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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인류가 발견한 외계행성 5000개 돌파!

펄사 곁 첫 발견부터 관측에 쓰는 망원경까지 '외계행성 발견의 역사'

2022.03.28(Mon) 14:30:30

[비즈한국]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외계행성은 총 몇 개일까? 며칠 전 NASA에서 굉장히 기쁜 소식을 발표했다. 2022년 3월 21일 65개의 새로운 외계행성이 목록에 추가되면서 인류가 발견한 외계행성의 총 갯수가 5000개를 돌파했다. 이제 인류가 그 존재를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외계행성은 총 5005개다. 이 외에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한 외계행성 후보 천체가 약 8700개 있다. 따라서 후보 천체까지 모두 합하면 인류가 발견했거나 발견했을지도 모르는 외계행성은 총 1만 3000개가 넘는 셈이다! 

 

인류가 발견한 외계행성 개수가 5000개를 돌파했다. 과연 인류는 이 많은 외계행성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30년의 위대한 연대기를 따라가보자.

 

현재까지 최종 확인된 이 5000여 개의 외계행성들 중 가장 많은 35%는 미니 해왕성 타입의 행성이다. 해왕성, 천왕성보다 크기가 살짝 작으며 행성 전체가 얼음과 가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다음으로는 지구와 해왕성 사이의 크기를 가진 거대한 암석 행성, 슈퍼-지구 행성들이 있다. 그 뒤를 이어 목성 정도, 또는 그보다 훨씬 큰 거대한 가스 행성들이 있다. 그리고 지구와 크기도 비슷하고 온도와 환경도 적당해서 생명체를 기대해볼 수 있는 외계행성이 약 4%를 차지한다. 

 

#1992년 최초로 발견된 외계행성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개수가 5000개를 넘은 역사적 순간을 기념해 NASA는 외계행성들이 발견된 순서에 맞춰 제작한 매력적인 음악을 공개했다.

 

외계행성 발견 5000개 돌파를 기념해 NASA에서 제작한 영상에서 가장 먼저 찍힌 붉은 점은 주기 진동(Timing variation) 방법으로 찾아낸 최초의 외계행성이다. 1992년 폴란드 출신의 천문학자 알렉산데르 볼시찬은 동료 데일 프레일과 함께 거대한 전파망원경 아레시보를 활용해 별 하나를 관측했다. 이들은 처녀자리 방향으로 약 2300광년 거리에서 아주 빠르게 자전하며 고속으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 중성자별, 펄사 PSR B1257+12를 관측했다. 

 

펄사는 자전축에 살짝 기울어진 방향으로 에너지 빔을 토해내며 굉장히 짧은 주기로 빠르게 자전하는 별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봤을 때는 등대 불빛이 돌아가는 모습처럼 펄사의 에너지 빔이 주기적으로 밝게 보였다 어둡게 보였다를 반복한다. 당시 관측된 이 펄사 자체는 약 6.22밀리초의 아주 짧은 주기로 자전했다. 그런데 펄사가 방출하는 에너지 빔의 관측 패턴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펄사의 자전 주기가 미세하게 짧아졌다가 길어졌다가를 반복하며 진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바로 펄사 바로 곁에서 공전하고 있는 외계행성에 의해 벌어진 미세한 공전 주기의 변화였다! 

 

펄사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의 상상도. 중심 펄사에 의한 강력한 자기장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선명한 오로라가 만들어졌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NASA

 

발견 당시 볼시찬은 펄사 곁에서 각각 지구의 세 배, 네 배 질량을 갖고 있는 외계행성이 67일과 98일 주기로 맴돌고 있다고 발표했다. 두 행성 모두 주기가 아주 짧은 만큼 중심의 펄사로부터 태양에서 수성 정도의 거리에 불과한 아주 짧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후 최근까지 이 펄사 주변 더 안쪽과 더 바깥쪽에서 하나씩 새로운 외계행성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이 펄사 곁에서는 총 네 개의 외계행성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분석에 따르면 이 펄사에서 가장 멀리 2.6AU 거리에 떨어진 외계행성은 사실 덩치 큰 평범한 행성이 아니라 지구 질량의 겨우 만 분의 1 수준 질량에 불과한 소행성이나 혜성일 가능성도 있다.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이 천체는 최초로 펄사 곁에서 발견된 외계혜성이 될지 모른다. 

