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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팬덤의 원천은 소설 '파운데이션'

소설 속 미래와 일론 머스크 사업의 높은 유사성…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로 올해 출시

2021.02.18(Thu) 09:50:43

[비즈한국] 샤넬백을 줄 서서 사는 여자들이 혹시 못마땅해 보인 적 있는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스테디셀러 `클래식` 시리즈는 가격 상승을 거듭해 현재 정가로 800만 원을 넘나들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매장 앞에 줄을 선다. 아무리 명품답게 품질이 좋다고 해도 원가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SF 고전 명작 소설 ‘파운데이션’이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돼 올해 나올 예정이다. 사진=애플 제공

 

공학도들의 우상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자동차계 애플`이라 불린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 소비자인 필자의 시선으로 테슬라를 보면 어쩐지 샤넬이 연상된다. 정확히는 고평가 논란에도 가격이 치솟기만 하는 테슬라 주식이 말이다. 

 

샤넬백 구매가 이해 안 되는 눈이 있듯 기성 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눈에는 그 비싼 테슬라 주식을 쓸어 담는 이들이 못마땅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탄탄한 품질의 독보적인 전기차 기업임이 틀림없지만, 동종업계 대비 크게 부풀려진 1200배에 가까운 PER(주가수익비율), 다른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저조한 판매 대수, 탄소 배출권 판매가 매출의 적잖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경쟁사들도 전기차와 자율주행 부문에서 점점 실력을 갖춰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 주가 고공행진은 상식을 넘는다. 오죽하면 테슬라 주주들을 ‘테슬람’이라 부를까. 

 

여성을 코르셋에서 탈출시키고 손이 자유로운 숄더백을 고안한 가브리엘 샤넬의 ‘여성 해방’이라는 정체성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무형의 가치가 되어 샤넬 제품에 고스란히 스몄다. 거기에 소비자의 군중심리까지 버무려져 원가 대비 너무 비싸진 샤넬백처럼, 펀더멘탈 대비 너무 비싼 테슬라 주식 역시 물론 군중심리와 함께 무형의 가치가 스며 있다. 샤넬의 가치가 가브리엘 샤넬의 혁신과 100년의 역사에 있다면, 테슬라의 가치는 일론 머스크를 향한 팬덤이 주를 이룬다.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 램스킨 제품. 국내 정가가 800만 원대지만 여전히 인기가 높다. 사진=샤넬 제공

 

#시장 들었다 놨다하는 상식 뛰어넘는 ‘팬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인 머스크에 대한 팬덤은 테슬라 주가만 올려놓은 게 아니다. 최근 테슬라가 비트코인 매입을 결정하고 테슬라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다는 발표 이후 비트코인 시세는 5000만 원을 상회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한방에 도지코인 가격이 치솟았고, 게임스탑 주가 올리기 운동에 그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자 수많은 개인이 손해를 무릅쓰고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오디오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는 머스크의 참여로 인기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를 향한 이런 팬덤이 형성되기까지는 전기차 시대의 본격 도래를 일군 산업의 리더라는 테슬라의 입지 외에도 머스크 특유의 ‘미래의 아이콘’ 이미지도 강하게 작용했다.

 

남들은 상상으로 끝낼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일들을 현실로 만들 것 같은 심상찮은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팬들의 충성도를 굳건하게 해줬고, 그러다 보니 간혹 좀 미심쩍어 보이는 행보에도 팬덤은 흔들리지 않고 테슬라 주가는 높아질 뿐이다.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는 테슬라의 펀더멘탈을 뛰어넘는 무형의 가치가 되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식 투자는 이성의 영역을 넘어 종교화됐다는 의미로 ‘테슬람’이라는 유머러스한 지칭이 있다.

 

# ‘파운데이션’이 보여주는 일론 머스크의 꿈

 

그렇다면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는 어디까지이며, 이런 그의 꿈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SF 소설계 고전 명작으로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읽어 보면 일말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머스크는 종종 자신의 사업들은 ‘파운데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로 론칭 될 예정이기도 한 ‘파운데이션’은 수만 년 후 미래 은하계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소설로 1950년대 큰 사랑을 받고 지금도 전 세계 많은 팬을 보유했다. 주인공 ‘해리 셀던’이 수학을 통해 인류 미래를 예언한 학문 ‘심리역사학’을 중심으로 인류사의 혼란상과 극복을 그려낸 이 소설은 기상천외한 과학적 상상뿐 아니라 은하계 규모의 정치 활극과 반전의 묘미까지 즐길 수 있는 역작이다. 

