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역사적인 첫 인증샷 전격 해부

'심심한' 사진에 실망했다고? 알고 보면 놀라운 사진 속 요소들의 의미

2022.04.04(Mon) 10:16:44

[비즈한국] 드디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거울들이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그 선명한 첫 인증샷을 보내왔다. 그런데 얼핏 보면 가운데 밝게 찍힌 별의 모습이 특이하게 보일지 모른다. 단 하나의 점이 아닌 사방으로 길게 빛이 새어나간 듯한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모습의 정체는 무엇일까? 초점을 맞추는데 성공한 제임스 웹의 진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초점을 맞추고 나서 보내온 첫 사진. 사진=NASA/STScI

 

제임스 웹이 보내온 첫 사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망원경의 성능은 얼마나 작은 물체까지 구분해서 보여주는지, 그 분해능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아주 멀리 놓인 과녁에 점을 두 개 바짝 붙여서 찍어놓고 그것을 멀리서 바라본다고 생각해보자. 분해능이 좋을수록 더 가까이 찍힌 두 점을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분해능이 좋지 않으면 두 점이 한 점으로 뭉쳐져 보이고 구분되지 않는다. 천체까지의 거리가 더 멀수록 밤하늘에서는 더 작게 보인다. 따라서 더 먼 천체의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해선 더 작은 각도까지 구분해서 볼 수 있는 높은 분해능이 필요하다.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빛이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 곧게 통과하지 않고 구멍에서 사방으로 더 넓게 퍼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바다 방파제 사이 작은 틈 사이로 들어온 파도가 다시 둥글게 사방으로 넓게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빛을 모으는 망원경의 둥근 거울 역시 빛이 들어오는 둥근 구멍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망원경 입구를 통해 들어온 빛은 단순히 직진으로 들어오지 않고 사방으로 둥글게 물결치는 듯한 회절 무늬를 만들어낸다. 

 

각각 둥글게 회절 무늬를 그리는 두 광원이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야만 분해가 가능하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

빛이 가진 이러한 성질은 가까이 붙어 있는 두 물체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밝은 광원 두 개가 가까이 붙어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망원경으로 바라본 두 광원의 모습은 중심에서부터 둥글게 물결치듯 퍼져나가는 회절 무늬를 함께 보인다. 두 광원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면 각각의 회절 무늬가 서로 섞이지 않아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 있다면 펑퍼짐하게 퍼져 있는 각각의 회절 무늬가 겹쳐지면서 두 개의 광원을 따로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 붙어 있는 두 광원을 구분할 수 있는지가 바로 망원경의 분해능이다. 

 

망원경의 분해능은 관측하고자 하는 빛의 파장과 망원경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관측하는 빛 자체의 파장이 길면 회절 무늬 역시 더 크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두 광원이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분해가 가능하다. 반대로 파장이 짧은 빛으로 관측하면 그만큼 회절 무늬도 작아지고 더 가까이 붙어 있는 광원도 분해할 수 있다. 한편 망원경 자체 크기가 더 클수록 분해능도 더 좋아진다. 그래서 망원경의 분해능을 간단하게 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분해능]=1.22×[관측하는 빛의 파장]/[망원경의 지름] 

 

위 식에 제임스 웹을 대입해보자. 제임스 웹이 우주를 관측하는 적외선 빛의 파장 2마이크로미터, 그리고 제임스 웹의 거대한 거울 전체 지름 6.5미터를 대입하면 제임스 웹 자체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분해능 한계는 대략 77밀리각초다. 

