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칼 세이건이 풀지 못한 마지막 질문, 우주 최후의 존재

지금은 인류의 '생명의 시대', 그다음 우주는 어떤 것의 시대가 될까

2021.03.02(Tue) 12:13:54

[비즈한국] 고등학교 시절 내내 푹 빠졌던 ‘스포어’라는 게임이 있다. 단세포 생명체에서 출발한 크리처가 육상으로 걸어나와 진화를 계속하고, 결국 행성 바깥 은하계를 누비는 우주 문명에 이를 때까지, 방대한 우주의 빅 히스토리를 직접 써내려가는 엄청난 스케일의 ‘육성 게임’이다.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우주 문명에 도달하고 나면 계속해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도, 새로운 콘텐츠도 없다는 것이다. 

 

게임 ‘스포어’의 한 장면. 연못 속 최초의 생명체에서 시작해 육상 동물로 진화하고 원시 부족을 거쳐 우주 문명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다룬다. 이미지=Maxis


사실 이건 게임 제작사 탓은 아니다. 실제로 인류는 최근에서야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누비는 상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말 우주 문명에 도달한 이후 또 우주에는 어떤 존재가 등장할지, 먼 미래 우주에는 또 어떤 역사가 쓰일지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마음 한편의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먼 미래에 인류와 지구와 태양계까지 모두 사라지더라도 우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결같이 평화롭고 고요한, 적막과 어둠의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항상 궁금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이 흘러 오늘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사라진 먼 미래에는 또 어떤 새로운 것들이 우리를 대신해 우주를 채우게 될까? 약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한 우주는 오래전 태초에 암흑의 시대를 거치고, 최초의 별과 은하의 시대와 행성 탄생의 시대를 거쳐 지금은 ‘생명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먼 미래의 우주는 ‘무엇의 시대’가 될까? 생명 그다음 세대 우주의 주인공은 무엇이 될까? 

 

우주 진화의 가장 마지막엔 무엇이 남게 될까? 생명마저 사라진 우주 진화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칼 세이건의 우주 달력이 만든 거대한 오해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에덴의 용’을 통해서 ‘우주 달력(Cosmic calendar)’이라는 매력적인 개념을 소개했다. 138억 년에 달하는 우주 전체의 역사를 1년의 시간으로 축약한 달력이다. 우주 달력은 1월 1일 0시 빅뱅을 시작으로 현재 시점을 12월 31일 자정으로 둔다. 우주 달력 속 한 달이 실제 시간으로 대략 11억 년, 우주 달력 속 하루가 실제 시간으로 3800만 년 정도 된다.  

 

우주 달력. 1월 1일 빅뱅으로 시작해 12월 31일 오늘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를 1년짜리 달력으로 축약한 것이다. 이미지=National Geographic


이 달력에서는 1월 1일 우주가 탄생했다. 1월 말이 되면 최초의 원시 은하가 탄생했다. 3월 중순, 새 학기가 갓 시작할 때 우리 은하가 우주에 함께 데뷔했다. 이후 9월의 시작과 함께 태양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9월 말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고, 12월 20일이 넘어서야 식물들이 바다 바깥 육지로 올라왔다. 그리고 12월 25일, 지구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룡이 탄생했다. 우주 달력에서 인류는 12월 30일이 되어서야 등장했다. 인류가 지구에서 농사를 지은 시간은 우주 달력에 12월 31일 자정 직전 마지막 1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우주 달력은 단순히 우주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줄 뿐 아니라, 그 기나긴 우주의 역사에 비해 우리 인류가 얼마나 짧은 ‘찰나’에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칼 세이건이 우주 달력을 소개한 이후 지금까지 우주 달력의 초침 바늘이 아직 한 칸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주 달력은 우주가 공간적일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 얼마나 거대한 세계인지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너무나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잘못 보면 오해를 하기도 쉽다. 빅뱅으로 시작해 오래전 수많은 별과 은하가 만들어지고, 태양계가 탄생하고 생명의 진화를 거쳐 오늘날의 우리에 이르는 우주 달력의 타임라인을 쭉 따라가다보면, 우주의 모든 진화 역사가 오늘날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흘러온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칫 우주의 역사를 지극히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우주 진화 역사를 담은 타임라인을 잘못 보면 마치 모든 진화가 현재 시점으로 끝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미지=NASA


