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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호찌민] 코로나 4차 유행 시작, 늦깍이 대학생의 낭만도 끝

한국과 완전히 달랐던 '노 마스크' 해방감도 잠깐…아들과 나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2021.05.17(Mon) 13:32:09

[비즈한국] 지금 사는 집에 이사한 후 며칠 후의 일이다. 여느 날처럼 가족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근처에 있는 꽤 유명한 라이브 바인 ‘어쿠스틱 바(Accoustic Bar)’ 앞을 지나고 있었다.

 

“분위기나 살짝 보고 갈까?”

 

아내가 제안했다.

 

“그래도 코로나 시국인데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반신반의하며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라웠다.

 

공연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빼곡했다. 심지어 마스크를 낀 사람도 없었다. 곧 시작될 공연에 대한 설렘의 공기가 라이브 바 안에 가득했다. 앉을자리가 없어 우리는 나올 수밖에 없었다.

 

2개월 전 어쿠스틱 바 내부 모습.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사진=김면중 제공

 

그럼에도 아내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야.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 회식은 언감생심, 점심시간에도 동료와 떨어져 앉아 먹어야 하지 않았나. 심지어 우리는 얼마 전까지 15일 동안 방 안에 갇혀 지내기까지 했다. 막 격리생활을 마친 우리 눈에 들어온 이 진풍경은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베트남에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약 두 달 동안 코로나 확진자가 없던 호찌민에도 지난달 말 확진자가 나왔다. 다행히 호찌민에서는 이후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지만, 하노이 등 북부와 중부의 상황은 날로 악화됐다.

 

베트남 내 코로나19 현황. 자료=주 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 제공


베트남 당국의 조치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처음에는 클럽이나 가라오케 같은 유흥주점에만 록 다운이 걸렸는데, 지난주부터 학교도 문을 닫았다. 

 

이 도시에서 ‘주부(House Husband)’로 살고 있는 나에게는 직격탄이었다.

 

‘난 한 번도 줌(Zoom)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 

 

극심한 코로나 시대에도 난 한 번도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다. 남들에겐 익숙한 뉴 노멀(New Normal) 시대 테크놀로지에 지레 겁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기술은 쉽고 친절했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이 보내온 링크를 클릭했더니 온라인 교실이 뚝딱 나타났다.

 

“굿모닝, 가이즈. 하우아유?”

 

노트북 화면에 캐나다인 선생님이 나타나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4년 동안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실제 수업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 베트남에 오면서 가장 걱정됐던 것도 아들의 교육 문제였다. 아들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영어를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아들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의 홍수 속에서 의기소침해 지내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이 많았다. 

 

필자의 아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면중 제공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수업 모습을 지켜봤다. 기대 이상이었다. 영어를 전혀 못한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선생님의 질문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름 대답하고 있었다.

 

‘역시, 어린아이들은 언어 습득력이 좋아.’

 

아들의 영어 구사력보다 나를 더 고무시킨 것은 수업에 임하는 태도였다. 가끔 틀린 답을 말하더라도 선생님의 질문에 큰 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코로나 덕분에 큰 선물을 하나 받았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수업 덕분에 아들이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던 그 순간은 베트남에 온 이후 가장 행복감이 들던 순간 중 하나다.  

 

이 지긋지긋한 역병은 나의 학업에도 타격을 줬다.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 베트남어학과에서 보내온 온라인 수업 공지 메일. 사진=김면중 제공


최근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호찌민 인사대) 베트남어 과정을 등록했다. 첫 수업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달빛으로 빛나는 캠퍼스를 걸었다. 은은한 가로등 불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소녀, 삼삼오오 둥그렇게 둘러앉아 박장대소하는 청춘남녀들을 보고 있노라니 잠시나마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메일함에 새 메일이 떴다. 발신인은 호찌민 인사대 베트남어과. 내용은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다음 수업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것. 캠퍼스의 낭만에 한껏 고무돼 있던 내게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내가 이 과정에 등록한 이유는 순수하게 언어를 배우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다. 대학교 캠퍼스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였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현실감 말이다.  

 

필자가 구글 미트(Google Meet)를 통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면중 제공


실망한 마음을 달래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집 근처 라이브 바에 들렀다 가겠다”라고 말하고, 그랩(grab)의 목적지에 ‘요코 카페(Yoko Café)’를 찍었다. 두 달 전 어쿠스틱 바의 광경을 생각해보면 왠지 라이브 바의 공연은 이 시기에도 계속될 것만 같았다. 행여라도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더라도 카페에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카페 수어다(베트남 아이스커피)나 한 잔 마시고 올 생각이었다. 

 

철문이 내려진 요코 카페. 사진=김면중 제공


오토바이를 타고 요코 카페 앞에 도착한 나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예 철문까지 내려진 채로 가게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망연자실한 채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 입에서는 저절로 한 마디가 터져 나왔다. 

 

“좋은 시절 다 갔군.”

 

Acoustic Bar

주소: 6E1 Hẻm 6 Ngô Thời Nhiệm, Phường 7, Quận 3, Thành phố Hồ Chí Minh

영업시간: 19:30~23:00

전화번호: +84 81 677 7773

 

Yoko Cafe

주소: 22 Nguyễn Thị Diệu, Phường 6, Quận 3, Thành phố Hồ Chí Minh

영업시간: 08:00~24:00

전화번호: +84 28 3933 0577

 

김면중은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에 입문, 남성패션지, 여행매거진 등 잡지기자로 일한 뒤 최근까지 아시아나항공 기내지 편집장으로 근무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인 베트남 호찌민에 머물고 있다.​​​​

김면중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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