 

그렇다면 제임스 웹은 선배 허블 우주 망원경에 비해 얼마나 더 좋은 분해능을 갖고 있을까? 재밌게도 허블 우주 망원경의 분해능 자체는 오히려 제임스 웹보다 더 좋다. 허블의 분해능은 약 40밀리각초로 제임스 웹보다 더 바짝 붙어 있는 두 광원을 구분할 수 있다. 허블보다 성능이 더 뛰어날 거라 했던 제임스 웹이 허블보다 성능이 더 안 좋은 걸까?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왼쪽)과 제임스 웹이 보게 될 사진(오른쪽)을 시뮬레이션해서 비교한 그림. 이미지=ESA/NASA/STSCI


그렇지는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 망원경의 분해능은 어떤 종류의 빛으로 우주를 바라보는지, 관측하는 빛의 파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약 500nm 파장을 가진 가시광선 영역부터 더 파장이 짧은 근자외선에 이르는 빛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이보다 훨씬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만약 제임스 웹이 허블과 같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했다면, 허블의 절반인 20밀리각초 수준의 엄청난 분해능을 가졌을 것이다. 허블이 분해할 수 있는 최소 한계보다 더 짧게 바짝 붙어 있는 광원들을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임스 웹은 허블에 비해 약 두 배 더 큰 눈을 갖고 있으므로 이는 당연한 결과다. 

 

제임스 웹이 분해능을 손해 보면서까지 가시광선보다 더 파장이 긴 적외선을 선택한 건 더 먼 우주 끝자락을 보기 때문이다.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면서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빛은 시공간 자체의 팽창과 함께 파장이 길게 늘어난다. 그래서 원래의 빛보다 더 파장이 긴 쪽으로 치우쳐서 관측된다. 따라서 우주 팽창과 함께 적외선 쪽으로 치우친 초기 우주의 모습을 봐야 하는 제임스 웹은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따라서 제임스 웹의 성능을 더 공평하게 비교하려면, 앞서 똑같이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한 다른 망원경과 비교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2003년 발사한 스피처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 있다. 이번 제임스 웹은 스피처 선배에 비해 무려 30배가량 더 뛰어난 분해능을 가졌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분해능은 약 2각초(0.005도)다. 제임스 웹보다 훨씬 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모습만 선명하게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이번에 제임스 웹이 처음으로 찍은 사진을 앞서 스피처가 똑같은 방향의 하늘을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보면 제임스 웹의 눈이 얼마나 더 선명하게 우주를 보여주는지 느낄 수 있다. 

 

이번 제임스 웹이 찍은 똑같은 별을 앞서 스피처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 위에 있는 제임스 웹의 사진과 비교해보자. 사진=NASA/STScI

 

제임스 웹의 무시무시한 능력은 주변에 함께 찍힌 배경 은하들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다. 중앙에서 밝게 빛나는 타깃 별 주변에 얼룩처럼 찍힌 형체들은 모두 수천만 광년 이상 먼 거리에 놓인 배경 은하들이다. 허블이 촬영했던 허블 딥 필드 속의 먼 은하들과 같다. 그런데 허블 우주 망원경은 이 딥 필드를 완성하기 위해 무려 6개월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틈틈히 빛을 모아야 했다. 빛을 모은 노출 시간만 합해도 약 백만 초나 된다. 

 

그런데 이번 첫 인증샷을 찍기 위해 제임스 웹이 빛을 모은 전체 노출 시간은 겨우 2100초다. 물론 허블 딥 필드 때처럼 아예 각 잡고 먼 배경 우주를 찍은 사진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사진에 찍힌 배경 은하의 개수가 상당히 적기는 하지만, 허블이 백만 초나 빛을 받은 끝에 담아낸 먼 배경 은하의 모습을 제임스 웹은 단 2100초, 35분 만에 확인한 셈이다. 

 

이번 제임스 웹의 첫 인증샷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바로 중심에 밝은 별 주변에 여덟 방향으로 뻗어 있는 잔상이다. 자세히 보면 60도 간격으로 길게 뻗어 있는 여섯 가닥의 잔상, 그리고 오른쪽 왼쪽 양 옆으로 작게 뻗어 있는 두 가닥의 잔상이 있다. 이 무늬는 빛이 제임스 웹의 거울과 광학 장비를 거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회절 잔상이다. 