따라서 우주 달력을 볼 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빅뱅부터 현재의 순간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를 1년짜리 달력으로 욱여넣었기 때문에 12월 31일 자정이 현재의 우주가 되었을 뿐, 지금이 과학적으로 특별한 시점이라서 12월 31일이 된 것이 아니다. 우주 달력은 12월 31일 자정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주는 그 뒤로도 계속 진화를 이어갈 것이고, 다음 1월을 시작할 것이다. 인간이 작위적으로 만든 달력에선 12월 31일이 폭죽을 터트리고 함께 파티를 즐기는 특별한 날일지 모르지만, 사실 12월 31일은 다른 364일과 별 다를 것 없는, 12월 30일의 다음날이자 1월 1일의 전날이다. 엔트로피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한 우리 우주의 시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흐를테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똥 만드는 기계’   

 

우주는 태초의 혼돈에서 시작해 점차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주 거대구조를 완성하고 생명체까지 만들어냈다. 얼핏 보면 이 과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가 더 무질서해지며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고 이야기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은하가 만들어지고 별이 태어나고 생명체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에서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꾸준히 증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을 통해 초기 우주 속 질량이 모이면서 거대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이미지=Physics Frontier Center of the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중력과 핵력 덕분이다.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에서 물질을 끌어당기는 두 가지 힘, 중력과 핵력의 노고 덕분이다.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는 과정과 같다. 얼핏 보면 어질러진 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방 안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과정처럼 보일지 모른다. 물론 국지적으로 보면 침대의 엔트로피가, 책꽂이의 엔트로피가 줄어들 수 있다. 

 

초끈이론의 대중화로 이름을 날린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은 ‘엔드 오브 타임’을 통해 국지적으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과정을 ‘엔트로피 2단계 과정(entropic two-step)’라고 정의한다. 방을 정리하는 동안 방을 쓸고 닦으면서 발생하는 마찰열, 열심히 방을 정리하느라 몸에서 나오는 체열과 땀, 후끈해진 방안의 공기로 인해 더 빨라진 공기 분자의 움직임…. 이 모든 것은 방이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더라도 방이라는 우주의 전체 엔트로피는 결국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하나의 작은 물리계 안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 있지만, 외부로 방출된 엔트로피 증가량이 감소량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아무 문제 없이 계속 커질 수 있다. 결국 내 방이 어지럽혀진 이유는 우주의 엔트로피 탓이 아니라 그냥 내가 게으른 탓일 뿐이다. 아쉽게도 열역학 제2법칙은 나의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방이 어질러진 이유를 모두 엔트로피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지=HMP comics


엔트로피 2단계 과정을 통해 우주의 모든 별과 생명체는 유용한 에너지를 활용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며 부산물로 쓸모 없는 에너지, 찌꺼기를 뱉어낸다. 다시 말해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사실 ‘똥 만드는 기계’라고 볼 수 있다.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앞선 우주가 남긴 ‘똥’을 거름 삼아 다음 세대의 우주가 성장하며 계속해서 우주의 엔트로피 2단계 과정을 밟아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수십억 년 전 우주에서 중력을 통해 빚어진 1세대 별은 중력 수축과 핵융합 반응이라는 엔트로피 2단계 과정을 통해 초기 우주에는 없었던 더 다양하고 무거운 중원소라는 ‘똥’을 남겼다. 이 별들이 남긴 초신성 잔해와 별 먼지들은 이후 다음 세대의 별과 행성이 태어나는 비옥한 거름이 되었다. 

