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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세계 경기 하강에 스타트업계도 꽁꽁 '현금부터 확보'

급성장하던 배송 스타트업·핀테크 업계마저 줄줄이 직원 감축, 정리해고 단행

2022.05.31(Tue) 09:44:36

[비즈한국]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에 몰렸던 돈들도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각종 원자재와 유가 및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많은 기업이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에만 이미 뉴욕 나스닥이 26%가량 하락했다. 특히 테크 기반 회사들이 지나치게 과대 평가되었으며 이 거품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코로나 위기로 호황을 누렸던 넷플릭스는 주가가 70% 폭락했고, 홈트레이닝 전문 기업 펠로톤(Peloton)의 주가도 60%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얘기만이 아니다. 유럽 스타트업계도 얼어붙었다. 작년에 런던에서 상장한 배달 전문 스타트업 딜리버루(Deliveroo)의 주가는 58% 하락, 2006년 스웨덴에서 음악 스트리밍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스포티파이(Spotify)의 주가도 61%나 하락했다.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에 연속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거액의 투자 유치로 화제가 되었던 10분 배송의 선두주자 고릴라즈가 전 직원의 절반을 해고한다고 발표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진=고릴라즈 인스타그램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스타트업들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첫 조치로 많은 스타트업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잘나간다던 스타트업도 포함됐다. 일단 현금을 확보하고 보자는 것이다.  

 

#경쟁적으로 긴축 정책 실시하는 배달 스타트업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많은 인기를 누렸던 ‘10분 배송’ 서비스다. 

 

2020년 5월 창업해 1년 만에 2억 4500만 유로(약 3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고릴라즈(Gorillas)도 예외는 아니다. 고릴라즈는 지난 5월 23일 전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2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벨기에에서 철수하는 대신 주요 시장인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미국 5곳에 집중해 수익을 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발표했다. 고릴라즈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매출의 90% 이상이 5개 주요 시장에서 발생한다. 

 

고릴라즈의 경쟁 업체이자 빠른 식료품 배송의 원조 격인 겟티어(Getir)도 상황은 비슷하다. 겟티어는 2015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창업했다. 이후 유럽의 타 도시로 빠르게 확장해 2019년에만 150만 개의 주문을 처리했고 1억 20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2021년 7월에는 스페인의 배달 스타트업 블록(BLOK), 11월에는 영국의 배달 스타트업 위치(Weezy)를 인수하며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겟티어에는 현재 약 6000명의 직원이 있는데, 지난 5월 25일 이들 가운데 14%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케팅, PR 부문에 대한 지출을 줄이겠다고도 예고했다.

 

경쟁적으로 확장해오던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의 긴축정책도 경쟁적이다. 런던의 배달 스타트업 찹(Zapp)도 5월 25일 최대 10%까지 직원을 정리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0년 여름에 설립된 찹은 창업자가 아프리카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물류 회사 주미아(Jumia)의 창립멤버이자 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조 팔터(Joe Falter)와 아마존 시애틀 본사 프로덕트 리드 출신의 네이비드 하드자드(Navid Hadzaad)다. 창업자들의 이력이 쟁쟁하다 보니 초기부터 굉장히 주목을 받았다. 그런 이들도 “현재 경제 상황이 언제 개선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계획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정리해고 계획을 밝혔다. 

 

영국의 식료품 배달 전문 스타트업 ‘찹’도 정리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tryzapp.com

 

#핀테크 업계에도 예외 없이 찬바람

 

테크 업계의 철옹성 같았던 핀테크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핀테크 부문은 2022년 1분기 가장 자금 조달 비중이 큰 분야였기 때문에 놀랍다. 하지만 1분기에도 핀테크 부문의 자금 조달 총건수가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중에서도 유럽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트업 클라르나(Klarna)가 전 세계 인력의 10%를 해고할 계획임을 밝혀 충격을 안겨주었다.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핀테크 스타트업 클라르나(Klarna)는 최근 금융 시장의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특히 유럽에서 BNPL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평가받았다. 지난 5월 23일 클라르나의 CEO 세바스찬 지미아코브스키(Sebatian Siemiatkowski)는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지금까지 내려야 했던 결정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해고를 발표했다. 

