 가치 낮추기 의혹은 억측이라고 답변했다. 또 “내츄럴스토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수익성이 낮아 윤 전 회장과 회사 차원에서 처리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츄럴스토리가 윤 전 회장 품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한국콜마그룹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 한국콜마홀딩스, 콜마스크 등 한국콜마그룹은 지난해 내츄럴스토리에 약 377억 원의 일감을 몰아줬다. 내츄럴스토리의 지난해 매출이 409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의 92.1% 해당하는 물량을 한국콜마그룹에 의존했다.
2017년에는 내츄럴스토리의 매출 427억 원 가운데 410억 원의 일감을 몰아줬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96%에 달했다. 2016년에는 총매출 482억 원 중 474억 원을 한국콜마그룹이 몰아줬다. 내부거래 비중이 98% 수준이다. 내츄럴스토리의 최근 3개년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콜마그룹에서 발생했다.
![윤동한 전 회장의 개인회사 내츄럴스토리에 대한 처리 방안을 두고 윤 회장과 한국콜마가 고민하고 있다. 사진=한국콜마 홈페이지 캡처](/upload/bk/article/201910/thumb/18802-42608-sampleM.jpg)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으로 분류되지 않는 한국콜마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 45조의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에 따라 납세의무가 발생한다. 대상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 사이에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특수관계거래비율)이 정상거래 비율(20%~50%)을 초과한 경우, 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다.
한편 한국콜마 전 임직원과 윤 전 회장 간 거래된 내츄럴스토리의 지분 매매 과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포탈 기업인’에 포함됐다. 국세청의 발표를 보면 윤 전 회장은 차명주식거래 방법으로 36억 7900만 원의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탈세한 혐의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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