 

아쉽게도 이 펄사 주변 외계행성에서 생명체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심의 펄사가 아주 강력한 빔을 토해내 주변 외계행성들이 아주 강력한 항성풍과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외계 생태계가 탄생할 겨를도 없이, 행성 표면의 모든 것이 펄사의 에너지 빔에 의해 깔끔하게 살균 소독됐을 것이다. 

 

이처럼 재밌게도 인류 역사상 가장 처음으로 발견된 외계행성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가장 극단적인 별 곁에서 발견되었다. 다들 태양과 같이 평범하게 타고 있는 별 주변에서 외계행성이 최초로 발견될 거라 기대했지만, 정작 그 최초의 주인공은 고속으로 빠르게 자전하며 주변 행성에 위험한 방사선 빔을 토해내고 있는 펄사 곁이었다.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인류의 외계행성 발견 역사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1995년 태양처럼 ‘평범한’ 별 곁에서 발견된 외계행성

 

잠잠했던 영상 초반에 1996년으로 넘어가며 은하수 아래 쪽에서 새롭게 분홍색 점 하나가 찍힌다. 1995년 10월 시선속도(Radial velocity) 방법을 통해 발견된 최초의 외계행성 페가수스자리 51b다. 당시 천문학자 디디에 쿠엘로와 미셸 마요르는 프랑스에 위치한 오트 프로방스 천문대에서 별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하고 있었다. 별 곁에 육중한 외계행성이 함께 맴돌고 있다면 행성의 중력에 의해 중심 별도 미세하게 뒤뚱거리면서 움직이게 된다. 지구에서 봤을 때 중심 별 자체가 미세하게 지구 쪽으로 다가왔다가 다시 미세하게 멀어지는 쪽으로 진동하면, 그 모습은 별빛이 앞뒤로 움직이며 파장이 변화하는 도플러 현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당시로서는 새로웠던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새 외계행성을 찾는 시도를 했다. 

 

페가수스자리 51번 별 곁을 맴도는 가스형 외계행성의 상상도. 이미지=ESO/M. Kornmesser/Nick Risinger

 

그리고 바로 페가수스자리의 51번 별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 별 곁에 무언가 육중한 것이 함께 맴돌며 별 자체를 미세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페가수스자리 방향으로 약 50광년 거리에 놓인 페가수스 51번 별 곁에 외계행성이 있을 거라 발표했다. 바로 다음해 제프리 마시와 폴 버틀러가 릭 천문대에서 추가 관측을 했고 이 행성이 실재함을 입증했다. 

 