 

우선 머스크의 회사 ‘스페이스X’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을 시작으로 우주 개발 뜻을 품은 회사로, 소설의 배경인 우주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소설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 말없이 소통할 수 있고 사람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정신 능력자들이 활약한다. 이와 대비되듯 정신 능력이 없는 진영은 대신 과학으로 일군 첨단 기술 문명을 갖췄는데, 파일럿의 마음을 능동적으로 읽어 수동 조정이 필요 없는 우주선도 나온다. 이 우주선은 은하계 곳곳의 위치, 온도, 에너지 상태 등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들을 방대하게 갖추고, 파일럿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기도 전에 먼저 알아차리고 정확히 실행하는 경이로운 존재다. 그저 두 손을 뻗어 컴퓨터에 한번 연동하면 전부 우주선이 알아서 한다. 

 

이 대목에서 테슬라와 뉴럴링크가 연상된다. 테슬라는 현재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또 머스크의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회사 뉴럴링크는 사람 뇌에 칩을 이식, 뇌파를 읽어내 의수나 의족 같은 사물에 명령을 내리고, 나아가 뇌파만으로 테슬라를 운전하고 원하는 음악이나 영화를 틀고 게임도 하는 칩 개발이 목표다. 즉 머스크는 테슬라를 이 소설 속 경이로운 우주선처럼 만들겠단 속셈이다. 

 

그동안 머스크의 여러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그는 더 나아가 칩을 통해 뇌파 감지를 넘어 머릿속에 정보를 넣는 것도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서로 말없이도 뇌파로 왜곡 없이 소통하는 미래까지 꿈꾼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초능력으로 언어 없이 소통하는 정신 능력자들과 마음만으로 우주선을 조정하며 은하를 누비는 소설 속 장면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또 소설 속 은하 제국의 수도 행성인 ‘트랜터’는 행성 전체가 금속으로 둘러싸이고 그 밑으로 인공 기후를 비롯한 온갖 인프라가 제공되는 거대한 지하 도시인데, 간간히 터널을 통해 이동하는 교통수단이 등장한다. 그런데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 더 보링 컴퍼니는 땅속 터널을 통한 대중교통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쯤되면 머스크는 파운데이션 속 세상을 통째로 현실로, 본인 일생 내 최대한 구현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는 소설 ‘파운데이션’에는 생각만으로 조정하는 우주선과 말없이 정신력으로 소통하는 초능력자 등이 등장한다. 사진=애플TV 유튜브 캡처

 

# 미래 리더 vs 몽상가…그의 진짜 정체는?

 

이런 해석이 맞다면 소설은 소설이듯 머스크의 꿈도 한낱 공상일 수 있다. 샤넬을 테슬라에 비유했지만, 전자의 가치는 과거에 이미 이룬 것에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 아직 모르는 미래에 있기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그를 ‘사기꾼’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잖다. 또 그에게 ‘쇼맨십’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머스크를 향한 팬덤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이를 못마땅하게 보거나 말거나 자본 시장을 실제로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을 발휘한다. 고평가된 주가라 해도, 꼭 시세 차익이 목표가 아닌 그가 꿈꾸는 미래에 동참하는 티켓을 사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런 현상은 ‘팬덤 이코노미’라는 엄연한 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기성 투자 원칙에 의한 보수적인 시선만을 고수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7권이나 되는 파운데이션을 읽으며 그가 떠오른 장면들은 이 외에도 많지만 추후 나올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정도로 하겠다. 이 소설 속 장면들이 일론 머스크의 손에 의해 현실이 될지, 몽상가의 꿈으로 끝날지는 훗날 열어봐야 알겠지만, 파운데이션이 인생 소설인 독자 팬으로서 기왕이면 소설 속 환상적인 과학의 진보가 일부나마 우리가 죽기 전에 현실이 되어 주길 희망해 본다. 그러니까 힘을 내요 아이언맨!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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