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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금융증권범죄 합수단, 1호 수사는 루나·테라?

검경 수사권 조정 맞물려 수사 여부 검토 착수…금액·고의성 등 입증이 관건

2022.05.23(Mon) 11:53:24

[비즈한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부활을 지시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1호 수사 대상으로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 폭락 사건이 거론되고 있다. 가상화폐 루나·테라USD(UST) 가격 폭락으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워낙 많은 탓이다. 변수는 지난해와 올해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 일부 혐의는 검찰 수사가 제한돼 경찰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직접 수사가 가능한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 중이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부활 후 첫 수사 대상으로 루나 폭락 사건이 거론되고 있다. 합수단이 설치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사진=박정훈 기자


투자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리하는 LKB파트너스는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설치된 서울남부지검에 사기 혐의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를 고소·고발 조치했다. 금융 관련 범죄 수사를 전담으로 하는 합수단의 수사 1호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인데, 합수단의 경우 검찰뿐 아니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정보분석원(FIU) 등과의 공조 수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남부지검 역시 사건을 합수단에 배당해 수사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변수는 범죄 혐의 중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는 점이다. 일단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이 중 사기의 경우 피해 규모가 5억 원이 넘어야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여기서 검찰의 고민은 전체 피해 금액은 5억 원이 가뿐히 넘지만, 투자자 개별로 따지면 미만인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유사수신행위 수사는 경찰 담당인데, 검찰은 여러 혐의 중 경찰의 수사 영역이 있을 경우 사건 전체를 경찰로 내려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사건 일부만 검찰이 진행하고 나머지는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사기 혐의는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목적이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권도형 대표 등이 회사 운영의 목적이 ‘사업 성공’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받아 챙기려 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은 UST를 사서 맡기면 연 20% 수익률을 보장하는 ‘앵커 프로토콜’ 부분이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토대로 사기 혐의 적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ST 생태계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지만, 연 20% 수익률은 구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사기의 필수 요건인 ‘고의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권 대표가 탈세로 수백억 원을 추징당한 점도 ‘합수단 1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다. 권 대표는 공동창업자 신현성 씨 등과 함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고, 국세청은 이들이 누락한 법인세와 소득세로 총 500억 원 정도를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세청은 수사기관 고발에 필요한 조세범칙조사는 하지 않았는데, 국세청이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다’고 판단하면 는 예외적으로 재조사가 허용된다. 세무당국의 고발 등을 통한 합수단의 수사 범위로 탈세 지점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테라와 루나의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지난 19일 서울남부지검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고소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수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권 대표가 해외(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데다 테라폼랩스 한국지사는 해산한 상태라 증거를 확보할 만한 물리적 수사대상이 제한된다. 권 대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권 대표는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라폼랩스는) 한국에 미납된 세금 부채가 없다”고 반박했고, 한국법인 해산 및 루나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자작극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를 폐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타이밍은 우연의 일치다, 나는 테라와 루나는 말할 것도 없고 결코 내 인생에서 가상화폐를 공매도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주가 조작 수사에서도 고의적인 주가 급등락은 거래 기록이 다 남아있어도 입증하기 힘들다. 내부고발자가 없으면 어렵다”라며 “하물며 가상화폐라면 고의적인 하락이라고 하더라도 더더욱 자료 확보가 어렵지 않겠나. 합수단은 1호 사건으로 낙점 시 어떤 혐의가 적용 가능한지 기본적인 자료를 검토해 수사 가능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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