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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국이냐 돈벌이냐…간송미술관 '국보 NFT' 발행 논란

혜원 신윤복 작품 NFT 프리세일…"지나친 상업화" vs "일종의 후원" 팽팽

2022.06.10(Fri) 15:20:34

[비즈한국] 국내 최초 근대식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최근 국보를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어 민팅(발행)해 화제를 모았다. NFT로 재탄생한 작품은 국보 제135호인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이다. 간송미술관은 혜원전신첩 NFT 발행과 함께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을 구축해 문화재 감상과 향유의 장을 만든다는 청사진을 냈다. 하지만 국가 유산인 문화재를 대량의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보유하고 있던 국보 제135호 ‘혜원전신첩’을 고화질의 NFT로 발행하고 메타버스 뮤지엄을 만든다고 밝혔다. 사진=간송미술관 웹사이트

 

#NFT로 재탄생한 국보 ‘혜원전신첩’

 

간송미술관은 지난 5월 26일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속한 작품 30점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혜원전신첩은 18세기 한양 사람들의 생활상과 남녀의 풍속을 묘사해 유명한 작품이다. ‘단오풍정’ ‘월하정인’ ‘기방무사’ 등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 다수가 이 화첩에 있다.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개발사 아톰릭스랩과 가상자산 법무법인 이제, 마케팅사 비매스크 등과 진행한다.

 

간송미술관은 정밀 스캔한 혜원전신첩을 NFT로 제작해 이더리움 메인넷에 발행하고, 이를 활용해 메타버스 세계관이나 웹툰·음악·드라마·영화 등 2차 창작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의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해 IP 사업을 펼치는 셈. 간송미술관은 훈민정음 해례본과 혜원전신첩을 포함해 국보 12점, 보물 32점, 서울시 지정문화재 4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혜원전신첩 NFT 발행과 더불어 메타버스 박물관 구축에 나선 만큼 향후 다른 문화재도 NFT로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3일 ​화첩 내 작품 중 단오풍정을 쪼개 만든 NFT를 우선구매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발행하는 프리세일을 진행했다. NFT에는 단오풍정에 등장하는 인물의 전신·상반신·얼굴이나 작품 내 사물 이미지를 담았다. 프리세일에선 개당 0.08이더리움(약 18만 원)에 총 355개의 단오풍정 NFT가 발행됐다. 민팅은 랜덤으로 진행해 지난 8일에야 구매자에게 이미지가 공개됐다. 이번 프리세일 구매자는 향후 모든 전신첩 민팅 프리세일에서 ​NFT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우선배정권을 얻는 등 특전을 얻는다.

 

그렇다면 단오풍정 NFT 프리세일의 현황은 어떨까. 국보 NFT 매집에 나선 이들이 많을까. 현재 NFT 거래소인 오픈씨(Opensea)에서 단오풍정 NFT는 최저 0.2이더리움(약 45만 원)에서 최고 200이더리움(약 4억 5000만 원)까지 가격이 매겨진 상태다. 최고가 NFT는 단오풍정의 주요 인물인 그네 타는 여인의 얼굴을 원형으로 잘라낸 이미지다. 프리세일 구매자가 0.2이더리움에 재판매해도 25만 원이 넘는 이익을 거두는 셈이다. 단오풍정 NFT 소유 지갑은 79개로, 프로젝트 협업사인 아톰릭스랩의 정우현 대표도 5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작품의 가치나 인지도에 비해 단오풍정 NFT의 프리세일 열기가 뜨겁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NFT 355개는 민팅 시작 후 5일 차인 지난 7일에야 완판됐다. 인기 NFT는 프리세일에서 빠르면 수 초 만에 매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딘 속도다. 또 정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그네타는 여인의 전신 NFT를 지난 8일 최저 1이더리움(약 225만 원)으로 시작하는 경매에 내놨지만 10일 오전 10시 기준 경매 참가자는 없는 상태다. 

 

#NFT 경매 열기는 저조

 

간송미술관이 국보 판매에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인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 100개 한정으로 발행했으며 가격은 개당 1억 원이었다. 당시 간송미술관은 발행 목적을 문화 보국과 자금조달로 밝혔다. 훈민정음을 디지털 자산으로 영구 보존하고 미술관 운영관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1월에는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금동삼존불감(국보 제73호)을 경매에 냈으나 둘 다 유찰됐다가, 금동삼존불감은 글로벌 문화재 소셜 다오(DAO·탈중앙화 자율조직)인 ‘헤리티지 다오’에 판매됐다. 헤리티지 다오는 금동삼존불감의 소유권 51%를 간송미술관에 기부하고 영구 기탁했다. 당시 간송미술관을 향해 국보를 수익 창출에 활용한다는 논란과 소유권 이전을 향한 우려가 이어졌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5일 보화수보 전시를 끝으로 보화각의 보수정비와 수장고 신축공사를 진행하며 휴관에 들어갔다. 사진=심지영 기자

 

이번 혜원전신첩 NFT를 두고도 전문가 사이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간송미술관이 국보를 NFT로 만들면서 지나치게 상업화한다고 지적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겸 칼럼니스트는 “간송미술관은 미술관 보수·건립 등으로 여러 차례 정부 지원을 받았다. 그만큼 공공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투기성이 짙고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NFT를 발행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면 미술관 운영 대책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문화재를 마구잡이로 NFT로 판매하는 건 공적 자산의 가치에 맞지 않는 행위다. 간송미술관은 문화보국(文化保國,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을 내세우지만, 이면의 목적은 수익 창출로 읽힌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보 NFT 발행을 문화 보전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현정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큐레이터(미술평론가)는 “간송미술관의 국보 NFT를 구매하는 건 일종의 후원에 가깝다”며 “국보 NFT를 자본화로 보는 것은 현재로선 시기상조다. 법적으로 소유권과 저작권도 미술관에 있지 않나. 국보 NFT 발행은 문화 향유의 확장을 위한 미술관의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국보 상당수가 개인 혹은 법인이 소유하고 있어 앞으로 간송미술관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해외에선 미켈란젤로 작품처럼 문화재로 영리 활동하는 사례가 있다”며 “개인이 보유한 국보를 NFT로 만드는 것도 문화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차원이라면 소유권자의 권리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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