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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지구보다 살기 좋은 우주 낙원 '슈퍼 해비터블 행성​'

생명 적합도 따져보니 지구는 25위 이하…지구 기준 드레이크 방정식은 잘못된 접근일 수도

2021.05.03(Mon) 11:16:33

[비즈한국] 집 앞 하천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하수구가 하나 있다. 악취가 진동하는 그 곳에는 온갖 벌레와 이끼가 가득하다. 문득 그 하수구에 정착해 살고 있는 벌레 천문학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벌레 천문학자는 자신이 사는 하수구가 너무 경이롭다. 적당히 축축한 습기, 햇빛이 들지 않아 적당히 유지되는 음침한 온도, 쉬지 않고 멀리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오물 속의 양분까지.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최적의 조건이 잘 갖춰진 최고의 낙원이다. 이제 이 벌레 천문학자는 자신이 사는 하수구 바깥 어딘가에 이런 지상 낙원이 또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하수구와 비슷한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곳을 열심히 찾기 시작한다. 

 

벌레 천문학자는 우연히 햇볕이 잘 드는 꽃밭을 발견한다. 음… 탈락이다. 자신이 사는 하수구와 달리 햇볕이 너무 들기 때문이다. 바람이 잘 불어오는 탁 트인 개울을 발견한다. 이 역시 벌레 천문학자가 찾던 곳이 아니다. 자신이 사는 하수구와 달리 너무 통풍이 잘 돼서 눅눅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벌레 천문학자는 눈앞의 꽃밭도, 개울도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또 다른 하수구를 열심히 찾고 있을 뿐이다.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은 시궁창인지도 모른 채로. 

 

우리는 흔히 지구가 생명의 보고, 생명이 살기 가장 좋은 우주 최고의 파라다이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물론 우리가 지금껏 발견한 생명이 사는 행성의 유일한 사례가 지구뿐이기 때문에 어쩌면 지구는 생명 탄생이라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최적의 행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러한 생각은 단순히 우리가 지구에서만 태어나고 살아봤기 때문에 갖게 된 편견일지 모른다. 우리가 만족하고 경이로워하며 살고 있던 이 지구의 조건이 사실 우주 속 다른 행성과 비교했을 때 전혀 아름답지 않은 시궁창 하수구 같은 조건이라면? 

 

지구보다 더 살기 좋은 슈퍼 해비터블 행성이 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여러 면에서 지구보다 생명이 살기에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주에 있는 모든 행성들을 모아 놓고 각 행성이 생명이 살기 얼마나 적합한지 ‘해비터빌리티(Habitability)’를 점수 매겨 줄 세우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지구에는 생명이 살고 있으니 우등 행성 순위에는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이 살고 있는 우등반 행성만 놓고 본다면, 과연 지구는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순위에 놓이게 될까? 우등반에서도 단연 가장 뛰어난 수석 행성일까?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겨우 우등반에 들어온 턱걸이 행성일까? 만약 정말 우리 지구가 생명이 존재할 조건을 충족한 우등생 중의 하위권 행성이라면, 지구보다 훨씬 더 생명이 존재하기에 유리한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처럼 지구보다 생명이 살기에 더 적합한 행성을 ‘슈퍼-해비터블(Super-Habitable)’ 행성이라고 한다. 

 

‘지구보다 더 아름다운’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최근의 새로운 분석 결과들은 그간 우리가 지구 밖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기 위해 들이밀었던 잣대가 애초에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불안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현실이 실은 시궁창 수준이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지구보다 더 아름다운 다른 꽃밭과 개울을 발견해놓고도 잘못된 기준으로 간과해왔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지구보다 더 아름다운 파라다이스가 있다면 그곳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주에 있는 모든 행성을 생명이 살기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줄을 세운다면 지구는 몇 위에 오르게 될까? 이미지=NASA-JPL/Caltech


#오래 사는 별이 유리하다

 

지구 밖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따져볼 때 항상 등장하는 유명한 수식이 하나 있다. 바로 SETI 프로젝트를 주도한 전파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의 방정식이다. 그는 우리 은하에서 매년 얼마나 많은 별이 태어나는가를 시작으로, 별 곁에 행성이 존재할 확률, 그 중 지구와 같은 행성의 개수,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하고 기술 문명에 도달할 확률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서 인류가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을만한 외계 문명의 수를 헤아려보고자 했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가장 마지막 변수 L은 문명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지 우주 문명의 평균적인 수명을 의미한다. 만약 우주 문명이 대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운명이라면 우리가 그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을 것이다. 반면 많은 문명이 수십억 년 넘게 죽지 않고 잘 살아남는다면 우리가 그들을 발견하기도 더 유리하다. 

