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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무대를 준비하는 뮤지션의 희로애락, '테이크 원'

죽기 전 단 한 번의 완벽한 무대를 위한 아티스트의 고민…선택과 결과는 다르지만 진정성은 같아

2022.10.20(Thu) 10:17:38

[비즈한국] 단 한 번. 무엇이든 하나만 꼽으라고 하고, 한 번만 할 수 있다고 하면 긴장되고 조급하고 초조할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지 않나. 하물며 아티스트에게 ‘생애 가장 의미 있는 단 한 번의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청했을 때, 그 아티스트의 고민은 얼마나 크고 깊을지는 가늠이 안 갈 정도다. 

 

1986년으로 데뷔 연도가 같은 소프라노 조수미와 가수 임재범. 36년간 활동한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곡들이 있겠냐마는 조수미는 도전의 의미로, 임재범은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의미로 의외의 선곡을 보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 가늠할 수 없는 고민을 해보라고 대담한 제안을 던진 프로그램이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음악 예능 ‘테이크 원(Take 1)’. 지난 14일 공개한 ‘테이크 원’은 짧게는 8년부터 길게는 36년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을 해온 아티스트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죽기 전, 단 한 번의 완벽한 무대를 남길 수 있다면?’ 조건은 단 하나, 원 테이크(One Take) 촬영이라는 것. 단 한 곡을 위해 치열하게 무대를 꾸미고 공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미련 없이 무대는 철거된다. 

 

넷플릭스가 질문을 던진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조수미, 임재범, 유희열, 박정현, 비, 악뮤(AKMU), 마마무 등 나이와 성별은 물론 쌓아온 이력과 장르도 사뭇 다르지만 호불호와는 별개로 누구도 그들이 쌓아온 발자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뮤지션들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선택하고 꾸밀 무대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답게 과감한 지원이 돋보인 악뮤와 비의 무대. 악뮤는 관객이 없는 대신 뮤직비디오를 원 테이크로 촬영하는 듯한 압도적 규모를 선보였고, 비는 최초로 청와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방영 순서는 조수미-악뮤-임재범-비-박정현-유희열-마마무 순. ‘테이크 원’은 한정된 시간 안에 원하는 꿈의 무대를 완벽하게 원 테이크로 실수 없이 해내느냐의 긴장감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 임하는 이들의 천차만별 다른 모습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시청할 수 있다. 사실 예전 음악 예능 ‘나는 가수다’처럼(임재범과 박정현이 나왔던) 무대에 서기까지의 긴장감과 무대로 인한 몰입감이 가장 클 줄 알았는데, ‘단 한 번의 무대를 꾸밀 때 무엇에 주안점을 두는지’부터 완연히 달라 놀라움을 자아냈다. 

 

우선 선곡. 첫 난관은 단 하나의 곡을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있다고 여겼다. 예상대로 여러 아티스트가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도 그랬다. 대중에게 조수미를 각인시킨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도 있지만, 36년간 노래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에게 의미 있는 곡이 한두 곡이겠는가 말이다. 많은 히트곡이 있음에도 유명한 노래와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넘어 자신에게 의미 있는 곡을 신중하게 길어 올린 임재범과 박정현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퍼포머로 유명한 댄스가수 비나 ‘장르 자체가 악뮤’라는 수식어처럼 다채로운 음악을 보여준 악뮤는 의외로 선곡에서 신속한 결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무대의 신선한 콘셉트와 규모로 보면 박정현의 무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강 한가운데서 내밀한 자신의 속내를 담은 노래를 선보이며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선곡하는 자세도 자세지만 결과도 각양각색. 조수미 하면 대중이 단번에 떠올리는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대신 ‘호프만의 이야기’의 ‘인형의 노래’를 선택한 조수미는 오페라에 국악을 접목하는 과감한 도전을 선보였다. ‘꿈에’ ‘PS. I Love You’ 등 친숙한 히트곡 대신 항상 어려워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는 ‘Song for Me’를 들고나온 박정현이나 6년이란 공백기를 깨고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부른 임재범도 의외의 선택. 물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대중이 원하는 대표곡을 들고 나온 비도 있다. 아티스트가 고른 단 한 곡이 시청자가 원하는 바와 같을지, 혹은 달랐어도 아티스트가 그 곡을 고른 의미가 잘 전달될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크다. 

 

촬영 이후 표절 논란이 일었던 유희열. 성공한 방송인, 기획사의 수장 이전에 그의 본질과도 같은 원맨 밴드 토이(TOY)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만감이 교차하는 회차라 할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다음은 무대 기획. 수백, 수천 번의 무대에 섰을 그들이지만 ‘단 한 번의 완벽한 무대’라는 조건을 걸면 오만 가지 생각이 들 법하다. 여기서는 아티스트의 아이디어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만치 다르다. 프로젝트를 듣자마자 머릿속에 무대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구상한 악뮤의 이찬혁이 기획한 무대는 그야말로 압도적. ‘낙하’를 선곡한 악뮤는 200명의 댄서와 비행기와 스카이다이버를 투입한 초대형 무대를 선보인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처럼 아예 관객을 배제한 무대라는 점도 이색적. 

 

개방된 청와대에서 최초로 공연을 펼친 비나 한강 한복판에 바지선을 띄우고 유람선에 탄 관객을 바라보며 노래한 박정현의 스케일도 인상적이다. 가히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스케일의 무대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재개발을 앞둔 허름한 아파트 옥상에서 구급요원, 간호사, 자영업자 등 코로나19로 특히 힘들었던 일상의 사람들을 관객으로 초청해 노래에 집중한 임재범의 무대는 그것대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울림을 준다. 선곡과 마찬가지로 무대 기획에서도 선택과 결과는 다르지만, 아티스트의 진정성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그룹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를 보여준 마마무. 데뷔곡과 히트곡 ‘HIP’을 매시업해 한 곡으로 선보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무엇보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에 임하는 아티스트의 감정을 시청자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점이 ‘테이크 원’이 여느 음악 예능과는 차별화되는 지점.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기획자, 스태프, 세션 등 하나의 무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는지(진부한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다)​를 생생히 구현해내면서, 보는 이들 역시 손에 땀을 쥐며 그들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염원하게 된다. 공연 시작 전까지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테이크 원 시계’는 조금 유치한 설정 아닌가 싶었으나 웬걸, 시계의 숫자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시청자의 마음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단 한 번의 무대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한, 넷플릭스 코리아 최초의 음악 예능 ‘테이크 원’은 뮤지션끼리 순위를 매기는 등 경합을 위주로 한 기존 음악 예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 한국 예능 프로젝트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를 도입해 집에서도 고품격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벌써 더 많은 뮤지션을 시즌2 무대로 만나고 싶은데 어쩐담.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 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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