 

망원경 거울에 반사된 빛이 그리는 잔상 무늬는 거울의 모양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단순히 둥근 거울이라면 둥글게 물결치는 듯한 무늬가 그려지지만, 제임스 웹처럼 육각형의 각진 형태 거울의 경우 60도 간격으로 뻗어나가는 잔상이 그려진다. 특히 제임스 웹은 전체 크기 6.5미터라는 거대한 거울을 비좁은 로켓 안에 싣고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접어놓았던 거울을 우주에 올라가서 다시 펼치는 방법을 썼다. 그래서 거울을 접고 펼칠 때 빈 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부득이하게 벌집처럼 육각형 모양의 거울을 만들어야 했다. 제임스 웹의 인증샷 속 60도 간격으로 여섯 가닥 뻗어 있는 기다란 잔상은 바로 이 거울 모양 때문에 생긴 것이다. 

 

거울의 모양과 지지대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 주변 회절 잔상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제임스 웹은 거대한 주경뿐 아니라 그 앞에 놓인 작은 부경도 있다. 주경으로 모은 빛은 다시 부경에 반사되어 최종 검출기로 들어간다. 부경은 세 가닥의 지지대로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지대 자체도 망원경이 모은 빛이 회절되는 데 영향을 준다. 지지대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많이 세워져 있는지에 따라 잔상 무늬의 개수와 방향도 달라진다. 제임스 웹의 인증샷 속 양옆으로 작게 삐져나와 있는 두 가닥의 잔상은 부경 지지대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제임스 웹의 인증샷 속 가운데 찍힌 별이 워낙 밝다보니 이 별만 잔상 무늬를 보이는 것 같지만, 배경에 찍힌 다른 배경 별과 배경 은하들에도 모두 잔상 효과가 나타난다. 중심의 별에 비해서 어둡기 때문에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사진의 오른쪽 위에 찍힌 그나마 밝은 다른 배경 별을 보면 이 별도 미세하게 비슷한 잔상 무늬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빛 자체가 갖고 있는 회절하는 특성과 망원경 거울, 광학 장비 자체가 갖는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잔상 무늬는 앞서 다른 망원경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한계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에서도 특히 가까이 놓인 밝은 별들 주변에서 이런 잔상 무늬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허블의 경우 제임스 웹과 달리 둥근 단일경이고 주변 광학 장비의 세팅이 다르기 때문에 90도 간격으로 뻗어 있는 네 가닥의 잔상 무늬를 보인다. 

 

그러면 눈에 거슬리는 이런 잔상 무늬는 지울 수 있을까? 기술적으론 이미지 모델링을 거쳐 잔상 무늬를 지울 수 있다. 하지만 수학적으로는 완벽하게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잔상 역시 사진에 담긴 천체 빛의 일부인 만큼 그 천체의 소중한 특징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실제 관측에서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빛 잔상을 하나하나 다 지우지는 않는다. 제임스 웹을 통한 관측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다시 제임스 웹의 첫 인증샷을 감상해보자. 어쩌면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땐 기대했던 허블 딥 필드와 같은 화려한 모습이 아닌, 별과 얼룩이 몇 개 찍혀 있는 허전한 모습이라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이 사진의 진짜 의미, 사진 속에 숨어 있는 각 요소의 진정한 진가를 생각하며 다시 바라본다면 사진에 담긴 얼룩 하나하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참고

https://www.stsci.edu/files/live/sites/www/files/home/jwst/documentation/technical-documents/_documents/JWST-STScI-001157.pdf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0/simulations-show-webb-telescope-can-reveal-distant-galaxies-hidden-in-quasars-glare

https://www.nasa.gov/press-release/nasa-s-webb-reaches-alignment-milestone-optics-working-successfull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핫클릭]

· [사이언스] 인류가 발견한 외계행성 5000개 돌파!
· [사이언스] 은하 하나 크기가 1600만 광년? 실체 알고보니…
· [사이언스] 우리 은하를 끌어당기는 '거대 인력체' 정체는?
· [사이언스] 화성과 지구의 운명을 가른 '작지만 결정적 차이'
· [사이언스] 하나의 우주 두 개의 팽창률 '허블 텐션' 미스터리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