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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흥망] 13년 만에 막내린 STX그룹의 짧고 굵은 인수합병 신화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10년 만에 재계 14위 올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흔들, 2014년 그룹 해체

2021.08.03(Tue) 18:08:24

[비즈한국] STX그룹은 조선 호황기와 함께 창립 10년 만에 재계 14위에 오르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며 신흥 재벌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강덕수 STX그룹 창업주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법정관리 중이던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그룹을 키워나갔다. 조선·해운업의 대호황으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던 STX그룹은 조선·해운업 불황과 함께 가파른 속도로 무너졌다. 2014년 1월 STX그룹은 해체의 길을 걷게 됐다. 

 

#쌍용중공업 인수해 STX그룹으로 키운 강덕수 창업주 

 

강덕수 STX그룹 창업주는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해 쌍용중공업의 재무회계책임자(CFO)까지 올라갔던 쌍용맨이었다. IMF 이후 쌍용중공업이 어려워지자 강덕수 창업주는 돈을 끌어모아 2001년 경영권을 획득하게 된다. 

 

2011년 4월 29일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중국 다롄의 ‘STX대련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 열린 STX그룹의 출범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덕수 창업주는 선박엔진을 생산하던 쌍용중공업의 사명을 STX로 변경하고 조선업을 영위하던 대동조선(STX조선해양)과 해운산업의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대동조선과 범양상선은 각각 4년, 12년 동안 받던 법정관리를 벗어났다.  STX그룹은 이뿐만 아니라 열병합발전소인 산단에너지,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ENPACO, 항법장치 제조업체 STX레이더스 등을 인수 또는 설립해 몸집을 불려나갔다. 

 

연관 사업으로 얽힌 기업들을 인수·설립해 STX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주력 계열사인 STX, STX조선해양,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받았기에 여러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중국이 철광석 순수입국으로 전환하면서 국내 조선·해운업이 호황기에 들어섰고, 수직계열화를 완성해놓은 STX는 주변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된다. 단편적으로 STX조선해양은 2001년 건조 능력 14척에 매출 4000억 원대의 기업이었지만 5년 만에 건조 능력 47척, 매출 1조 6000억 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7년 강덕수 회장은 조선업 대호황에 힘입어 중국에 3조 원을 투자해 초대형 조선소인 STX다롄조선을 설립했다. 하지만 B2B 기업이다보니 국내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야구팀 현대 유니콘스 인수에도 참여했으나 비용 문제로 철회하고, 당시 국내 최고 인기를 끌던 스타크래프트 팀을 2006년부터 후원했다.

 

2011년​ STX그룹은 창립 10년 만에 연매출액 18조 원을 달성하고 임직원 6만 명을 이끄는 재계 14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인수한 기업을 빠르게 정상화해 수익을 내는 STX그룹의 성장 방식은 당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성장세보다 가파른 하락세, STX그룹의 몰락

 

STX그룹의 매출을 견인하던 계열사는 STX, STX조선해양, STX팬오션이었다. 수직계열화로 묶인 이 계열사들은 업계가 호황일 때 큰 수익을 창출했지만, 반대로 업계가 위축되면 수익이 같이 하락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찾아오자 STX그룹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경제 침체와 함께 조선·해운업이 크게 위축됐고, 이는 STX그룹 주력 계열사들에 큰 영향을 미쳐 그룹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일조했다.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진 STX그룹은 2010년을 전후해 회사채를 발행하며 버텼다. 하지만 조선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회사채 만기가 닥쳤지만 STX그룹은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 2013년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2013년부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STX그룹은 2014년 1월 채권단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그룹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주 강덕수 회장도 이때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15년 3분기 기준으로 STX그룹 계열사는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가 되거나 부채비율이 매우 높았다. STX조선해양은 자기자본 마이너스 1조 9000억 원에 부채 7조 원, STX는 자본 500억 원에 부채 1조 180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2342%에 달했다.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2015년 10월 14일 ​석방됐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업계에서는 STX그룹이 선박을 짓기 위해 받은 선수금 4조 원가량을 글로벌 크루즈선사인 야커야즈 인수와 STX다롄 조선소 설립에 사용한 것을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판단했다. 

 

조선·해운업의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STX그룹이 선박 제조에 써야 할 돈을 조달할 수 없어 회사채를 발행했고, 회사채가 만기될 때까지 업황이 나아지지 않아 유동성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심지어 금리가 6%에 달했는데, 그룹의 영업이익률이 6%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STX전력, 에너지, 솔라 등은 GS그룹에, STX팬오션은 하림그룹 등에 인수됐고 나머지 계열사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2015년 채권단이 4조 원이나 지원했음에도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져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2020년 11월 ‘유암코-케이에이치아이 컨소시엄’에 인수돼 지난달 27일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2014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강덕수 전 회장은 2843억 원의 배임, 557억 원의 횡령, 2조 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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