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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신과 함께' 옛 숲으로, 원주 성황림 숲탐방

치악산 성황신 모신 예전 모습 그대로…마을 탐방프로그램 통해 취인절미 만들기, 트랙터마차 타기

2020.06.30(Tue) 13:09:11

[비즈한국]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자리잡은 성황림은 치악산 성황신을 모신 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봄, 가을이면 우뚝 솟아오른 신목(神木) 앞 당집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다. 한반도 중부지방 자연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황림은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덕분에 수십 년째 일반의 출입이 금지되어 옛 숲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었다. 매주 토요일 성황림마을에서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태고의 신비를 만나볼 수 있다. 

 

성황림에는 전나무 신목이 숲을 지키는 듯 서 있다. 어른 서너 명이 손을 맞잡아야 겨우 닿을 정도로 굵은 줄기에 30m 가까운 키를 자랑하는 전나무는 이 일대에서 유일한 침엽수다. 사진=구완회 제공

 

#금줄 너머 신목을 만나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초여름 어느 날, 금줄 두른 성황림 대문 옆 쪽문이 열렸다. 신림면을 가로지르는 찻길을 따라 야트막한 울타리로 둘러싸인 숲에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구다. 원주시 숲 해설사이기도 한 성황림마을 이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숲은 몇 걸음 떼지 않아 전혀 다른 세상 풍경이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3형제와 복자기나무, 귀룽나무, 찰피나무, 말채나무 등 온대 낙엽활엽수 50여 종이 빽빽하게 들어선 좁은 숲길 옆으로 복수초, 꿩의바람, 윤판나물 등 100여 종의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원주 성황림이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된 이유다. 

 

옛날에는 한반도 곳곳에 이런 마을숲이 많았지만, 새마을운동으로 마을길을 넓히면서 대부분 사라져버렸단다. 다행히 성황림은 일제강점기부터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았고, 마을 사람들이 당제를 지내는 신령한 숲으로 지키면서 지금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지금 지나고 있는 좁은 숲길 또한 예전부터 마을로 이어지던 옛길이다. 지금은 찻길이 따로 났지만 이장님이 어렸을 때만 해도 밤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운 숲길을 지나야 했다고. 

 

천연기념물 제93호 성황림에는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3형제와 복자기나무, 귀룽나무, 찰피나무, 말채나무 등 온대 낙엽활엽수 50여 종과 복수초, 꿩의바람, 윤판나물 등 100여 종의 풀들이 자라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너른 마당 깊숙이 자리 잡은 당집이 보인다. 그 옆에는 하늘을 향해 치솟은 굵은 전나무 신목이 숲을 지키는 듯 당당히 서 있다. 어른 서너 명이 손을 맞잡아야 겨우 닿을 정도로 굵은 줄기에 30m 가까운 키를 자랑하는 전나무는 이 일대에서 유일한 침엽수다. 주변에는 십여 그루의 나이 든 복자기나무들이 마치 전나무를 모신 듯 둘러싸고 있다. 

 

해마다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이면 이곳 당집에서 신목을 향해 성대한 제사를 지낸다. 이때는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성황림에 들어와 구경할 수 있단다. 사월 초파일에 마을 제사를 지내는 것은 흔치 않은데, 이는 숲에서 가까운 석남사라는 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당제가 아니더라도 신목에 소원을 비는 것은 가능하다. 성황림마을에서 제공하는 종이에 소원을 적고 신목을 둘러싼 금줄에 걸어놓으면 된다. 지금도 마을을 지켜주는 치악산 성황신이 작은 소원 하나쯤은 너끈히 들어줄 듯하다. 

 

해마다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이면 당집에서 신목을 향해 성대한 제사를 지낸다. 이때는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성황림에 들어와 구경할 수 있단다. 사진=구완회 제공


성황림 탐방 프로그램은 조금 더 이어진다. 숲을 대표하는 수종 중 하나인 쪽동박나무 나뭇잎을 둘둘 말아 알을 낳는 잎말이나방 애벌래도 살펴보고,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앞 사람에 손을 얹은 채 눈을 감고 숲길을 걷다가, 자그마한 공터에 이르면 서로 등을 기대고 숲속 명상으로 마무리된다. 그리 길지 않는 시간이지만 신령한 숲, 천혜의 자연을 알차게 체험하는 데는 충분하다. 

 

#취인절미 만들고, 트랙터 마차 타고

 

성황림 탐방 프로그램에는 이 지역 명물인 취인절미 만들기와 트랙터 마차 체험도 포함되어 있다. 마을 분들이 한복을 입고 꽹과리를 치며 진행하는 취인절미 만들기는 이름 그대로 취나물을 넣은 인절미를 만드는 체험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밥에 청정 재배 취나물을 듬뿍 뿌리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떡메를 친다. 어린이용 작은 떡메도 따로 있어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신나는 꽹과리 소리와 재미난 진행에 맞춰 떡메를 치다 보면 어느새 밥알갱이가 으깨지면서 말랑말랑한 떡이 된다. 이걸 여러 덩어리로 나누어 탁자에 평평하게 펴고 고소한 콩고물을 솔솔 뿌린 후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내면 마침내 취인절미 완성. 갓 만들어 따끈한 취인절미를 입에 넣으면 저절로 엄지손가락이 척 올라갈 만큼 맛있다. 이렇게 맛보고 남은 취인절미는 작은 종이 상자에 담아서 집에 가져갈 수 있다. 

 

마을에서 성황림까지는 커다란 트랙터 뒤에 포장마차를 연결한 ‘트랙터 마차’를 이용한다. 처음 보는 트랙터를 타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오가는 길 또한 특별한 체험이 된다. ‘취인절미 만들기’와 ‘트랙터 마차 타기’가 포함된 성황림 탐방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1인당 1만 2000원. 신청자 20명 미만일 경우 취소될 수도 있단다.​

 

성황림 탐방 프로그램에는 이 지역 명물인 취인절미 만들기도 포함되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밥에 청정 재배 취나물을 듬뿍 뿌리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떡메를 친다. 어린이용 작은 떡메도 있어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성황림

△위치: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일대

△문의: 033-763-1005(천호관광)

△매주 토요일 탐방 프로그램 운영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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