당시에는 외계행성이 발견된 별자리 페가수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신화에서 페가수스를 타고 다닌 벨레로폰의 이름을 이 외계행성에 붙였다. 하지만 이후 2015년 IAU는 이 외계행성의 공식 별명을 라틴어로 절반을 뜻하는 단어 ‘디미디엄’으로 명명했다. 이 외계행성의 질량이 목성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성 질량의 절반 정도인 외계행성이 굉장히 많은데, 이후에 얼마나 많은 외계행성이 연이어 발견될지 미처 생각치 못한 섣부른 네이밍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이 외계행성은 많은 천문학자들이 기대했던 태양처럼 지극히 평범한 별 곁에 있었다. 앞서 최초로 외계행성의 존재가 확인된 극단적인 별 펄사와 달리 좀 더 일반적인, 생명체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별이었기 때문에 이 발견은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2019년 노벨 물리학상도 펄사 곁에서 최초로 외계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가 아니라, 태양같이 평범한 별 곁에서 최초로 외계행성을 발견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엄밀하게 따지면 진짜 최초의 외계행성을 발견한 볼시찬 입장에선 다소 서운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아쉽게도 이 행성 역시 생명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심 별 자체는 우리 태양보다 11퍼센트 정도 살짝 더 무거운 얼추 비슷한 수준의 별이지만, 그 곁에서 발견된 페가수스 51b는 목성보다 크기는 50%더 크지만 질량은 50% 수준으로 가벼운 가스 행성이다. 게다가 이 외계행성은 고작 4일의 아주 짧은 주기로 중심 별에 바짝 붙어 궤도를 돌고 있다. 그래서 이 외계행성은 거의 1000도에 가깝게 아주 뜨거운 온도로 달궈져 있다. 이러한 종류의 외계행성을 목성처럼 덩치는 크지만 중심 별에 지나치게 가까워서 너무 뜨겁다고 해서 ‘뜨거운 목성형(Hot Jupiter)’ 타입의 행성이라고 부른다. 

 

#외계행성 탐색을 위해 우주로 올라간 외계행성 사냥꾼, 케플러

 

2009년 4월 6일 델타 II 로켓에 실린 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지구를 떠났다. 케플러는 오직 외계행성 탐색만을 목표로 제작된 외계행성 전문 사냥꾼이었다. 특히 앞서 외계행성 탐색의 주류였던 시선속도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식에 도전했다. 중심 별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이 별 앞을 주기적으로 가리고 지나가면서 별의 밝기가 조금씩 어두워졌다가 다시 원래 밝기로 돌아오는 트랜짓(Transit)을 활용했다. 

 

케플러는 드디어 2011년 첫 암석 행성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약 560광년 거리에서 지구의 약 1.4배 정도 크기를 가진 암석 외계행성 Kepler-1b를 발견했다. 앞으로 수천 개나 이어질 케플러의 역사적 발견의 첫 순간이었다. 이 행성은 중심 별 곁에서 겨우 20시간의 짧은 주기로 아주 작은 궤도를 그린다. 그래서 이 행성 자체는 지나치게 뜨거운 온도로 달궈져 있어서 생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마그마 행성으로 추정된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조준한 백조자리 방향의 밤하늘 시야를 표현한 그림. 특정한 한 방향으로만 약 3000광년 거리까지의 우주만 탐색했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

 

2014년을 넘어가며 케플러의 본격적인 대활약이 시작됐다. 영상 속 은하수 왼쪽 살짝 윗부분에서 갑자기 보라색 점들이 마구 찍히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바로 케플러가 집중적으로 관측한 백조자리 부근, 은하수 주변의 관측 영역이다. 케플러는 백조자리 부근에서 10도 너비의 정사각형 모양의 밤하늘을 쭉 조준했다. 이 관측 영역은 하늘 전체 면적의 0.25퍼센트에 해당한다. 쭉 뻗은 팔 끝에 펼친 손바닥 하나로 가릴 수 있는 정도의 면적이다. 큰곰자리 국자로 두 스쿱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라고도 볼 수 있다. 케플러는 바로 이 방향 하늘에서만 집중적으로 외계행성에 의한 트랜짓을 탐색했다. 그리고 4000개 가까운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사실상 5000개를 갓 넘긴 지금까지 발견 대부분이 케플러 혼자서 리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2010년대 중반 이후로 백조자리가 있는 영역 주변에서 트랜짓 방식을 의미하는 보라색 점들이 우수수 찍히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꺼번에 수십 수백 개의 외계행성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백조자리 부근 케플러의 관측 영역이 빽빽하게 채워진다. 

