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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우리를 위로하는 대구 순례길

성모 마리아상 봉안한 성모당, 가톨릭 순교자 기념하는 관덕정기념관, 성직자묘지와 성유스티노신학교

2022.11.02(Wed) 10:13:03

[비즈한국] 2000년 전, 팔레스타인의 청년 예수는 산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 받을 것이다.” 대구 순례길도 슬픈 마음이 위로 받는 곳이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비탄에 잠긴 식민지 사람들을 위로하던 성모당, 그들이 모여 기도하던 성당, 사랑하는 신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순교자를 기념하는 곳들이 자리했다. 

 

대구 성모당은 동굴 모양의 독특한 성당이다. 붉을 벽돌로 이루어진 파사드의 대형 아치문 안쪽으로 거대한 동굴을 만들고 성모 마리아 상을 봉안했다. 사진=구완회 제공

 

#동굴 속 성모님이 위로하는 곳, 성모당

 

대구 성모당은 동굴 모양의 독특한 성당이다. 붉을 벽돌로 이루어진 파사드의 대형 아치문 안쪽으로 거대한 동굴을 만들고 성모 마리아 상을 봉안했다. 이곳이 처음 세워진 때는 1918년. 가톨릭 대구 교구가 분리되면서 초대 교구장으로 부임한 프랑스인 드망즈 주교가 성모님의 사랑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만들었다. 

 

성모당이 이런 모양으로 지어진 것은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소녀 수비루가 성모 마리아를 만났다는 루르드 동굴을 본떴기 때문이다. 프랑스 서남쪽 루르드 마을에 살던 14세의 가난한 소녀 수비루는 1858년 이 동굴에서 성모 마리아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한다. 성모님은 동굴 속 흙탕물 웅덩이를 깨끗한 샘물로 바꾸어 놓았고, 이 물을 마시거나 이 물로 몸을 씻은 사람들은 병이 낫는 기적을 경험했단다. 수비루는 나중에 가톨릭 성인의 반열에 올랐고,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시신이 썩지 않는 기적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성모당을 만든 프랑스인 드망즈 주교의 흉상.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굿뉴스

 

오래전부터 가톨릭에서는 예수를 낳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앙이 이어져왔다. 특히 가난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신자들은 성모님께 기도하면 위로와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은 성모 마리아가 인간의 슬픔을 가장 잘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고통 받는 이들의 간절한 믿음은 때로 기적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서 성모님을 보거나 성모상이 기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것들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 마음이 가난한 자들, 애통하는 자들이 성모님께 위로 받고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대구의 성모당에도 백 년이 넘도록 삶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 애통하는 마음들이 찾아와 위로 받았다.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모당엔 위로와 평화가 가득하다. 

 

#성직자 묘지에서 느끼는 오늘의 소중함

 

성모당에서 시작한 대구 순례길은 인근의 성직자 묘지로 이어진다. 1915년 문을 연 이곳에는 성모당을 건립한 드망즈 주교를 비롯한 수십 명의 가톨릭 성직자들이 잠들어 있다. 묘지 입구에는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당신에게(HODIE MIHI, CRAS TIBI)”라는 라틴어 문구가 보인다. 고대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있었다는 이 글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일깨워주는 경구다. 오늘 나를 찾아온 죽음이 내일은 당신을 찾을 수도 있기에 오늘 하루도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수십 명의 가톨릭 성직자들이 잠들어 있는 성직자 묘지. 사진=구완회 제공

 

성직자 묘지 가까이에는 1914년 대구에서 처음 개교한 성유스티노신학교가 있다. 이곳 또한 드망주 주교가 세웠는데, 서울 명동성당 건축에 참여한 프랑스인 신부가 동참했다고 한다. 여전히 교정을 지키는 붉은 벽돌 건물은 뾰족한 첨탑이 특징인 고딕 양식과 육중한 로마네스크 양식이 조화를 이룬다. 학교 관계자가 아니라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으나, 누구나 교정을 거닐며 건물을 둘러볼 수 있다. 

 

1914년 개교한 성유스티노신학교. 건물은 뾰족한 첨탑이 특징인 고딕 양식과 육중한 로마네스크 양식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구완회 제공


신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관덕정순교기념관은 조선 말 기독교를 믿다가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관덕정은 조선 시대 무과 시험을 보던 곳으로, 여기 너른 마당에서 대구와 경상도 지역의 서학(기독교)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서학에 맞서기 위해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가 처형된 곳 또한 관덕정이었다. 지붕의 한식 누각으로 옛 관덕정의 모습을 재현한 순교기념관에선 많은 성인과 순교자들의 유해와 함께 영남 지역 천주교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물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관덕정순교기념관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성모당

△위치: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4길 112

△문의: 053-250-3000

△관람시간: 상시, 연중무휴

 

천주교대구대교구청 성직자 묘지

△위치: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4길 112

△문의: 053-250-3000

△관람시간: 상시, 연중무휴

 

성유스티노신학교

△위치: 대구광역시 중구 명륜로12길 47

△문의: 053-660-5100

△관람시간: 10:00~17:00, 연중무휴

 

관덕정순교기념관

△위치: 대구광역시 중구 관덕정길 11

△문의: 053-254-0151

△관람시간: 09:30~16:30, 월요일, 부활정, 성탄절, 명절 당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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