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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펭수 상표권 논란' 최초 보도가 쏘아올린 작은 공

EBS 법적 절차 착수하자 제3자 대리한 변리사 "상표 무상양도"…상표권 중요성 알리게 돼

2020.01.07(Tue) 15:22:42

[비즈한국] 시작은 ‘​팬심’​이었다.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를 보고 또 보면서 EBS 연습생 펭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팬클럽에 가입하고 다이어리를 예약 주문했다. ‘인기에 힘입어 더 많은 굿즈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어 특허정보검색사이트 키프리스에 접속해 상표출원 내용을 확인했다. ‘펭수’ 명칭의 상표가 줄줄이 출원돼 있었다. 제3자의 이름으로. 

 

펭수의 상표권 선점 논란으로 상표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됐다. 펭수야, 펭러뷰! 사진=펭수 인스타그램

 

뒤늦게 펭수 명칭에 대한 상표를 출원한 EBS는 ‘제3자 상표권 출원 논란’이 일자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6일 EBS 관계자는 뉴시스에 “​EBS와 관련 없는 제3자의 상표 등록이 승인되기 전, 승인이 나지 않게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7일이 되자, 제3자의 상표 출원을 대리한 변리사는 “EBS에 무상으로 상표를 양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변리사들은 ‘EBS가 출원부터 대응까지 총체적으로 늦었다’고 지적했다. 펭수 캐릭터의 인기 상승세에 맞춰 상표도 미리 출원해야 했다는 것. EBS가 손 놓은 사이 또 다른 제3자는 펭수의 유행어인 ‘펭하(펭수 하이)’, ‘펭바(펭수 바이)’에 대해서도 상표를 출원했다.

 

EBS의 펭수 이미지와 명칭에 대한 상표 출원을 대리한 황병도 패트라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허청 심사관이 심사 중이지만 정보 제공을 했다. 키프리스 전산에는 아직 뜨지 않지만 ‘펭하’, ‘펭바’ 명칭에 대한 상표도 출원했다. 상표는 ‘선출원 여부’와 ‘얼마나 알려졌냐’의 문제다. 펭수가 이렇게 뜰 줄 몰랐기 때문에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 모든 명칭을 미리 출원해놓기에는 비용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도 펭수의 인기에 탑승했다. ‘펭수의 상표권을 지켜달라’는 글이 커뮤니티를 비롯한 펭수 팬클럽 사이에 돌아다니자 특허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이를 설명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안규호 대변인실 주무관은 “상표법 제34조 1항 9호 ‘타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돼 있는 상표는 상표권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제3자가 펭수 상표권을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상표 심사는 특허청 심사관의 재량이 크게 발휘되는 만큼 상표 등록 전에 특허청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건 이례적인 경우다. 펭수 유명세에 이 영상은 조회 수 20만을 넘겼다. 특허청 키프리스 웹진은 ‘​펭수와 함께 떠나는 상표 여행’​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상표 출원 및 등록의 중요성’을 펭수 사례를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펭수가 쏘아올린 공에는 ‘직업윤리’ 문제도 있다. 펭수와 펭하, 펭바의 상표 출원을 대리한 변리사는 모두 동일인이다. 심지어 펭하와 펭바의 상표출원인이 출원을 대리한 변리사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비즈한국에서 보도하자 변리사 업계에는 파문이 일었다.

 

문제가 된 변리사가 EBS 측에 펭수와 관련된 상표를 모두 무상으로 양도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직업윤리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이 변리사는 다른 저명한 브랜드에 대한 제3자의 상표 출원에도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한 변리사 수험생은 “그는 변리사 준비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비즈한국 기사를 보고 ‘변리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본인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상 양도 입장을 밝힌 기사를 보고 허무했다. 본인 홍보는 제대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리사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었다. 공우상 공앤유 특허사무소 변리사는 “브로커 및 노이즈마케팅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김형민 특허그룹 뷰 변리사도 “이번 사건이 변리사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서 여러 번 언급됐다. 법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은 없​겠지만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변리사가 하는 일은 지식재산권을 대리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권리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펭수를 통해 상표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된 효과도 있었다. 상품을 출시하거나 캐릭터를 선보일 때 먼저 상표를 등록해두지 않으면 상표 선점 논란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출원주의를 강하게 따지던 예전에 비해 심사관들도 인터넷을 검색해보며 심사를 하거나, 상표 등록 전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를 두는 등 여러 장치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려면, 남보다 먼저 출원하는 게 답이다.

 

결론도 ‘​팬심’​이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같은 마음으로 펭수를 응원하는 많은 팬을 만났다. 상표권 관련 자문을 해준 변리사들부터 특허청 관계자까지…. 모두 펭수의 상표권이 제대로 보호되기를 기원했다. 결과가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조만간 펭수 팬미팅이 열리면 보러 갈 생각이다. 펭러뷰! (참, 펭러뷰도 빨리 상표 출원해!)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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