 

이렇게 앞선 세대의 별들이 남긴 별 먼지 속 규소와 철, 마그네슘이 모여 지구라는 암석 덩어리가 태어났다. 그리고 별 먼지 속 탄소와 질소, 산소가 모여서 생명이 탄생했다. 그렇게 탄생한 한 생명체는 별 먼지 속에 있던 구리와 철 등 금속을 땅을 경작하거나 전쟁을 치르는 데 사용했고, 이제 그 금속으로 만든 로켓을 타고 고향 행성을 벗어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는 모두 과거의 우주가 남긴 거름 속에서 피어난 민들레 꽃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리고 분명 지금의 우리 역시 미래의 우주를 위한 또 다른 거름을 우주에 남기고 있을 것이다. 

 

카시오페이아 A 초신성 잔해. 오래전 존재한 별들이 이렇게 남긴 별먼지 잔해가 모여서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 이미지=NASA/CXC/SAO; NASA/CXC/E.Jiang

 

#인간이란 초신성은 어떤 잔해를 남기게 될까

 

과거에 존재한 별들이 미래의 우주를 위한 초신성 잔해, 별 먼지라는 거름을 남겼다면, 지금의 우주를 살아가는 생명이란 존재,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다음 우주를 위해 대체 어떤 거름을 남기고 있는 걸까? 생명이라는, 인간이라는 이 연약한 초신성만이 남길 초신성 잔해는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모두 사라진 먼 미래의 우주는 우리가 남긴 양분을 활용해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까?

 

오늘날 인류는 치열한 진화 끝에 스스로가 태어난 우주의 기원과 끝을 상상하고 탐구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다양한 ‘똥’을 우주에 남겼다. 가끔 SNS에 ‘똥글’을 쓰기도 하고, 친구들과 ‘개똥철학’을 주고 받으며 언쟁을 하기도 한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가 남긴 다양한 똥글은 실존하지 않는 세상을 노래하는 음악과 문학, 미술 같은 예술을 낳았다. 인류가 남긴 다양한 개똥철학은 추상적인 관념만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다양한 철학과 윤리, 종교와 정치 이념, 사상이 되었고 우주의 규칙과 패턴을 분석하는 자연 과학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우주에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 새로운 정보를 남기는 존재인 셈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결국 인간이란 존재가 우주에 남길 유일한 유훈은 ‘의식’과 ‘정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인간이란 초신성이 미래의 우주를 위해 남길 초신성 잔해, 다음 세대의 우주를 위한 거름이라고 말이다. 

 

동굴 속 부싯돌로 불을 밝혔던 인류는 이제 수많은 인공 불빛으로 밤하늘을 비추는 수준의 문명에 이르렀다. 이미지=NASA

 

먼 미래 우주의 가속 팽창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모든 은하는 뿔뿔이 흩어지고 관측 가능한 우주의 범위를 벗어나 우리의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질지 모른다. 더 이상 새로운 별이 태어나지 않고 블랙홀도 점차 빠르게 증발하며 사라질 것이다. 우주를 채운 시공간의 떨림, 중력파 역시 조금씩 희미해지며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결국 관측 가능한 별과 은하가 하나도 없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런 암흑의 우주에서 어떤 지적 생명체가 용케 살아남은들 그들에게는 천문학이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늘에는 암흑만 있을 테니까.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먼 미래의 우주가 되었을 때, 우주의 텅 빈 진공 속에서도 계속해서 미세하게 요동치며 입자와 반입자가 튀어나왔다가 사라지는 양자 요동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진공 속에서 튀어나온 입자들이 우연히 지금 당신의 뇌 속에 배열된 분자 구조와 똑같이 배열된다고 상상해보자.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려운 희박한 확률이지만,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라는 강력한 수학의 마법을 적용하면 그 희박한 확률도 언젠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먼 미래 우주에서 뿅! 하고 만들어진 허공 속의 뇌는 완벽하게 지금 당신의 기억과 지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로 존재할 것이다. 스스로가 허공을 떠도는 뇌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지금의 당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상상을 하며 잠시 우주에 존재할 것이다. 당신의 뇌 속 분자 배열과 똑같이 구성된 분자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우주 최후에 남게 될지 모르는 볼츠만의 뇌. 과연 우리는 실재하는 생명체일까 볼츠만의 뇌 속 허상의 존재일까? 이미지=hola science

