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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화성에서 날아온 '화성발' 운석들의 이야기

미국 대통령이 미생물 화석이 발견됐다고 '공표'한 운석,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운석…

2020.08.10(Mon) 09:54:29

[비즈한국] 미국의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1996년 굉장히 뜬금없는 기자회견을 한다.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에서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발표였다. 정치적 사안도 아니고, 과학적 사안를 연구 책임자도 아닌 국가 원수의 입으로 직접 발표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게다가 그 발표의 내용도 아주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발표는 충분한 검증 없이 벌어진 민망한 설레발 사건으로 회자된다. 대체 클린턴은 뭘 보고 그런 놀랍고 황당한 발표를 했던 것일까? 그리고 지구로 날아오는 화성발 운석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일까? 

 

백악관이 발표한 화성 생명체 발견 소동. 과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화성에는 정말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이 소중한 이유 

 

평소 지구에는 운석이 얼마나 떨어질까? 천문학자들은 매년 6000개 정도, 하루에 20개 남짓 운석이 수시로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물론 지구 표면이 대부분 바다라서, 운석 대부분은 바다에 빠진다. 실질적으로 회수하는 운석의 수는 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수집된 약 6만 개의 운석 가운데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은 200~300개 정도로 굉장히 희소하다. 먼 옛날 화성에서 아직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을 때, 화산 폭발과 함께 우주로 돌멩이들이 튕겨 날아간 경우가 있다. 또 운석이 화성에 충돌할 때 그 충격으로 화성 파편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 경우도 있다. 이렇게 날아간 화성 파편들이 지구로 추락하면 그것이 화성발 운석이 된다. 

 

미생물이 발견되었다는 소동이 벌어졌던 화성발 운석 ALH84001. 사진=NASA

 

특히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굳이 로봇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내지 않아도 지구에서 편히 화성을 연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구로 직접 찾아온 화성 샘플이 되는 셈이다. 매번 가고 싶을 때마다 화성에 로봇을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운 좋게 어쩌다 화성이 우주 공간에 흘린 ‘각질’이 지구로 떨어지면 그것을 주워 연구하는 것이다. 

 

1996년 클린턴 대통령을 설레발치게 했던 화성의 운석은 ALH 84001이란 돌멩이다. 이 운석은 1984년 여름에 남극 소행성 탐사 프로그램 ANSMET를 통해서 앨런 구릉(Allan Hills)에서 발견된 운석이다. 이 운석은 약 40억 년 전에 화성을 떠나 1만 3000년 전에 지구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NASA의 우주 생물학자 데이비드 맥케이(David McKay)는 1996년에 아주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이 운석에서 화성에 살던 고대 미생물의 화석을 발견했다는 놀라운 주장이었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운석의 시료 모습을 보면, 얼핏 작은 지렁이 화석 같은 독특한 모습이 발견된다. 이 크기는 수백 나노 미터 수준으로 아주 작은 크기다. 맥케이는 이것이 화성에 살던 고대 미생물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화성발 운석 ALH84001에서 포착된 흥미로운 형체. 얼핏 지렁이처럼 생긴 미생물로 보이기도 한다. 사진=NASA

 

또 이 운석에서는 탄산염 성분이 발견되었다. 보통 지구에서 탄산염은 물속에서 공기 중 탄소를 고정시킬 수 있는 생명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맥케이는 오래전 화성에 물이 많던 시절에 살았던 미생물들의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화성 외계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맥케이의 주장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운석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지렁이 같은 형체나 탄산염 물질들은 비생물학적인 지질학적 과정으로도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장 눈에 띈 지렁이 모양의 형체도 지구의 미생물들에 비해서는 너무 크기가 작아 하나의 독립된 유기체로 기능할 수 있는 미생물의 모습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있었다. 

 

#‘인면암’과 미생물 해프닝 

 

가끔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하트 모양, 코끼리 모양 등을 떠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자동차 앞의 범퍼를 보면서 사람의 얼굴 표정을 떠올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실제로는 거기 있지 않은데, 자꾸 우리가 익숙한 것에 빗대서 인지하면서 세상을 왜곡해서 보는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변상증이라고 한다. 화성도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자꾸 뭔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파레이돌리아의 행성이라고 볼 수 있다. 

 

1976년 바이킹 1호 탐사선이 포착한 인면암 추정 물체(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와 2001년 화성 탐사 프로그램 MGS(Mars Global Surveyor)로 새롭게 확인한 고화질의 인연암. 아쉽게도 평범한 바위로 확인되었다. 사진=NASA/JPL

 

1976년 화성에 날아간 바이킹 1호 탐사선은 화성 표면에서 사람 얼굴 모양을 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 인면암을 포착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처럼, 화성에 아주 오래전에 살다가 멸망한 고대 화성 문명의 흔적이라는 상상력을 펼쳤다. 하지만 그 이후에 후속 탐사선에서 고화질의 사진을 찍은 결과, 아쉽게도 인면암은 아무것도 아닌 그냥 흔한 바위 언덕이었다. 이 역시 구식 탐사선의 낮은 해상도와 사람들의 파레이돌리아 착각이 함께 빚어낸 웃픈 에피소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화성 운석에서 포착된 생명체의 가능성을 발표하는 모습. 영상=White House Television(WHTV)/ Main/Cut

