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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장 발주?' 마스크 대란 이후 사기 브로커 판 친다

실체 없는 계약 내세워 생산공장·투자자 유혹…중국산 기계 팔기 위한 수법으로 진화

2020.12.15(Tue) 18:17:39

[비즈한국] 코로나19 시대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둘러싸고 이른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허위로 의심되는 터무니없는 규모의 계약 건을 가지고 마스크 공장 및 유통업자들에게 접근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은 이미 수요를 앞질러 공급 안정세에 있으며, 해외 수출 수요 역시 일정한 만큼 사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국내 마스크 시장은 올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다.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해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호황을 누렸지만, 이내 공급 과잉 탓에 업체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은 흔들리는 마스크 시장을 더 어지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상반기 우리나라는 마스크 유통 과정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마스크 가격은 폭등했고 사재기와 매점매석이 횡행했다. 

 

결국 정부가 3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마스크 생산, 유통, 분배 전 과정을 통제했다. 마스크 공급 확대를 위해 인건비 지원 사업, 마스크 재료 관세 면제 등 지원이 늘면서 마스크 생산업체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2월 6일 기준 의약외품 마스크 제조업체는 928곳이다. 지난 1월 137곳에서 무려 약 7배 증가한 수치다. 

 

마스크 시장이 ‘코로나 특수’로 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브로커도 등장했다. 제보자 A 씨는 “브로커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한편에서는 계약 수주를 받아줄 생산업체를 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형 계약을 받아줄 재력가를 물색한다. 주 활동 지역은 대개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역삼역, 사당역 인근 카페”라고 귀띔했다. 

 

A 씨는 이들 브로커의 솔깃한 제안이 대부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브로커들 이야기가 사실이고 이들이 한 번이라도 계약을 성사시켰다면, 이미 부자가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면 아직도 ‘뚜벅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생 역전에 눈이 멀어 허위 계약을 들고 허상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 B 씨는 “마스크 사업에 관심이 있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한 브로커를 만났다. 자신이 마스크 수출을 수주했는데 (이를 만들어줄) 공장이 없다. 알아봐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런데 계약 규모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연간 최대 1000억 장을 발주하겠다는 거다. 브로커가 속한 회사가 부동산 개발업 등 마스크와 전혀 관련이 없었던 점도 믿음이 가지 않아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매주 공개하는 의약외품 마스크 주간 총생산량. 현재는 1억 장 중반대를 유지 중이다. 자료=식약처


실제로 식약처의 의약외품 마스크 총생산량을 보면 2월 4주부터 현재까지 주간 평균 1억 7000만 장이 생산됐으며, 이 기간 총생산량은 44억 1808장 수준이다. 브로커가 요구하는 연간 1000억 장 기준에도 한참 모자라다.

 

또 관세청의 품목별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10월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HS코드 6307909000) 수출 중량은 917.7톤이다. 업계에서는 관세청 지침에 따라 공산품, 의약외품 마스크 수출 시 해당 코드를 사용한다. 마스크 한 장 무게를 3.1g이라고 가정했을 때 3억 장 정도에 불과하다.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 전체가 마스크라고 가정해도 연간 1000억 장은 터무니없는 수치다.

 

브로커들은 마스크 주문 계약을 빌미로 계약금을 받고 잠적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마스크 생산 기계를 팔기 위한 미끼로 계약 건을 이야기하는 수법도 생겼다. B 씨는 “최근 브로커들로부터 여러 제의를 받았다. 그들은 한국산 기계는 비싸고 마진이 적게 남으니 값싼 중국산 기계를 들여와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100억 장 규모의 마스크 계약 건을 가지고 있으니 중국산 기계만 자신에게 사면 무조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마스크 업체 관계자 C 씨는 “올해 상반기 공장들이 마스크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실제로 중국산 기계를 많이 들여온 것으로 안다. 이미 공급량은 충분한 상황이며 이제는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다. 실제로 도산한 마스크 공장도 생겼을 만큼 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브로커들이 중국산 기계를 팔아넘기면서 한몫 챙길 심산인 것 같다. 주변에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A 씨 역시 “현재 수많은 브로커들로 인해 마스크 유통 시장이 그야말로 복마전”이라며 “지금은 검증된 거래선을 가지고 있는 기존 공장 및 유통업자를 제외하면 마스크로 큰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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