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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지난 3년간 서울은 투기 아닌 '실수요 시장'

2013~2015년 투자 수요 많았지만, 이후 실수요가 대세…시세 차익보다 인플레이션 대비 목적 커

2020.07.20(Mon) 09:54:37

[비즈한국] 지난 3년간 서울은 실수요 시장이었다. 투자 수요로 시세가 변동된 게 아닌 ‘실수요’로 시세가 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칼럼에서 쭉 주장해 온 내용이다. 그런데 ‘실수요’에 대해 묻는 독자들이 많았다.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기준을 정하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를 ‘실제 거주 수요’ 의미로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 거주 수요에는 자가로 거주하는 수요와 임차로 거주하는 수요가 모두 포함된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오늘 칼럼에서 설명할 실수요는 한 단계 더 들어간다. 자가로 실제 거주하려는 수요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직접 주는 수요는 대부분 2년 미만의 단기간 거래다. 임차시황도 매매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국 매매가 어느 정도 가격에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현재가가 결정된다. 임차 거래는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이나 월세 수익률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임대 시세로 매매 시세를 유추하는 것은 위험한 방법이다. 아파트 매매 시세를 결정짓는 실수요는 자가로 아파트를 매수해 거주하려는 수요층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자가로 아파트를 매수해 거주하려는 수요층이다. 

 

그렇다면 ‘그전에는 실수요가 아닌 투자층이 주도했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런 지역도,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었다’는 게 내 대답이다. 입지마다 달랐다는 뜻이다. 

 

‘대세 상승기, 대세 하락기라는 말에는 모순이 있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했다. 입지에 따라 시세가 오르고 내리는 원리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중소지방과 완전히 다르다. 서울 내에서도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시세 변동 원인이 다르다. 

 

실수요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있는 반면, 투자 수요가 있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시장이 있다. 두 개의 수요가 동시에 몰린다면 시세가 크게 오르게 된다.

 

실수요와 투자수요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실수요는 대단히 보수적이다. 의사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내 돈으로 내가 매수해 거주해야 하는 집이니 당연하다. 보유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재산상의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마인드가 뒤에 있다. 시세 차익보다 인플레이션을 대비하겠다는 목적이 더 크다.

 

반면 투자 수요는 실수요에 비해 빠르다. 실수요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내가 거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수 시 고려할 요소도 적다. 시세 상승이 예상되거나 상승 중인 시장이라면 바로 매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니다 싶으면 손절매한다. 가상화폐 시장이나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다. 시세 차익이 보이면 바로 진입하고 수익 추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바로 매도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에 투자 수요가 많았다. 시세가 많이 상승하는 시장이었다는 의미다. 단기 투자 시장이 활성화됐었다. 갭투자·분양권 투자 등 5년 미만 기간에 시세 차익을 보려는 수요가 주도했다.

 

여기서 체크할 것은 전체 시장의 규모다. 모든 아파트 세대 수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1000세대 단지가 있다고 해서 1000세대 모두 시장 매물로 나와 있는 건 아니다. 시세에 매물로 등장하는 세대 수는 통상적으로 전체 세대의 10% 미만이다. 100세대 미만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10세대 안팎일 수도 있다. 이 정도 세대 수가 거래되는 걸 보고 실수요 시장인지 투자 수요 시장인지 판단해야 한다. 어떻게 구분할까.

 

1000세대 중 100세대 미만의 세대가 매물로 등장해 거래된다고 할 때 실수요, 즉 매수해 거주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지 투자 수요, 즉 매수해 전세나 월세로 세팅하려는 수요가 많은지 파악하면 된다. 갭투자 지역·단지라면 투자 수요가 훨씬 많을 것이다. 반대로 갭투자 지역이 아닌 지역이라면 실수요가 많을 것이다.

 

2013~2015년 서울에서 갭투자로 가장 인기 있었던 지역은 강서구와 성북구였다. 강서구는 가양동, 등촌동, 염창동이었고, 성북구는 길음동이 가장 인기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이 지역들에서 갭투자가 활발한가? 아니다. 지금 서울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지역은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다. 

 

하지만 이 4개 구가 갭투자나 월세 투자를 할 수 있는 지역인가? 지금 서울 톱 4개 지역의 인기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 갭으로 10억 원에서 15억 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이건 갭투자인가, 투자 수요인가?

 

당장 들어가지 못해도 향후에 들어가기 위해 미리 매수하는 것까지 투자 수요로 봐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입주하는 수요만이 실수요는 아니다. 궁극적으로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나누는 건 거주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만 판단하면 된다. 당장 거주하는 게 아니더라도 몇 년 후 거주하기 위해 매수하는 것까지 실수요에 포함된다. 매수한 세대가 실제 입주할 때까지 매매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국 단기 거래가 되지 않는, 향후 거주 아파트 역시 실수요로 봐도 무방한 것이다.

 

더 확장해 보자. 자녀들에게 사주는 경우는 실수요일까, 투자 수요일까? 당연히 실수요로 봐야 한다. 장기간 거래가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당장 입주든, 몇 년 후 입주든, 자녀 거주용이든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매수하는 수요를 실수요라고 한다. 지금 톱 4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요는 바로 이 수요다. 입주와 관계없이 시세 차익만을 위한 목적으로 매수하는 수요를 ‘투자’라고 한다.

 

월세를 받기 위해 투자하는 아파트는 어떻게 분류할까? 이건 제외해도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그 수가 미미하다. 아파트를 월세 수익을 위해 매수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대부분 시세 차익이 목적이다.

 

지금 서울 시장은 실수요 시장이다.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매수하는 수요층을 분석해 봐도 거주 목적 실수요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실수요가 지금 갑자기 많아졌을까? 실수요층이 최근 3년간 급증한 이유, 혹은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다음 칼럼에서 풀어보자.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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