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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전속 설계사 급증 '공격 경영' 허와 실

김용범 부회장 취임 후 업계 찬반 엇갈리는 '파격 우대' 통한 영업채널 강화 논란

2019.12.17(Tue) 15:10:06

[비즈한국] 메리츠화재가 2015년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이후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동원해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김 부회장 체제 이후 메리츠화재는 보험사들의 보험상품을 파는 독립보험대리점(GA), 회사 전속 보험설계사, 텔레마케팅 등 전 영업채널에 파격 우대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를 바라보는 손보업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전략이 단기성장에 효과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 시각과 함께 업계의 과열경쟁을 유발하고 중장기 차원에서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역 인근 메리츠화재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메리츠화재의 영업채널 강화 전략 중 올해 들어 단연 주목받는 분야는 전속 설계사 부문이다. 매출과 점유율 면에서 손해보험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는 올해 들어 매월 1000명 이상의 전속 설계사를 영입하면서 조직 규모면에서 최대 손해보험사가 됐다.

 

국제회계기준 변경, 자동차보험 부진, 저금리 등 악재가 겹치면서 손해보험업계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전속 설계사를 축소하는 경향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전속 설계사 수는 2만 1480명에 달한다. 그간 최대 전속 설계사 수를 보유해 온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를 추월했다. 

 

메리츠화재 전속 설계사 수는 같은 기간 1만 8540명인 삼성화재에 비해 무려 3000명 가까이 많은 숫자다. 같은 기간 손해보헙업계 2위를 놓고 다투는 DB손해보험은 1만 5177명, 현대해상은 1만 1294명의 전속 설계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의 공격적인 전속 설계사 영입으로 연말인 현재까지 다른 손해보험사들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화재가 전속 설계사를 불러 모을 수 있는 데에는 파격적인 수수료 체계가 꼽힌다. 수수료는 손해보험사 자율로 메리츠화재는 2016년부터 현 수수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통상적으로 전속 설계사에게 일정 실적을 채워야 우대하는 성과형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전속 설계사가 실적을 채우지 못해도 지급률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타 보험사에서 전속 설계사에게 정한 일정 실적이 월 30만 원이라면 메리츠화재는 단 5만 원, 10만 원 실적에 그쳤더라도 수수료 불이익은 없다는 얘기다.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대신 장기인보험 강화 전략을 동원하면서 실적을 올리는 전속 설계사에게 건별 수수료 1100%를 지급하고 있다. 월 납입 보험료 10만 원짜리 장기인보험 상품을 파는 전속 설계사에게 수수료 110만원을 준다는 얘기다. 기본 수수료 1000%에 수당 100% 명목이다. 1000% 미만인 업계 통상 관행을 상회하면서 메리츠화재로 전속 설계사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3년 이상으로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며 암, 치매,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상품 구성이 복잡해 다이렉트보다 설계사를 통한 가입 비중이 높고 보험료 납입 기간이 길어 보험사로선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된다. 

 

메리츠화재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파격적인 수수료 체계를 동원해 전속 설계사들을 흡수하고 있다. 올해 10월 말까지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메리츠화재는 매출 1393억 원을 거둬 1418억 원을 올린 삼성화재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시행하는 전속 설계사들에 대한 수수료 체계는 설계사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고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수수료만 보고 영업을 무리하게 하면 부실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선 메리츠화재의 전속 설계사 수수료 체계를 다른 손해보험사들이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손해보험업계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GA(독립 보험대리점)들로부터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건별 등 전속 설계사 수수료 체계는 GA 수수료 체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 년 간 GA들에 대한 파격적인 우대정책을 시행해 오면서 이러한 수수료 체계에도 GA들로부터 반발이 적으나 다른 손해보험사가 적용하려 한다면 GA들로부터 ‘보이콧(특정 보험사 판매 거부)' 등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차별화된 수수료 체계 등으로 전속 설계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대한 안전장치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라며 “오히려 일정 실적의 성과형을 우대하는 다른 손해보험사들의 수수료 체계로 인해 실적을 맞추기 위한 설계사들의 무리한 계약으로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사진=메리츠화재

김용범 부회장 취임 이후 메리츠화재는 GA에게 시책(특별수당)을 300%대에서 500%대를 지급하면서 협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시책이란 보험사들이 GA에 자사 보험상품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수수료 외에 별도 지급하는 영업수당이다. 시책 500%란 보험계약자의 월 납부 보험료가 10만 원이라면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GA에게 50만 원을 지급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메리츠화재의 전략에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GA에게 시책을 올리면서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시책 250% 이하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당사는 김용범 부회장 취임 이후 전 영업채널에 대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이전에는 GA들에 대한 시책을 500%대까지 지급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설정된 이후 현재 그 이하로만 GA에게 시책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책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자 메리츠화재는 이번에는 GA들에 대한 지급 수수료 상향 정책으로 협력 관계 강화에 나서는 양상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GA에게 수수료로 2087억 원을 지급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 기간 지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지급액보다 34.7%나 급증한 늘어난 액수다. 

 

김용범 부회장 식 경영전략으로 매출과 점유율 부문에서 손보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는 2017년부터 업계 4위인 KB손해보험을 당기순이익에서 추월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순이익 2335억 원을 거둬 이번엔 현대해상 순이익 2447억 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손보업계 일각에서 메리츠화재 식 전략이 사업비 상승 불가피와 유사시 보험금 청구가 쇄도할 경우 회사와 고객 모두가 커다란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용범 부회장 식 파격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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