 

그런데 2012년과 2013년 두 번이나 연이어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자세를 제어하는 리액션 휠(2번과 4번 휠)이 고장났다. 원래 백조자리 방향의 특정한 한 방향의 하늘만 쭉 바라봤던 케플러는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 시선을 고정해서 관측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천문학자들은 굉장히 ‘신박’한 아이디어로 이 난관을 극복했다. 망원경 자체의 자세 제어 휠 대신 각진 망원경의 태양 패널로 비치는 태양빛 자체를 자세 제어에 활용하는 것이다! 태양빛에 의한 압력, 광압을 적당히 조절하면 각진 망원경 몸체 양쪽 방향으로 정확히 똑같이 광압이 작용하면서 망원경의 시선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렇게 고장난 리액션 휠 대신 태양빛의 광압으로 자세를 제어하는 케플러의 두 번째 인생, K2미션이 시작되었다. 인류의 ‘아스트랄’한 기술력을 보여준 순간이다. 

 

고장난 리액션 휠을 대신해서 태양빛 광압을 활용해 자세를 제어한 K2 미션의 관측 영역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NASA/AAS


K2 미션이 시작되면서 케플러가 바라보는 시야의 방향도 크게 변했다. 원래는 백조자리 방향의 특정한 한 방향에만 고정된 시선을 유지했지만, 더 이상 이렇게 자세를 고정할 수는 없었다. 대신 태양 주변을 맴도는 동안 태양 빛은 망원경 몸체 각도에 고정한 채, 망원경 자체가 공전하면서 망원경이 바라보는 방향도 둥글게 변하게 되었다. 그래서 K2 미션이 시작된 2013년 이후 영상 속에서 은하수 위 아래로 하늘 전역을 둥글게 휩쓸고 지나가며 케플러가 발견한 보라색 점들이 찍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역사적인 외계행성 사냥꾼의 역할을 해준 케플러는 2018년 11월 결국 연료가 모두 떨어져 미션이 공식 종료되었다. 하지만 워낙에 방대한 데이터를 관측해놓은 덕분에 케플러 망원경 자체는 은퇴했지만 지금까지도 아직 미처 분석을 다 마치지 못한 케플러의 데이터 유산이 잔뜩 쌓여 있다. 

 

케플러가 은퇴하기 바로 직전, 같은 해 4월 우주로 올라간 케플러의 동생 TESS 망원경도 케플러와 똑같이 트랜짓을 활용해 외계행성을 연이어 찾아내고 있다. 사실 케플러를 올릴 때만 하더라도 천문학자들조차 외계행성이 이렇게나 흔하게 발견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백조자리 부근 한쪽 방향의 하늘을 아주 먼 거리까지 바라보면서 외계행성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별 곁에 외계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TESS는 케플러 때와 달리 훨씬 가까운 범위의 좁은 우주 안에서 외계행성을 찾는다. 가까운 미래 직간접적으로 인류가 탐사할 만한 이웃한 외계행성, 특히 생명체가 살법한 가까운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TESS의 주목적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외계행성 탐색 방법, 마이크로 렌징 

 

이 영상에서 하나 더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은하수 중심 벌지 주변에 수두룩하게 찍힌 연두색 점들이다. 이 점들은 마이크로 렌징, 미시 중력 렌즈 효과를 활용해 발견된 외계행성을 의미한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외계행성을 찾는 데 마이크로 렌징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외계행성이 먼 배경 별 앞을 우연히 지나갈 때, 외계행성의 미약한 중력에 의해 그 주변에 작게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먼 배경 별의 별빛이 휘어지면서, 배경 별 빛이 아주 잠깐 살짝 밝게 증폭되어 보이는 현상이다. 