 

이 가상의 두뇌를 ‘볼츠만의 뇌(Boltzmann brain)’라고 부른다. 아주 먼 미래 오랫동안 이어진 우주의 엔트로피 2단계 과정 끝에 우주가 만들어낼 최후의 ‘똥’ 중 하나가 바로 이 ‘볼츠만의 뇌’일지도 모른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면, 이 말도 안 될 것 같은 ‘볼츠만의 뇌’가 우주에 충분히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즉 확률적으로 보면 오히려 우리는 복잡하게 진화한 실제 살아 있는 생명체일 확률보다 먼 미래 우주에 갑자기 나타나 우주를 떠도는 ‘볼츠만의 뇌’일 확률이 더 높다. 먼 미래 우주의 엔트로피는 지금보다 압도적으로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연 우리는 정말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맞을까? 어쩌면 우리는 ‘볼츠만의 뇌’가 아닐까?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모든 세상이,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추억과 지식이 그저 우연히 배열된 분자 구조로 탄생한 허상인 건 아닐까? 결국 먼 미래 텅 빈 암흑의 우주 속에 수많은 종류의 ‘볼츠만의 뇌’가 나타나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게 된다면 살아 숨 쉬는 생명이 없이도 우주에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 의식으로 가득 차게 될지 모른다. 결국 우주는 오늘날의 생명의 시대를 지나 생명이 없는 순수한 ‘의식의 시대’, 순수한 ‘정보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과연 우주가 선택하게 될 진화는, 가장 높은 확률로 벌어지게 될 진화는 어떤 모습일까?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은 우주 진화의 결말에 관한 흥미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우주의 진화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어디일까? 이미지=Mary Kang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우주의 진화

 

사실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진화’라는 말은 특정한 방향을 내포하지 않는다. 흔히 진화라고 하면 더 복잡하고 뛰어난 쪽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진화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진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변화함을 뜻할 뿐이다. 설령 시간이 흐르면서 아름다웠던 우주가 해체되고, 생명체가 더 단순해지고 ‘퇴화’하더라도, 생명이 사라지고 뇌만 둥둥 떠다니게 되더라도 그것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우주가 변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역시 우주의 진화라고 부를 것이다. 

 

진화의 반대말은 퇴화, 퇴보가 아니다. 진화의 진짜 반대말은 ‘정체’다. 즉 진화적 관점에선 미래가 과거에 비해 더 뛰어나다고, 과거는 미래에 비해 투박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진화는 그저 과거와 미래가 다르다는 것만 이야기해줄 뿐이다. 

 

어린 시절 하다 그만둔 ‘스포어’의 저장 파일 속 가상의 우주에서도 그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시간이 흘렀다면, 그리고 계속 진화를 이어갔다면 게임 속 우주는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브라이언 그린이 상상하는 것처럼 모든 생명, 모든 크리처가 다 사라지고 우주를 떠도는 볼츠만의 뇌로 가득할까? 아니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되어 있을까? 

 

머나먼 미래의 우주를 상상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허무맹랑한 ‘과학적 개소리’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러한 망상 역시 더 엔트로피가 높아질 다음 세대 미래의 우주를 위해서 우리가 남기는 엔트로피 2단계 과정의 부산물, 다음 세대의 우주를 위한 좋은 거름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 

 

*참고

브라이언 그린, ‘엔드 오브 타임’, 와이즈베리 2021

칼 세이건, 에덴의 용, 사이언스북스, 2006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5-020-00838-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338-w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7-18681-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핫클릭]

· [사이언스] 달에도 '달'이 있을까
· [사이언스] 토성과 목성은 서서히 쓰러지고 있다
· [사이언스] 지구의 생명체는 달의 지배를 받고 있다
· [사이언스] 우주와 인간의 뇌 신경은 왜 닮았을까
· [사이언스] 화성과 목성 사이, 세레스 같은 소행성이 또 있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