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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충남 논산 ② 고려의 힘, 조선의 예법, 근대의 감성까지 한 번에 여행

고려시대 관촉사·개태사, 조선시대 돈암서원, 강경역사거리의 근대 건축물

2023.02.14(Tue) 16:42:10

[비즈한국] 새롭게 ‘한류 성지’로 떠오른 논산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고려 불상인 관촉사 은진미륵,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한 기념으로 세운 개태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돈암서원과 강경근대역사거리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논산 제1경’으로 손꼽히는 관촉사는 18m가 넘는 석조미륵보살입상으로 유명하다. 흔히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이 불상은 고려 전기를 대표하는데 8월 17일까지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사찰에서 느끼는 고려의 힘, 관촉사와 개태사

 

‘논산 제1경’으로 손꼽히는 관촉사는 18m가 넘는 석조미륵보살입상으로 유명하다. 흔히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이 불상은 고려 전기를 대표하며, 거대한 크기뿐 아니라 독특한 외관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불상을 제작하도록 명령한 광종은 태조 사후 혼란에 빠진 고려 사회를 안정시킨 강력한 군주로 알려져 있다. 노비안검법을 실시하여 왕권강화와 민생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우리 역사상 최초로 과거제를 실시해 능력 있는 관료를 양성했다. 거대한 은진미륵은 고려 전기 강력한 왕과 국가의 권위를 보여주는 듯하다. 

 

아쉽게도 은진미륵은 오는 8월 17일까지 보수 공사 중이라 실물 대신 같은 크기의 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다. 그 아쉬움을 논산의 또 다른 고려 시대 사찰 개태사에서 달랠 수 있다. 개태사는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멸망시킨 것을 기념해 세운 절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왕건은 아버지 견훤을 감금하고 왕위에 오른 신검의 항복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왕실의 사찰, 그것도 전승 기념으로 지었으니 당연히 규모도 매우 컸다. 하지만 고려 말 왜구의 침략으로 옛 사찰은 모두 불타버렸고, 지금 건물은 근대 들어 작은 규모로 재건된 것이다. 절집 마당에 남아 있는 거대한 철확(무쇠 가마솥)을 보면 원래 절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직경 약 3m에 둘레가 9m 남짓, 높이 1m에 이르는 철확은 절을 처음 세웠을 때부터 스님들의 국을 끓이던 가마솥이라고 전해지는데, 한 번에 1000여 명이 먹을 국을 끓일 수 있다고 한다. ​

 

개태사 마당에 남아 있는 거대한 철확(무쇠 가마솥). 직경 3m에 둘레가 9m 남짓, 높이 1m에 이른다. 절을 처음 세웠을 때부터 스님들의 국을 끓이던 가마솥으로 한 번에 1000여 명이 먹을 국을 끓일 수 있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천 년도 더 된 철확에는 신기한 이야기도 전한다. 일제강점기 때 이 솥을 탐낸 일본인이 몰래 훔쳐서 부산항까지 가져갔는데, 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큰 소리로 울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이 솥은 비를 부르는 신통력이 있어서 가뭄이 든 고장으로 여러 번 옮겨지기도 했단다. 개태사에는 철확뿐 아니라 왕건 당시에 만들어졌다는 석조여래삼존입상(보물 제219호)도 전한다.

 

#조선에서 근대로, 돈암서원과 강경근대역사거리

 

개태사에서 10km쯤 떨어진 돈암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 중 한 곳이다. 1634년(인조12)에 문을 연 돈암서원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유학자 사계 김장생을 기려 제자들이 세운 곳으로, 송준길과 송시열 등 뛰어난 학자들을 배출하면서 기호유학을 대표하는 서원이 되었다.

 

지역 교육의 중심기관이었던 돈암서원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강당(응도당)과 기숙사(거경재, 정의재), 김장생과 송준길, 송시열 등의 위패를 모신 사당(숭례사)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보물로 지정된 응도당은 김장생이 ‘가례집람’에서 고증한 중국 고대의 예법에 따라 지어졌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일반적인 서원의 강당과는 달리 좌우측 처마에 덧지붕을 달고 동서로 작은 방을 두었다. 

 

내삼문을 통해 본 돈암서원. 돈암서원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유학자 사계 김장생을 기려 제자들이 세운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 중 하나다. 사진=구완회 제공


보물로 지정된 응도당은 김장생이 ‘가례집람’에서 고증한 중국 고대의 예법에 따라 지어졌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돈암서원에서 차로 20분쯤 달리면 금강하구의 관문인 강경포구다. 이곳은 조선시대 중국 무역선들이 비단과 소금을 싣고 들어와 장삿길을 튼 이래 원산항과 더불어 우리나라 2대 포구로 불릴 정도로 번성했다. 이런 번영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에도 이어졌고, 이 시기 지어진 은행과 학교 등 근대 건축물들이 ‘강경근대역사거리’를 이루고 있다.

 

강경근대역사거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1913년 세워진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이다. 해방 이후 은행과 젓갈창고 등으로 쓰이다 지금은 강경역사관으로 탈바꿈했다. 멋진 붉은 벽돌 외관이 100여 년 전 모습 그대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밖에 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 강경 부도노동조합 건물 등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근대 건축물들이다.

 

강경근대역사거리를 대표하는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 멋진 붉은 벽돌 외관이 100여 년 전 모습 그대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관촉사

△위치: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로1번길 25

△문의: 041-736-5700

△운영시간: 08:00~20:00, 연중무휴

 

개태사

△위치: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계백로 2614-11

△문의: 041-734-8730

△운영시간: 08:00~18:00, 연중무휴

 

돈암서원

△위치: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임3길 26-14

△문의: 041-733-9978

△운영시간: 일출~일몰, 연중무휴

 

강경근대역사거리

△위치: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 일대

△문의: 041-745-3444

△운영시간: 상시, 연중무휴(강경역사관은 10:00~17:00,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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