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존재의 증명] 스타벅스는 왜 그렇게 상표권 소송에 공격적일까

인기만큼 쏟아지는 유사 상표에 골머리…상표 유사여부는 수요자 인식에 따라 판단

2021.10.06(Wed) 11:33:08

[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스타벅스는 1999년 이화여대의 1호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국에 15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20여 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젠 전국 어느 도시에 가든 스타벅스 매장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국내에 등록된 상표를 봐도 왕관을 쓰고 있는 사이렌(Siren) 얼굴이 클로즈업된 모양의 대표적인 스타벅스 로고를 포함해 1000건이 넘는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상표와 관련된 분쟁에서 스타벅스의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다소 무리해서 소송을 강행한 사례도 있다. 스타벅스는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상표를 지키려 할까. 

 

왕관을 쓰고 있는 사이렌(Siren) 얼굴이 클로즈업된 모양은 스타벅스의 대표적인 로고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시장에서 특정 상표가 인지도를 쌓고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 이를 따라하는 모방 상표가 출몰하게 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혼돈을 주면서 해당 브랜드가 구축해 놓은 브랜드 신용에 편승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실제 상표 사용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표법에서는 해당 상표가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출처의 오인·혼동을 주는지 여부에 따라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한다. 

 

#모리가나 상표 두고 소송 제기했으나 패소

 

그동안 스타벅스가 진행한 굵직한 사건들을 살펴보자. 스타벅스는 2015년 12월 일본 유업 회사 모리나가를 상대로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모리나가 상표가 스타벅스 상표와 비유사하다는 이유로 심판에서 졌고, 2017년 다시 특허법원에 심결의 취소를 다투는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역시나 패소했다. 

 

상표등록 무효심판은 등록된 상표라고 하더라도 무효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상표를 소급해 소멸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상표의 등록은 특허청 심사관이 결정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심사보다 상급인 심판에서 심사 결과에 대하여 다투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특허청에 선등록된 스타벅스의 상표와 후출원 된 모리나가의 상표가 유사하므로 후출원된 모리나가의 상표가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타벅스(왼쪽)와 모리나가(오른쪽)의 상표. 스타벅스는 2015년 12월 일본 유업 회사 모리나가를 상대로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제기했으나 졌다. 사진=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

 

스타벅스의 상표에서 가장 먼저 인지되는 시각적인 요소는 둥근 원 형상의 아웃라인과 그 안에 ‘STARBUCKS’ 문구, ‘별’ 이미지 그리고 다시 더 작은 둥근 원 안에 왕관을 쓴 사이렌의 형상이다. ‘스타벅스’ 또는 ‘스타벅스커피’로 호칭될 것이며, ‘STARBUCKS’는 조어상표로서 특별한 관념을 형성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모리나가의 상표는 둥근 원 형상의 아웃라인과 작은 둥근 원 안에 특정 형상 및 원과 원 사이 글자가 배치된 것만 유사할 뿐 소비자에게 불리게 될 글자의 호칭이나 형상의 이미지가 스타벅스 상표와 너무나 다르다. 결국 이런 차이로 인해 시장에서 양 상표가 공존하더라도 소비자가 오인·혼동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밖에도 국내 커피 체인업체인 엘프레야, ㈜마고스, 베넥스인터내셔날㈜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였지만 모두 상표가 비유사하다는 이유로 스타벅스가 패소했다. 특히 엘프레야 상표에 대해서는 대법원에까지 가서 다투었지만, 끝내 유사하다는 판단을 받지 못했다.

 

#원 속의 원, 그 안의 형상 배치한 디자인 지키려 노력

 

스타벅스가 무효심판을 제기한 상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무효심판 제기를 당한 상표들은 모두 동그란 바깥 원과 그 안에 작은 내부 원을 포함하고 있으며, 바깥 원과 내부 원 사이에 상표로 읽힐 수 있는 브랜드의 명칭이 기재되고, 작은 원 안에 특별한 형상이 배치되어 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디자인 컨셉을 보호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스타벅스가 무효심판을 제기한 엘프레야(왼쪽), ㈜마고스(가운데), 베넥스인터내셔날㈜(오른쪽)의 상표. 스타벅스는 이들 모두 자사의 상표와 유사하다며 심판을 제기했고, 전부 패소했다. 사진=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

 

하지만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은 상표의 디자인 컨셉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상표의 유사여부는 상표가 수요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기억되는지를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출처의 오인 혼동이 발생하는지 염려를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소비자에게 출처의 오인·혼동이 발생하는지 염려는 양 상표의 외관, 칭호, 관념을 고려해 결정한다. 

 

스타벅스와 스타벅스가 무효심판을 건 상표들을 비교해보면 호칭·관념이 명확히 다르고 외관 또한 글자나 도형의 배치를 제외하면 글자 자체나 도형의 형상이 매우 달라 소비자가 오인·혼동할 염려가 적다. 결국 스타벅스는 이 모든 무효심판에서 패소했다.

 

다소 무리해 보이는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상표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존중할만하다. 상표는 하나의 회사 자산으로서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널리 알려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제3자의 사용에 대해서도 감시와 견제를 진행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구축된 상표의 희소성 있는 이미지와 특별한 식별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모방 상표에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결국 브랜드의 신용을 지키는 일이자 동시에 수요자에게 줄 수 있는 혼돈을 미리 방지하는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한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존재의 증명] 서체 저작권 분쟁,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존재의 증명] LG 스타일러는 어떻게 삼성 에어드레서 출시를 7년이나 늦췄나
· [존재의 증명]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은 누가 가져가야 할까
· [존재의 증명]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어떻게 비틀즈의 '애플'을 삼켰나
· [존재의 증명] 영탁 상표권 분쟁 해결법은 '막걸리 한 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