 

‘포천’이 선정한 2020년 40세 이하 40인의 리더에 포함된 클라르나의 CEO 세바스찬 지미아코브스키. 그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직원 700여 명의 해고를 발표했다. 사진=클라르나 보도자료

  

지미아코브스키는 “2022년 가을 목표를 세우기 위해 내부 점검을 했을 때, 외부 변화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곧 “700여 명의 직원이 보상과 함께 회사를 떠나게 된다는 연락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시장 침체 속에서 핵심 사업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베를린에 기반을 둔 디지털 은행 누리(Nuri)도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45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누리 홈페이지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CEO 크리스티나 발커-마이어(Kristina Walcker-Mayer)는 “우리는 5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2021년에는 전년 대비 수익이 4배 늘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인력 감축이라는 불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베를린 기반 디지털 뱅크 누리. 사진=nuri.com

 

누리는 암호화폐와 일반 은행 계좌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을 핵심에 두고 디지털 뱅킹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의 지원을 받아 일부 공공적인 성격도 갖고 있었기에 이번 해고 결정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런던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 언캡트(Uncapped)도 전체 직원의 26%인 29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해고된 직원의 대부분은 제품 개발자(product engineer)였다. 언캡트는 2019년 런던에서 설립된 유럽 최초의 수익 기반 금융(RBF, revenue-based financing) 제공업체이다. 창업자들에게 10만 파운드에서 100만 파운드까지 자금을 조달해주고, 창업자들의 수익에 비례해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의 금융서비스다. 별도의 신용 확인이나 보증 절차가 필요 없이 24시간 이내 자금 조달 결정을 받을 수 있다. RBF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중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언캡트의 인력 감축 계획은 충격적이다.

  

#코로나 특수로 호황 누리던 스타트업의 위축

 

2015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원격진료 스타트업 크라이(Kry)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승승장구했다. 1300명 이상의 의사와 협력하고, 20개 이상의 건강검진센터와 파트너십을 맺어, 지금까지 600만 회의 비대면 진료를 진행했다. 하루 24시간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고, 30개의 언어로 다국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성장한 크라이도 전 직원의 10%인 약 1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영국에서 설립된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호핀(Hopin)도 올 2월에 전체 직원의 12% 해당하는 138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호핀은 UN, 나토(NATO) 등과 같은 기관뿐만 아니라 유니레버(Unilever)와 같은 다국적 기업에 온라인 이벤트를 위한 화상 회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약 8만 개 이상의 대형 온라인 이벤트를 주최했다. 그 밖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명한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1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컨퍼런스, 온라인 이벤트를 위한 가상 플랫폼 호핀. 코로나로 호황을 누렸으나 올 2월 직원 12%를 해고했다. 사진=hopin.com

 

호핀은 기업가치도 10억 달러에 이르고, 라이브 스트림 플랫폼이 스트림야드(StreamYard)를 포함해 6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기에 그 충격이 더 크다. 

 

스타트업의 고용 상황에 직격탄을 날리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테크 기반 스타트업과 기업의 상황이 요동침에 따라서 투자자들도 매우 신중한 분위기다. 대용량 파일을 공유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네덜란드 기반 스타트업 위트랜스퍼(WeTransfer)는 올해 초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계획했던 IPO를 취소했다. 독일 출판사 슈프링어 네이처(Springer Nature)도 투자자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32억 유로(4조 2600억 원) 규모의 주식 상장을 취소했다. 

 

M&A를 통해 스타트업이 활발히 확장해가던 분위기도 한층 누그러진 모양새이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컨설팅 회사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글로벌 M&A 활동이 2021년 4분기보다 23% 하락한 7250억 달러(898조 원)를 기록했다. 이 추세로 보자면 다음 분기에도 기업 거래의 속도는 둔화될 전망이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공급망 마비 등에 따라 거시경제 상황이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운 터라 더욱더 비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정확히 2년 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에도 스타트업에게는 ‘위기’였다. 이럴 때일수록 비즈니스의 핵심에 집중하고, 주주와 의사소통을 하고, 현금 확보를 늘리며, 재무적인 문제가 없도록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위기였던 코로나가 누군가에겐 기회였던 것처럼, 생존하다 보면 성장의 기회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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