 

배경 별 앞으로 외계행성이 없는 별 혼자서 지나갈 때, 외계행성이 함께 맴돌고 있는 별이 앞으로 지나갈 때 벌어지는 중력 렌즈 효과의 차이를 표현한 그림. 작은 외계행성이 함께 앞을 지나가면 외계행성에 의해 한 번 더 작게 배경 별빛이 증폭되어 관측된다. 이미지=ESA

 

그런데 이 현상은 아주 먼 거리에 놓인 배경 별 앞으로 또 다른 외계행성이 딸린 별이 우연히 지나가는 아주 드문 행운이 따라줘야만 관측할 수 있다. 게다가 하필이면 딱 우리가 관측하고 있을 때 그 순간 이 우연이 벌어지는 타이밍도 필요하다. 아주 덩치가 작은 외계행성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러한 행운이 너무 드물다는 한계가 있다. 배경에 별들이 더 높은 밀도로 바글바글 채워질수록 이 행운을 더 자주 노릴 수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가장 높은 밀도로 별들이 채워져 있는 우리 은하 중심부 쪽을 바라보며 마이크로 렌징이 포착되기를 기다린다. 실제로 영상에 나오듯이, 마이크로 렌징으로 발견된 외계행성 대부분은 우리 은하 중심부 쪽에 몰려 있다. 

 

2027년 발사 예정인 또 다른 차세대 우주 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 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도 마이크로 렌징을 활용한다. 원래는 단순히 광각 적외선 우주 망원경(WFIRST, Wide Field Infrared Survey Telescope)이라고 불렸으나, 허블 우주 망원경을 우주로 띄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천문학자 낸시 로먼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였다. 최근에 우주로 올라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마찬가지로 적외선 영역으로 우주를 관측하게 될 낸시 로먼 망원경은 약 2.4m의 주경을 갖고 있다. 낸시 로먼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나 더 넓은 하늘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다. 허블로 찍었던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안에는 약 만 개의 은하가 찍혔지만, 만약 같은 관측을 낸시 로먼 망원경으로 한다면 수천만 개나 되는 은하들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다. 

 

2027년 발사 예정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 망원경. 외계행성뿐 아니라 암흑 에너지 등 다양한 우주의 비밀을 파헤칠 예정이다. 사진=NASA

 

앞서 설명했듯이 마이크로 렌징으로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선, 우연히 배경 별 앞으로 또 다른 외계행성이 지나가는 아주 까다로운 우연이 따라주어야 한다. 이 우연을 최대한 높은 확률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아주 넓은 하늘을 관측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별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낸시 로먼 망원경은 넓은 화각의 하늘을 한꺼번에 촬영한다. 

 

낸시 로먼 망원경은 또 다른 특별한 장비도 활용한다. 중심에서 밝게 빛나는 별빛만 싹 가려주는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다. 주변에서 밝게 빛나는 가로등 때문에 주변 밤하늘이 보이지 않을 때 손으로 가로등 쪽을 살짝 가려주면 어두운 밤하늘이 더 잘 보이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망원경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코로나그래프만이 아니라 우주에 띄워올린 거대한 별빛 가림막 스타셰이드까지 아예 별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장비를 활용하면 중심의 밝게 빛나는 별빛에 파묻혀서 숨어 있던 그 주변 외계행성 자체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케플러는 단순히 외계행성에 의해 밝기가 변화하는 중심 별빛의 변화를 통해 외계행성의 존재까지만 간접적으로 파악했다면, 낸시 로먼은 외계행성 자체의 모습까지 담는 시도를 하는 셈이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과 TESS가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되어 있다. 이미지=NASA

 

이제 모든 천문학자들은 사실상 거의 모든 별 곁에 외계행성이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과연 앞으로 인류는 또 얼마나 많은 외계행성을 찾게 될까? 그리고 그 수많은 외계행성들 중 지구처럼 생명과 문명이 번성한 곳들은 또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이번 5000개의 기록을 넘어 만 개, 10만 개의 기록을 넘기는 날을 기대해본다. 매년 3월 21일을 ‘5천 외계행성의 날’로 함께 기념해보는 건 어떨까. 

 

참고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2/simulated-image-shows-how-nasa-s-roman-could-expand-on-hubble-s-deepest-view

https://exoplanets.nasa.gov/alien-worlds/historic-timeline/#first-planetary-disk-observedhttps://exoplanets.nasa.gov/discovery/exoplanet-catalog/

http://www.exoplanetkyoto.org/exohtml/HD_28185_b.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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