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모두가 규격화된 아파트 하나 갖는 게 소원인 세상, 역발상 집짓기에 도전한 사람들이 있다. EBS 다큐멘터리 ‘건축탐구 집’에 소개된 독특한 주택은 대부분 전원주택이지만, 도시에서 출퇴근 하는 직장인에게는 도심 내 좁은 땅을 이용해 지은 집에 관심이 간다.
#창신동 5평 고층집
39세 건축설계사 남편과 34세 와인 강사 아내는 지난 해 결혼을 하면서 이 집을 지었다. 남편의 사무실은 대학로라 평소 주변 주택가를 눈여겨보다가 종로구 창신동 낙산성곽 아래 이 땅을 발견했다. 새 집이 들어서기 전 사진에서 보이는 허물어진 헌 집을 보면 이 곳에 이런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출퇴근이 용이하고 △1억 원이 넘지 않고 △자연경관이 좋은 땅을 찾던 부부는 이 대지를 1억 원에 매입했다. 건축비·인테리어·가구에 2억 원이 들어 총 3억 원으로 층당 5평, 총 5층집을 지었다. 1억 원 한도까지 가능한 서울특별시의 도시재생 공사비 융자 지원 서비스를 받았다. 0.7% 금리로 10년에 걸쳐 상환하는 중이다.
5각형 대지를 최대한 활용한 형태로 지어진 집의 1층 주차장엔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 2층은 작업실, 3층은 식당과 주방, 4층은 침실, 5층은 다용도실이다. 창을 성곽 쪽으로 내어 숲 속에서 사는 듯한 풍광을 볼 수 있다.
#쌍문동 빨간 지붕 주택
세입자가 도망가고 집주인은 외국에 거주해 15년 동안 폐가로 방치되는 동안 비행청소년들이 드나들며 불까지 났던 곳. 동네의 흉물이던 이 집을 사서 동네의 자랑으로 만든 경우다.
45세 건축가 남편과 42세 화가 부인은 이 집을 매입해 15톤의 쓰레기를 치우고 철거공사에 들어갔다. 45년 된 주택의 골조가 마음에 들어 허물지 않고 구조를 살렸다. 지하와 지상 1층으로 된 주택은 부부만의 공간이라는 특징을 살려 방문이 없이 모두 트인 구조다.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22평 대지에 지어진 아담한 집은 강렬한 주홍색 지붕을 올려 단연 눈에 띈다. 집주인은 “처음엔 강렬한 오렌지색이었는데, 지금은 색이 죽으면서 소박한 오렌지색이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구체적인 가격은 설명되지 않는다. 부부의 나이대가 있고 서울 시내 단독주택이라 매입가는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의 꼬꼬마집
부동산 시장의 메인 스트림이 서울·수도권이다 보니 지방은 다소 소외된 느낌이다. 대구의 ‘꼬꼬마집’은 대지(3000만 원) 매입과 공사비(8000만 원) 1억 1000만 원에 지은 협소주택이다. 용접학원을 운영하는 45세 남편은 우연한 계기로 48㎡의 대지를 매입했다. 대지는 뾰족한 삼각형이다. 이 위에 지어진 집의 한 면은 1미터, 다른 한 면은 4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남편은 “처음 공사비로 6000만 원을 생각했는데, 좁은 집이다 보니 부실하게 못 지어 튼튼하게 짓느라 공사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동갑내기 부인은 “결혼 후 정읍의 시골집을 1500만 원에 사서 살았는데, 겨울에 찬바람이 새 들어와 아이들의 얼굴이 늘 빨갰다”고 회고한다.
1억 원 남짓에 집을 지을 수 있었던 비결은 온 가족의 협업이었다. 내부 페인트칠에 온 가족이 달라붙어 인건비를 아꼈고, 용접 전문가인 남편은 옥상 테라스 난간을 직접 제작해 설치하기까지 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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