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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젊어진다고?" 만 나이 통일, 실제 바뀌는 건 없네…

60년 전부터 이미 사용…'연 나이' 쓰는 병역법·청소년보호법은 개정 안 돼

2023.01.03(Tue) 18:50:58

[비즈한국] 오는 6월 28일부터 민법과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던 ‘만 나이 통일’ 정책의 일환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통일성 있는 기준을 정착시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약속했던 내용이 정부 출범 6개월여 만에 실행됐다. 법안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만 나이를 통일해 ‘대한민국이 젊어졌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바뀌는 부분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작 연 나이를 사용하는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은 개정이 안 됐다. ​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2023년 6월 28일부터 만 나이가 통일된다고 홍보한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개정은 했는데 실제 바뀌는 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만 나이 통일’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법 개정을 통해 법적 나이 기준의 혼선을 줄이고, 사회적으로 정착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선 만 나이(출생일부터 날짜 집계), 연 나이(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 차감), 세는나이(태어나자마자 한 살·1월 1일부터 한 살 증가) 등 세 가지 나이가 사용돼 혼란을 빚는다는 설명이다. 당선 후 인수위 과제와 국정과제서도 “나이 계산으로 인한 행정적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만 나이’로 법적·사회적 기준 통일”이라고 명시했다. 

 

이후 2022년 12월 ‘민법’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 6월 28일 시행이 확정됐다. 민법에는 기존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는 조항을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 수로 표시할 수 있다’고 수정했다. 또 행정기본법에는 행정에 관한 나이 계산을 만 나이로 한다고 명시했다.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신구조문대비표. 자료=국회의사당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조문대비표. 자료=국회의사당

 

이완규 법제처장은 “‘만 나이 통일’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생활 속 변화가 필요하다. 만 나이를 사용하는 문화가 일상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해 대국민 홍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따라 실제 바뀌는 제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 전 법률 역시 만 나이를 기준으로 했고, 정작 연 나이 등을 사용하는 법률은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역법이나 청소년보호법, 공무원임용시험령 등에서는 연 나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법령은 바뀌지 않는다. 

 

#현장에선 “바뀌는 부분 없어”…연령 기준도 통일 안 돼

 

정부는 나이 계산법과 관련한 분쟁 예시로 ‘보험계약 시 나이 규정’, ‘운송운임’ 등의 예시를 들었는데, 이 부분 역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 계산법 관련 분쟁 및 갈등 사례 내용. 자료=법제처

 

금융감독원은 “만 나이 사용 통일을 위한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공포 예정임에 따라 금융권의 영향을 점검했다. 금융권은 관련 규정에서 ‘만 나이를 명시’하고 있거나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민법상 기간 규정에 따라 만 나이로 해석’하고 있어 금융권의 업무 및 금융거래나 금융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역시 크게 바뀌는 건 없다고 설명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이미 표준약관상으로 모든 나이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안내자료 등에 ‘만 ○○세’로 된 것도 있고 ‘○○세’라고 표기한 것도 있는데, 이런 표현 방식을 통일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당장 변동되는 것은 없다. 관련해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꿀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학교 입학 연령이나 공무원 시험 등 국가시험 연령 기준 역시 기존과 동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혼란’을 빚는 경우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 나이를 사용하더라도 초·중등교육법 등에 따라 연령 기준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여기도 변화는 없다. 

 

운송운임은 성인이더라도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이면 청소년 요금을 낼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현재 운송운임은 성인이더라도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이면 청소년 요금을 낼 수 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만 13세부터 18세까지 청소년 요금을 낸다. 다만 만 19세부터 24세까지는 성년이어도 초·중·고등학교 등에 재학하고 있으면 별도 증빙 절차 후 청소년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청소년복지지원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이번 개정으로 청소년 기준이 바뀌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화나 비디오물을 시청할 수 있는 연령 기준도 복잡하다. 청소년에 대한 규정이 만 18세 미만 또는 초·중·고등학교 등 재학생이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규정이다. 따라서 50세라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성인 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과거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청소년 기준을 규정한 것이 현재까지 동일하게 유지돼온 것 같다. 당시 왜 이렇게 규정했는지는 시간이 많이 지나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20대 A 씨는 “초등학교를 외국에서 다니고 귀국해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보다 한 살 많았는데, 20세에도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청불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 ​술·담배를 사는 건 고등학생이라도 성인이면 가능한데, 이것은 반대여서 의아했다. 이런 혼란을 통일하는 게 아니라 아쉽다”고 전했다. 50대 B 씨는 “두 살 어려진다고 홍보하길래 좋아했는데, 살펴보니 막상 바뀌는 게 없더라. 도대체 무엇을 통일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만 나이 통일은 법적 문제 아닌 문화의 문제”

 

전문가들은 이미 만 나이의 법적 통일이 이뤄진 상태라고 말한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으로 인해) 제도적으로 바뀌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법적 통일은 이미 1962년 1월 1일, 60년 전에 했다. 그 당시 기사들도 지금과 같이 이제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서도 모두 만 나이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현재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 사용이 이뤄지려면 법 개정이 아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교수는 “세는나이를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밖에 없다. 사람 간의 관계를 언어로 보여주는 게 한국어의 특징이다. 연령을 따져야 호칭과 반말·존댓말 사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한 번에 나이를 먹는 시스템이 필요한 거다. 법이 바뀐 지는 오래됐음에도 아직까지 세는나이를 사용하는 이유다. 결국에는 언어가 과거의 산물이라 불평등을 드러내는 건데, 이런 관습은 법 개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변경되는 부분은 없다. 청소년보호법이나 병역법 등에서 사용하는 연 나이는 개별법에서 특별 규정을 변경해야 하는 부분이라 기존 정책이 바뀌는 부분은 없다. 기존에도 법령상 나이는 만 나이 기준이었지만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이 부분을 선언적으로 확인하는 규정을 만든 거다. 정부 정책이 변경된 것은 없다. 추가로 개정하는 부분은 올해 연구용역과 국민 의견조사를 거쳐서 정비할 계획이다. 성년 규정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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