 

운석 ALH 84001에서 발견된 미생물로 추정되는 흔적 역시,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데 자꾸 우리가 익숙한 지렁이, 미생물의 모습에 빗대서 보려고 하다 보니 생긴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아쉽지만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화성 생명체는 없다. 그래서 1996년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 과학자 개인의 (놀라운)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천문학자들이 당황했다. 그것이 정말 화성 생명체의 흔적인지, 학계에서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서 공식적으로 발표해버린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성은 참 감질나게 하는 행성이다. 수년에 걸친 탐사로 이제는 화성도 과거에는 지구처럼 물이 풍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도 화성 표면 아래 지하에는 생명체가 생존할 가능성도 찔끔찔끔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정말 화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발견한 적은 없다. 

 

#참을성의 한계, 퍼시비어런스의 희망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헷갈리게 하는 화성에 천문학자들도 이제 참을성의 한계를 느낀 것일까? 지난 2020년 7월 30일 NASA는 참을성, 인내심이라는 뜻의 새로운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를 발사했다. 

 

지난 7월 30일 발사한 마스 2020 퍼시비어런스 탐사 미션의 로켓 발사 장면. 발사 직후 작은 기술적 문제가 발생되어서 잠시 안전 모드에 들어갔지만, 현재 화성까지 가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사진=NASA


이번에 우주로 올라간 퍼시비어런스는 2021년 2월 말, 화성에 착륙한다. 오래전 물이 가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의 가장자리에 내릴 예정이다. 이 탐사선에는 특별한 손님도 타고 있다.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 SaU 008(Sayh al Uhamiyr 008)이다. 이 운석은 1999년 오만의 한 사막에서 발견된 것으로, 60만~70만 년 전에 화성을 떠나 지구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만 년 만에 지구의 로봇 탐사선을 타고 드디어 고향 행성, 화성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오랫동안 화성이 흘린 운석을 장기 대여하고 있던 지구가 드디어 다시 원래 주인에게 운석을 반납하게 되었다. 

 

이번에 화성으로 함께 가는 운석 SaU 008의 샘플(왼쪽)과 편광 현미경으로 확인한 광물들의 모습(오른쪽). 사진=NASA


퍼시비어런스 탐사 로버. 앞서 먼저 화성에 착륙했던 큐리오시티 선배 로봇과 외관이 거의 비슷하다. 사진=NASA/JPL

 

이번에 퍼시비어런스 탐사선이 이 화성발 운석을 함께 챙겨간 이유는, 탐사 과정에서 로봇의 측정 장비를 더 정확하게 칼리브레이션(Calibration)하기 위해서다. 퍼시비어런스의 로봇 팔 셜록의 끝에는 화성의 토양과 암석을 분석하는 카메라, 분광기 등 다양한 장비가 실려 있다. 그런데 화성은 강한 방사선과 낮은 온도, 큰 일교차 등으로 기계 장비들이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수시로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장비들로 측정한 측정치들은 올바른 값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미 지구에서 테스트해서 성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열 가지 시료를 함께 실어서 화성으로 보냈다. 3개월에 한 번씩 셜록 장비는 이 시료들을 측정하면서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특히 화성의 성분을 잘 측정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화성 운석 시료도 함께 실어 보낸 것이다. 

 

퍼시비어런스에는 먼 미래, 유인 화성 탐사를 준비하기 위한 특별한 샘플들도 함께 실려 있다. 테플론, 고어텍스와 같은 우주복에 쓰는 소재 샘플들이 화성의 낮은 온도와 방사선 등의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손상을 입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살아 있는 사람이 화성에서 안전하게 입고 생활할 수 있는 우주복의 소재를 찾을 예정이다. 꿈만 같던 화성 유인 탐사를 드디어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발사한 퍼시비어런스에는 특이하게 헬리콥터 형태의 로봇도 실려 있다. 화성은 지구와 달리 기압이 아주 낮고 대기가 적어서 양력을 만들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화성의 환경에 맞게 제작한 소형 헬리콥터 로봇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탐사를 도울 예정이다. 영상=NASA/JPL

 

거의 100만 년 만에 자기가 원래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운석, 그리고 화성 유인 탐사의 꿈을 품고 화성을 먼저 방문하게 된 우주복 옷감들. 다양한 사연을 품고 화성으로 향하고 있는 마스 2020 퍼시비어런스 탐사선의 여정이 부디 무사히 진행되기를. 이름 그대로 천문학자들의 인내심에 보답해주는 이름값 하는 탐사선이 되어주길 바란다. 

 

https://www.esa.int/ESA_Multimedia/Videos/2020/07/Flight_over_the_Mars_2020_Perseverance_rover_landing_site

https://www.nasa.gov/press-release/nasa-ula-launch-mars-2020-perseverance-rover-mission-to-red-planet 

https://mars.nasa.gov/mars202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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