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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3년 살아도 다 모르는 독일의 쓰레기 분리수거

잘못하면 동네 '할머니캅'이 혼쭐…국물 많은 한식 처리 골머리 아파

2020.09.24(Thu) 11:21:50

[비즈한국] 독일 생활 3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과연 내가 쓰레기 분리를 잘 해왔는가’이다. 독일사람들 중에도 제대로 된 분리수거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까닭이다. 

 

물론 간단히 생각하면 말 그대로 간단할 수 있다. 종이, 재활용(플라스틱), 바이오, 일반 등 네 개로 나눠진 쓰레기통에 ‘분리’만 잘 해서 넣으면 되는 것. 문제는 어디까지가 재활용 쓰레기인지, 바이오에는 어떤 것들을 넣고 넣지 말아야 하는지,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을 수 없게 돼 있는 유리병 등 기타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폐품용 ‘스티커’를 붙여서 내놓을 수 있었던 폐가구 등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이 세분화돼 있고 헷갈릴 때가 많다는 점이다. 주마다 세부적인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의 주택에 해당하는 하우스에 사느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또 달라서 이사 시에는 반드시 쓰레기 관련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보눙(아파트)에 마련된 쓰레기장. 종이, 재활용(플라스틱), 바이오, 일반 등을 구분해 넣도록 돼 있다. 유리병을 비롯해 여기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동네 어딘가에 있는 공용 쓰레기통에 분리 배출해야 한다. 고철이나 폐가구, 폐가전 등은 재활용센터에 직접 갖다 버려야 한다. 사진=박진영 제공


한국을 떠나기 전 미리 독일의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본 터라 별 걱정 하지 않았던 나는 처음 베를린에서 머물던 주택에 쓰레기통이 달랑 일반과 바이오 두 개만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나머지 쓰레기들은 어디에 버려야 하는 것인지 놀라 묻는 내게 집주인은 말했다. 주택은 집집마다 모든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지 않다고, 나머지는 동네 군데군데 비치된 해당 쓰레기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번거롭긴 했지만 어려울 건 없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종이를 버리는 쓰레기통과 노란색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통이 있었으니까. 

 

현재 살고 있는 보눙(아파트)으로 이사 온 후로는 보다 편리해졌다. 보눙 안에는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쓰레기장이 지상 또는 지하에 별도로 마련돼 있고, 일반 쓰레기부터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통까지 항상 비치돼 있다. 각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날짜가 다르긴 하지만, 거주자들은 수시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으니 날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쓰레기통이 넘치면 배출할 수 없으니 날짜를 알아둘 필요는 있다. 쓰레기통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가령 옆에 세워둔 쓰레기는 수거해가지 않고, 쓰레기가 쌓이면서 쓰레기통 뚜껑이 닫히지 않는 경우 몇 개를 덜어내고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주민 간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해서 조심해야 한다.

 

관련해 들은 일화가 있다. 한국인 지인이 집 앞 일반 쓰레기통이 살짝 넘쳐 뚜껑이 열려있는 상태일 때 그 위에 쓰레기봉투 하나를 얹었다. 이미 약간 열려있던 터라 ‘이 정도면 괜찮은가 보다’ 생각했다고 했다. 문제는 쓰레기 업체에서 수거를 해가는 과정에서 뚜껑을 닫기 위해 맨 위에 있던 봉투 한두 개를 바닥에 던져놓고 간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쓰레기봉투가 찢어져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고 악취의 원인이 됐다. 하필이면 깐깐한 독일 할머니가 이 현장을 보고 치우게 됐는데 한글 포장재 하나가 포함돼 있어 어느 집 쓰레기인지가 딱 들통난 것. 할머니의 강한 항의를 받은 지인은 그 다음부터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뚜껑이 닫히는지를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빈병 반납 시 환불 받는 음료수병, 맥주병 등을 제외한 유리병은 녹색, 갈색, 투명 등 색상별로 분리해 버려야 한다. 색을 분류하는 이유는 완전한 재활용을 위해서라고. 유리병 전용 쓰레기통은 대형마트를 비롯해 동네마다 공용으로 설치 돼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쓰레기 때문에 독일 할머니에게 혼이 난 사례는 나에게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할머니캅’이라 할 정도로 독일 할머니들 중에 유독 이런저런 감시와 관리에 철저한 분들이 있는데, 독일 생활 초반 나 또한 ‘할머니캅’에게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원인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한식은 젖은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다 보니 나는 번번이 음식물 쓰레기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수분을 최대한 제거하고 물기가 새지 않게 비닐 봉투 안에 잘 담아서 버린다고 노력했는데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루는 음식물 쓰레기가 든 하얀 비닐 봉투를 넣고 바이오 안에 넣으려는데 위층에 살던 할머니가 창문 밖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뉘앙스만 들어도 쓰레기 봉투를 넣지 말라는 것으로 들렸다. 잠시 후 내려온 할머니는 독일어로 뭐라 뭐라 화를 냈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유일하게 ‘그륀’이었다. ‘아, 쓰레기봉투 중에 ‘바이오(BIO)’라고 쓰인 녹색 봉투가 있던데 그걸 써야 한다는 말인가 보다’라고 해석한 나는 그 후 줄곧 바이오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버렸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은 그 ‘할머니캅’의 이야기도 틀렸다는 점이다. 바이오 쓰레기통에는 자연분해 되는 쓰레기만 버릴 수 있고, 마트에서 파는 종이봉투나 신문지 등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고 했다. 100% 자연 분해되는, 쓰레기봉투 중 비교적 고가에 판매되는 일부 비닐 봉투라면 괜찮지만 ‘바이오’라고 씌어있는 녹색 봉투라고 해서 다 바이오에 넣으면 안 된다는 것.

 

젖은 음식물 쓰레기를 종이봉투에 담는 게 불가능했던 나는 그 후 과일 껍질이나 식물 등을 제외하고 음식물 찌꺼기 같은 젖은 쓰레기의 경우 그냥 일반 쓰레기 안에 포함해 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쓰레기 업체에서도 어떤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지 헷갈리는 경우에는 일반 쓰레기통에 넣으라고 하니까.

 

가장 헷갈렸던 것은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부분이었다. 노란색으로 된 쓰레기통 앞에 그림과 글자 등으로 안내가 있긴 하지만, 넣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이 안 되는 쓰레기도 많았다. 부끄럽게도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재활용 쓰레기통 안에는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재만을 넣어야 한다. 독일 생활 초반에는 유리병들을 색상별로 따로 모아 버리는 쓰레기통이 동네 곳곳에 공용으로 비치돼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재활용 쓰레기통에 많이 버렸고, 심지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로 된 것들도 당당하게 버리곤 했는데, 사실 지금도 과연 100% 완벽한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 가지 더, 나름 철저한 쓰레기 분리 배출 및 수거 체제를 갖춘 독일에서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쓰레기 관련 세금을 내는 만큼 폐가구, 폐가전 등을 버릴 때 한국처럼 따로 유료 스티커를 부착할 필요가 없다. 따로 마련된 재활용센터에 직접 가져다 버려야 한다는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2017년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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