 

모든 행성의 수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별의 수명일 것이다. 별이 죽으면 그 곁의 행성도 살아남기 어렵다. 수명이 짧은 별 곁에서는 고도로 발전한 복잡한 생태계가 완성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별의 수명이 길수록 생명이 살기 더 유리한 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태양은 현재 50억 살을 맞이했다. 그리고 앞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정도를 더 살다 서서히 죽게 된다. 태양은 전체 수명 100억 년의 중반을 달리고 있는 꽃중년 별인 셈이다. 그 곁의 지구에서 처음 생명이 출현한 이후 지금의 복잡한 생태계가 완성되기까지 40억 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거의 지금껏 태양이 살아온 세월에 버금가는 시간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 태양보다 더 수명이 긴 별이라면 훨씬 더 여유롭게 생명이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별의 수명은 별의 질량에 따라 좌우된다. 얼핏 생각하면 별의 질량이 무거울수록 평생 태워야 하는 연료의 양이 더 많아서 수명이 더 길어질 것 같지만 정반대다. 질량이 무거우면 더욱 뜨거워진 내부 온도로 인해 훨씬 폭발적으로 연료를 소진하면서 더 빠르게 나이를 먹는다. 반면 질량이 작고 왜소한 별은 아주 느리게 연료를 태우면서 훨씬 장수한다. 태양보다 0.5에서 0.8배 정도 질량이 작은 K형 왜성은 약 200억~700억 년 가까운 훨씬 긴 삶을 살 수 있다. 이런 미지근하고 안정적인 별 곁의 행성이라면 오히려 지구보다 훨씬 오랫동안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중심에 아주 강한 자기장과 우주 방사선을 방출하는 별을 두고 있다면 그 곁의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지=NASA/JPL-Caltech/R. Hurt (SSC)


물론 무조건 가벼운 별이라고 해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 K형 왜성보다 더 가벼운 M형 왜성은 너무 지나치게 질량이 작고 왜소해서 별의 표면온도가 태양의 절반 수준으로 미지근하다. 그런 온도가 낮은 별 곁에서 행성에 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행성이 중심 별 곁에 굉장히 바짝 붙어서 궤도를 돌아야한다. 이렇게 되면 중심 별 표면에서 분출되는 항성풍과 플레어, 그리고 강한 엑스선과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행성 표면의 모든 생태계가 싸그리 살균 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생명이 살기에 불리하다. 

 

#드레이크가 간과한 행성의 크기 

 

드레이크 방정식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수많은 변수들도 고민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행성의 크기 자체도 생명의 존재 가능 여부에 큰 영향을 준다. 행성의 지름 같은 변수는 드레이크 방정식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세부 항목 중 하나다. 

 

행성의 크기가 커지면 일단 단순히 수학적으로 행성의 표면적 자체가 넓어진다. 그러면 행성 표면에 생명이 살 수 있는 육지의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생태계가 더 폭넓고 다양할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행성의 크기가 크고 중력이 강할수록 더 많은 대기를 붙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생명 탄생에 유리하다. 하지만 행성의 크기가 너무 커지는 것도 마냥 좋은 건 아니다. 대륙의 사이즈가 너무 커지면 해안에서 멀어지면서 물을 공급받기 어려운 대륙 중심부 황무지의 면적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행성의 크기 역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범위에 들어와야 한다. ​ 

 

지구보다 크기가 큰 암석형 행성을 ‘슈퍼-지구(Super-Earth)’라고 부른다. 이런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더 많은 대기권과 활발한 지질활동, 자기장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력이 지나치게 강하면 오히려 산과 대륙이 높이 만들어질 수 없어서 다채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불리할 수도 있다. 이미지=NASA

 

