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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공급량 10년 내 최대인데, 서울 아파트값 계속 오르는 이유

현 부동산 정책 매수·보유·매도 모두 막아…출구 마련해 줘야 숨통 트일 것

2019.10.28(Mon) 12:44:49

[비즈한국] 대한민국 역사상 아파트 공급이 가장 많던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었다. 1995년 1기 신도시 입주 종료 이후 아파트 공급량은 1997년을 고점으로 감소해왔다. 2012년 저점 후부터는 계속해서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3년 연속 지난 30년 중 최대 공급량을 기록했다. 정상 시장이라면 지금 아파트 매매 시세는 조정돼야 한다. 최근 2년 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은 이런 원리로 대부분 조정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급이 과다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량은 지난 10년 중 최고지만, 시세가 빠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서울은 지방과 다른 양상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 공급이 많았고 2010년 이후 급감하다가 2017년부터 급증한다. 2019년 공급량은 지난 10년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공급이 많으면 시세가 오르지 못한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매매든 전세든 시세가 빠져야 한다. 그런데 2019년 서울은 전세·매매 모두 시세가 올랐다.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공급을 다 소진하고도 부족할 만큼 수요층이 갑자기 증가한 걸까? ‘지방 투자자들이 상경 투자를 한다’는 뉴스처럼 투자 수요가 증가한 걸까? 

 

현재 서울 지역 거래를 보면 ‘30대 서울 거주층’이 대부분이다. 서울 30대 연령층의 수가 40~50대 연령층이 메인 매수층이던 과거보다 더 많은 걸까?

 

아니다. 2019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과거와 비교해 매우 적다. 그렇다면 30대가 메인 수요층으로 등장한 사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30대는 과거와 달리 지금 매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고, 40대 이상은 지금 매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의 공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거래량은 적은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중 입주 물량은 최대인데 거래량은 왜 적을까? 공급에 문제가 생긴 건 매도할 사람이 없어서 시장에 매물이 적어서다. 매도할 사람이 적은 이유는 매도할 수 없는 조건 때문이므로, 결국 문제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 부동산 정책은 매수·보유·매도를 모두 막고 있다. 출구 전략이 없다. 삼국지라는 중국 고전소설에는 공격에 대한 여러 노하우가 나온다. 적을 공격할 때 사방에서 에워싸고 공격하면 오히려 질 확률이 높다. 반드시 한 면을 개방해놓고 적을 도망가게 한 다음 쫓아가면서 공격해야 아군의 피해도 적고 효율적으로 이길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2017년에 한 번은 조정됐어야 한다. 정책의 실패로 이상한 시장이 연장돼 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 연장의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2018년 대비 2019년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줄었다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도 없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하는 원인이다.

 

2019년 4분기가 시작된 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주요 포인트 지역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수요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신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와중에, 더 큰 문제는 수요가 많은 시장에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현 부동산 정책 결과로, 기존 아파트든 전세든 실수요를 충족시킬 매물이 급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매물 부족에서 온다. 현재 서울 거래 수요의 대부분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다. 인구가 증가하지 않아도, 세대 수가 증가하지 않아도 대기 수요가 있는 입지는 시장매물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한다. 

 

이런 대기 실수요를 줄이기 위해서 2017년 6월부터 많은 규제정책이 나왔다. 하지만 시장은 안정되지 못했다. 이미 투기 세력이 없는 시장에서 투기 세력을 방지하는 정책은 시장에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건 투자 수요가 아닌 실수요다. 

 

직장, 학교 등의 이유로 30~50대 연령층의 세대는 이사를 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데 매물이 없기 때문에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은 이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가 될 듯하다. 

 

시장의 방향은 이런데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시는 분들은 반대로만 가려 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의 모든 것이 투기 수요로 보이는 이들에게는 이 칼럼도 투기꾼 옹호자의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기우제를 지내는 제사장처럼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면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투기 지역 확대 지정, 분양가 상한제 동별 단위 실시,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등 각종 세금 인상 정책도 펼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으로 정말 실수요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 시장에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닌 시장 참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매물이다. 신축이든 구축이든 매매든 전세든, 매물이 많아야 가격이 안정된다. 시장에서 사라진 매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금의 전쟁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시장에 매물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 등이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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