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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본사가 온라인 판매를 단속하면 왜 불법일까

거래 상대방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했기 때문…직영매장 개설하거나 유통단계에 관여하지 않아야

2021.06.14(Mon) 17:45:3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의 제품 판매에 간섭하는 것은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로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 간단히 말해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적발 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법하다.

 

공정거래법령은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를 ‘거래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 규정은 행위의 개념 요소를 풀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정의 규정만으로는 그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

 

법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사례를 봐야 한다. 온라인 판매를 규제했다가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를 이유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해외 유명 브랜드인 P 전자는 자사 제품이 온라인에서 할인 판매돼 오프라인 판매가격까지 인하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에 49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할인 판매 통제방안과 온·오프라인 등 유통채널별 가격경쟁 차단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온라인 판매 시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이상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가격정책을 수립했고, 이를 대리점에 통보했다. 또 제품의 유통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제품 포장 박스에 대리점별로 구별할 수 있는 마킹을 표시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가격 경책을 위반한 대리점을 적발한 후 출고정지, 공급가격 인상, 전량구매요청 등의 불이익을 부과했다.​ 

 

온라인 판매를 규제했다가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를 이유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경우가 있다.

 

‘권장’소비자가격이란, 제조업체가 ‘희망’하는 소매단가를 말한다. 영어로는 MSRP(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라고 하는데, 해외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하면 위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조업체는 소매단가를 권장하거나 희망할 수만 있고 소매단가를 지정하거나 그 준수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P 전자가 수립한 판매정책은 ‘온라인 판매단가는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매단가는 대리점의 결정사항이고 제조업체는 어디까지나 권장만 할 수 있다. 그러나 P 전자는 가격정책을 수립한 후 대리점에 그 준수를 강요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권장’가격의 50%를 ‘강요’했다는 문장은 어딘가 어색해 보이지 않은가.

 

제조업체가 온라인 판매를 규제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소매단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 사안에서는 대부분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상품의 재판매가격을 준수하게 하는 행위, 즉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도 문제 된다. P 전자 사례에서도 공정위는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모두 인정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5억 원을 부과했다.

 

그런데 유통업체가 별도의 법인 또는 사업자가 아니라 제조업체의 하부 조직에 불과한 경우 제조업체는 유통정책을 자유롭게 수립할 수 있다. 법 위반행위 성립요건인 거래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을 것 중 ‘거래상대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직접 개설한 매장을 흔히들 ‘직영 매장’이라고 하는데, 제조업체는 직영 매장에서 유통정책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는 대부분 직영 매장 방식으로 제품을 유통한다. 그 이유는 전국 매장에서 판매 가격, 판매 제품의 종류, 내부 인테리어 등을 일사불란하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영매장의 손실로 브랜드가 망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릴 만큼 직영 매장 개설·유지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그래서 직영 매장은 소수의 플래그쉽 매장에 그치고, 제품 대부분은 가맹점과 대리점 등에서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현업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가맹점 점주와 대리점 사장 등은 오로지 유통단계에서만 매출을 거둘 수 있어서 제조업체보다 더 치열하게 매장을 운영한다. 그래서 항상 직영 매장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매출을 거둔다고 한다. (엉뚱한 결론이지만 그래서 직영 매장에서의 아르바이트가 상대적으로 더 편하다고 한다.)

 

서울 명동 한 백화점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법 위반이 성립될 수 없는 경우로 위탁매매가 있다. 위탁매매란 유통업체가 자기 명의로 제품을 판매한 후 판매대금에서 일정률의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를 제조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위탁매매의 경우 제품의 소유권은 유통업체에 이전되지 않고 제조업체에 유보된다. 즉 제품의 소유자는 공급 이후에도 여전히 제조업체에 있고, 따라서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이런저런 간섭을 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위탁매매를 꺼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위탁매매의 경우 소유권은 제조업체에 유보된다. 따라서 유통업체는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반품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원래 소유자에게 물건을 돌려준 것에 불과하다.

 

대리점 거래에서 제조업체가 갑이고 대리점이 을이므로, 거래방식은 제조업체가 정한다. 그런데 위탁매매는 제조업체가 재고 부담을 지게 되므로, 제조업체가 꺼리는 거래방식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리점 거래는 소유권이 유보되는 위탁매매가 아니라, 소유권이 이전되는 ‘사입’ 또는 ‘직매입’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조업체는 ① 유통에 관여하기 위해 직영 매장을 개설하거나 재고 비용을 부담하든지, ② 아니면 이러한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대리점, 가맹점 등에 제품을 넘기고 유통단계에 관여하지 않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회사는 항상 욕심이 많은 법. 책임은 지기 싫으면서도 남의 일에 간섭하고 싶어서 여러 방법을 쓴다. 그러다 꼬리가 밟힐 수도 있는데, 공정거래법이 문제 된 사안은 대부분 그러한 경우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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