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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서울시에 맞선 카카오택시, '목적지 표시' 사라질 수 있을까

공정위·서울시 '목적지 표시' 전방위 압박…반박 나선 카카오 "택시 수급 불균형이 근본 원인"

2022.03.04(Fri) 17:35:33

[비즈한국] 카카오T와 같은 플랫폼 택시가 장거리 승객을 골라 태운다는 해묵은 논란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서울시가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다. 서울시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가 노출되는 시스템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목적지 미표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 가지 시스템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사들의 플랫폼 이용률, 수익 등이 얽힌 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진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면 반박에 나섰다. 택시기사가 장거리·단거리를 가려 받는 현상에 플랫폼이 일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콜 몰아주기’와 관련해 위법 여부를 살피고 있어 플랫폼 택시를 둘러싼 논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국내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T가 승객을 골라태우는 정황이 나왔다며 목적지를 미표시하도록 개선 요청한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가 조사 결과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서울시·공정위, 카카오T 전방위 압박

 

최근 서울시는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고 있다는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고 밝혔다.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호출 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동안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플랫폼 택시가 장거리 승객을 우선적으로 매칭한다’거나 ‘플랫폼이 택시기사가 콜을 선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식의 의혹은 플랫폼 택시 성장과 함께 꾸준히 제기된 지적이었다.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가 조사 대상이 됐다.

 

총 841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동 거리는 호출성공률을 가르는 주요 요인이었다. 이동 거리가 10㎞ 이상일 때 호출은 81.8%의 확률로 성공했지만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3㎞ 이내로 이동할 경우 호출 성공률은 66.4%로 떨어졌다. 특히 ‘평일 밤 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았는데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실태조사를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 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 실패 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택시에 대한 공정위의 압박도 예고됐다. 택시업계는 2020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 택시 ‘카카오T블루’를 우선 배차하는 ‘콜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승객이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가까이 있는 비가맹 일반택시가 아닌, 멀리 떨어진 카카오 가맹 택시가 먼저 배차된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한 공정위는 알고리즘 개입을 통한 ‘콜 몰아주기’ 불공정행위에 대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도 관련 조사를 진행했는데 ‘택시업계에서 제기하는 것과 같이 일반호출 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며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목적지 미표기, 해법일까 설익은 대안일까 

 

야근이 잦은 최 아무개 씨(29)는 마포구 합정동에서 영등포구 문래동까지 야간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최 씨는 최근 카카오택시에서 ‘온다’ 택시로 이용 플랫폼을 바꿨다. 최 씨는 “늦은 밤 30번까지도 호출해봤다. 거리가 가까워 스마트호출로도 안 잡혔는데 다른 플랫폼을 이용했더니 한 번에 택시와 매칭됐다”며 “기사님께 물어보니 목적지가 안 뜨고 바로 배차된다고 하더라. 이후 플랫폼을 갈아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건 ‘목적지 미표기’다. 호출이 들어왔을 때 택시기사가 거리로 콜을 선별할 수 없게끔 목적지 자체를 노출하지 않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시하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일부 플랫폼 택시는 목적지 표기 없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엠택시’, ‘티머니온다’ 등이 대표적이다. 최 씨가 이용한 티머니온다 택시의 경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1㎞ 근방에 있는 택시가 자동으로 배차된다. 승객을 태우기 전까진 목적지를 알 수 없고 배차도 인공지능이 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선별’을 유도하지 않고,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울 수도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근본 원인은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며 목적지 미표기만으로 장거리 호출을 선호하는 업계 관행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목적지 미표기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단거리보다 장거리 호출을 선호하는 이유가 택시기사들의 수익과 연결돼 있고 사납금 격인 ‘운송수입금’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택시기사들의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택시기사들이 주로 수익을 내는 피크타임에도 단거리 승객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면 차라리 앱을 끄고 ‘배회 영업’을 택하는 택시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는 근본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꼽는다. 플랫폼 택시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의 숫자가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사들의 영업 방식도 피크시간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하면서 짧은 시간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장거리 승객을 골라 태우려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택시기사 수는 24만 90명으로 2년 전 26만 7189명보다 2만 명 넘게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 발표 하루 뒤 입장문을 통해 승객 골라 태우기의 원인은 승객의 목적지 표시에 기인한 문제가 아닌 택시산업의 고질적인 ‘수요-공급 불일치’ 문제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서울시가 1대 주주로 있는 민간 기업 티머니에서 지브로, S택시 등의 택시앱을 개발해 목적지 미표시 방식으로 운영했으나 택시 기사들이 앱을 꺼놓거나 사용하지 않으면서 서비스가 지속되지 못했다”며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2018년 스마트호출을 도입하며 목적지 미표시 방식을 도입한 바 있으나 기사들의 호출 수락률이 크게 떨어져 승객들이 크게 불편을 겪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지 표시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장문을 내며 서울시의 개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튿날 공정위는 제재 진행 계획을 밝히며 맞받아쳤다. 공정위는 1분기 안에 조사를 끝내고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해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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