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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0만 대 시대' 차만 있고 안전과 정비사는 없다

화재 발생 시 차종별 대처법 다른데도 안전교육 극소수…정비 인력도 보급대수 대비 턱없이 부족

2020.07.02(Thu) 15:35:00

[비즈한국] 전기차 보급량이 올 4월 10만 대를 돌파했다. 2013년 제주에 160대가 보급된 이후 약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하지만 전기차 안전 문제와 관련된 사고 대응 훈련이나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정비할 인력은 보급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5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4회 환경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 3000대가 운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환경부는 1월 “올해 내로 전기차 8만 4150대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이면 전기차 보급 대수가 18만 대를 넘어서게 된다. 

 

전기차 보급 대수가 올해 4월 기준 10만 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전기차를 관리할 전문가나 사고를 예방 프로그램 등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러나 전기차 보급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전기차 안전 문제는 정부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일단 안전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에만 집중하고 있다. 안전 문제를 해결할 교육·훈련 등은 다른 정부 부처에 문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관련 부처에서 교육·훈련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소차·전기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수립하고 안전기준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전기차의 무소음과 관련한 안전기준만 담겼을 뿐이다.

 

또 교통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도로교통공단이 ‘고전압 전기차량 안전사고 긴급구조 대응교육’을 한 건 2017년 6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공단 측에서 단독으로 주관해 진행하는 사고대응훈련은 없다. 특별교육이나 사회교육 같은, 지부에서 실시하는 교육 과정에서 친환경차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소방청 역시 2019년 들어서야 중앙본부차원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고전압차량 사고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 따로 집계한 내용은 없지만, 그동안 각 지방청에서 별도로 고전압차량과 관련한 사고대응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앙본부 차원에서 사고 대응 훈련을 진행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반기에 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화재가 연간 수천 건에 이른다. 그런데 일반 내연기관 화재와 전기차 화재 대처법이 다르다. 감전사고를 대비해 전문 복장을 갖춘 뒤 투입해야 하고 소화기도 일반 자동차와 다른 걸 써야 한다”며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는 일반 차량과 달리 제조사별·차종별로 에너지 공급경로나 시스템이 다르다. 전기차 보급량이 늘어날수록 전기차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텐데 전기차 안전 문제와 관련된 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2019년 자동차 정비 관련 4개 자격증의 합격자 수는 총 8307명이다. 2019년 말 전기차 보급량이 9만 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합격자 1명당 책임져야 할 전기차는 10대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자료=한국산업인력공단


전기차 사고나 고장 시 이를 정비할 인력 양성도 이제 막 걸음을 뗐다. 자동차정비사로 활동하려면 최소 요건으로 국가기술자격증인 ‘자동차정비기능사’를 보유해야 한다. △자동차정비산업기사 △자동차정비기사 △자동차정비기능장은 기능사보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격증이다. 4개 자격증에 전기차 관련된 항목이 추가된 건 2019년부터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보급한 지 7년이나 지나서야 출제 항목이 마련됐다. 

 

실제로 정비사 부족은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내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보급된 제주의 경우 전기차를 수리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박정민 이빛컴퍼니 대표는 “매뉴얼이 없을 땐 전기차에 관심 있는 정비사들이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하면서 전기차를 수리했다. 최근에서야 전기차 전문 정비사가 배치되고 있다. 그런데 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에서 전기차 수리를 맡기면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며 불편함을 털어놨다. 

 

현대자동차의 공식 서비스 협력사 ‘블루핸즈’도 내연기관 정비사에게 자체적으로 전기차 정비를 교육한 후 전기차 수리를 맡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가 전기차 수리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전기차 전문 수리점을 올해 집중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걸맞은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비소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리 요청이 들어오면 완전 ‘멘붕’이다. 중고 전기차 성능 평가 시스템·인력도 부족하고 충전기 관리 시스템·인력도 전무하다”며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는데, 늦었다는 인식도 없다. 이와 관련된 정책 방향,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개편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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