행성의 크기가 크고 중력이 강할수록 행성 내부가 뜨겁게 열을 얻으면서 내부의 활발한 맨틀 활동이 벌어지게 한다. 덕분에 지구처럼 행성 전체를 감싸는 강한 자기장이 형성되면, 외부의 해로운 우주선이나 항성풍으로부터 행성 표면을 보호하는 자기장 보호막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지진과 화산 같은 지질활동은 대기 중 온실 가스의 양을 보충하는 데도 중요한 요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같은 성분은 비와 함께 떨어지며 바다와 땅으로 함께 녹아 흘러들어가 암석에 쌓이게 된다. 그런데 화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땅으로 내려와 갇히기만 할 뿐 다시 대기 중으로 돌아가지 못해 점차 대기 중 온실 가스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화산이 주기적으로 터지면서 땅으로 쌓였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 중으로 돌려보내주는 이산화탄소의 순환 사이클이 돌아야만 대기는 적정량의 온실 가스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야 행성 전체가 따뜻하고 고른 온도를 유지하면서 생명이 살기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지구(왼쪽)와 외계행성 글리제 581c의 크기를 비교한 그림. 이미지=NASA


행성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진작 우주 공간으로 대기를 다 흘려보내고, 또 지질 활동이 없어서 자기장을 만들지 못해 메마른 지옥이 되어버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우리 지구 바로 옆에 있는 화성이다. 화성은 지구에 비해 지름이 절반, 질량은 10분의 1 정도인 작은 행성이다. 화성도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만 놓고 보면 물과 생명이 존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화성은 분명 지구와 다른 운명을 걸었다. 안타깝게도 지구처럼 좀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덜 자란 미소행성체의 수준에서 성장이 멈추면서 강한 중력과 활발한 지질활동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크기의 행성이어야 지구보다 생명이 살기 더 유리할까? 지구보다 크기가 2~3배 이상 커지게 되면 그 행성은 암석 행성이 되지 못하고 작은 미니 해왕성과 같은 소형 가스 행성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런 다양한 효과를 고려해서 지구보다 약 1.1에서 1.5배 크기가 더 큰 암석 행성이어야 생명 탄생에 훨씬 유리하다고 추측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특별한 지구’를 포기 못 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여러 세부 요소를 고려해 지금껏 발견한 4000여 개의 외계행성과 지구의 해비터빌리티 점수를 매겨 비교했다. 과연 지구보다 생명이 살기 더 유리해 보이는 진정한 우주 최고의 파라다이스를 찾을 수 있었을까? 

 

이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행성 중에서 지구보다 더 살기 좋은 슈퍼-해비터블 행성은 적어도 24개 이상 존재한다. 지구는 전혀 남다른 특출난 행성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다른 꽃밭 행성, 개울 행성에 비해서 훨씬 뒤처지는 시궁창 행성일지도 모른다. ​ 

 

미지근한 K형 왜성 곁을 도는 슈퍼-지구 행성이 있다면 태양에 비해 적외선 영역의 빛을 더 많이 받는 환경의 행성일 것이다. 그래서 행성의 하늘은 더 불그스름하게 채워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Jack Madden/Carl Sagan Institute; Cornell University

 

지구는 특별한가? 수 세기에 걸쳐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지구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전근대적인 관점을 벗어나 이제 지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전히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특별한 지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지구 밖 외계 생명체를 탐색할 때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면 여전히 우리가 과거 구시대 인류 중심주의의 한계를 완벽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최근까지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면서 지구를 답안지라고 생각하고 다른 외계행성의 환경을 평가하려 노력했다. 결국 엄밀하게 보면 우리가 그간 찾고 있던 건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 아니라 ‘지구를 닮은 행성’이었던 셈이다. 

 

얼핏 둘이 같은 말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슈퍼-해비터블 행성의 존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둘은 엄연히 다른 기준이다. 우리 은하의 별 개수부터 시작해, 지구와 같은 행성의 수를 헤아리면서 외계 문명의 수를 유추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접근 방식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구를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최적의 행성으로 간주하고 다른 외계행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우리의 왜곡된 기준을 더 공고하게 만든, 애초부터 잘못된 접근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지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심지어 생물학적으로도 그렇다. 더 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그토록 찾고 싶었던 외계 생명체를 정말 찾게 된다면 우리는 지구가 그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전혀 특출 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세계 중 하나일 뿐이라 이야기하는 ‘코페르니쿠스 원리’의 단호함에 비로소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참고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super-earth-alien-planet/

http://personal.tcu.edu/dingram/better.pdf

https://www.liebertpub.com/doi/10.1089/ast.2019.2161

https://www.liebertpub.com/doi/full/10.1089/ast.2013.1088?casa_token=g5qxymbQiZcAAAAA%3ApcW0LCBJBCcGYxPvyfcrV_m1kZSvdkljX37yRNczPjsslXVgCsciDc27YmYGlhwTQzblsf6h19g7Vw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0004-637X/827/1/79/meta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37X/748/1/41/meta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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