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을 사전 예약 없이 즐기기, 국립대구박물관

[비즈한국]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국보, 보물을 비롯한 고인의 수집품 2만 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이 작품들을 모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는데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전 예약이 필수였던 수도권과 달리 대구에서는 예약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는데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약 없이 순차 관람이 가능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김홍도, 장승업 작품 최초 공개

전국을 돌며 열리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저마다 독특한 주제를 앞세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의 제목은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었고,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었다.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을 기본으로 김홍도의 ‘어가한면도’와 장승업의 ‘화조영모도’, 강세황의 ‘피금정도’ 등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어 표를 구하기 어려웠던 서울 전시와 달리 대구에선 예약 없이 주말에도 순차적으로 관람이 가능하다(관람객 안전을 위해 실시간 관람 인원 120명으로 제한).

박물관 로비 중앙홀에는 ‘수집가의 정원’을 꾸미고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인상 5점을 배치했다. 중앙 계단 위쪽 LED타워로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대표 작품을 미리 볼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전시는 박물관 로비 중앙홀부터 시작한다. 높은 천정의 유리 지붕에서 내려오는 자연 채광을 받은 중앙홀에 ‘수집가의 정원’을 꾸미고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인상 5점을 배치했다. 중앙 계단 위쪽에는 6m 높이의 LED타워를 만들고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대표 작품을 미리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목가구와 두 폭의 족자 그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제1부 전시의 주제는 ‘수집가와 나누는 대화’. 수집가의 방에서 차 한잔 마시며 작품 감상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대구와 고령 등지에서 출토된 고대 유물부터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 교과서에서 보았던 국보급 유명 서화들이 이어진다.

제2부 전시는 ‘수집품으로의 심취’를 테마로 회화, 도자, 공예, 불교미술 등 주제별로 최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최초로 공개된다는 김홍도의 ‘어가한면도’과 장승업의 ‘화조영모도’가 특히 눈길을 끈다. 한가로이 배 위에 누워 잠을 자는 어부의 모습과 세심한 필치로 살아 있는 듯 동물들의 움직임이 생생하다. 전시 마지막을 장식하는 ‘범종–눈으로 듣는 울림’은 종소리에 따라 춤을 추는 컴퓨터 그래픽 배경이 화려하다.

전시 마지막을 장식하는 ‘범종–눈으로 듣는 울림’은 종소리에 따라 춤을 추는 컴퓨터 그래픽 배경이 화려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대구 출토 유물과 불교문화 관련 볼거리도 풍성

국립대구박물관은 ‘이건희 특별전’ 말고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아이와 함께라면 대구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한 고대문화실과 중세문화실을 추천한다.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대구, 경북 지역의 주요 문화재를 전시 중인 고대문화실에서는 경주에서 나온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금동관과 보물로 지정된 호랑이모양 허리띠고리, 대중소 3개의 칼이 각각 부착된 독특한 모양의 고리자루 큰칼 등이 볼만하다.

대구, 경북 지역의 불교문화와 유교문화를 소개한 중세전시실에선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는 불교 조각과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다. 중세전시실 영상관에선 유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신기술융합콘텐츠 영상을 볼 수 있다. 3면의 벽을 가득 채운 영상은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인 ‘회혼례’를 주제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영상 속 장면과 인물들은 모두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회혼례도첩’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실감 나는 동영상을 보는 동안 조선 시대 회혼례 잔치에 초대받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중세문화실에 전시된 보물 제1410호 금동 당간 용두. 사진=구완회 제공

중세전시실 영상관에선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인 ‘회혼례’를 주제로 영상이 3면의 벽을 가득 채운다. 사진=구완회 제공

본격적인 디지털 아트를 감상하려면 고대문화실 옆 디지털아트존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선 ‘박물관 속 동물원’을 테마로 문화재 속에 등장하는 동물과 식물 영상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옷과 관련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무리문화체험실’도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여행정보>

국립대구박물관

△위치: 대구광역시 수성구 청로호 321

△문의: 053-768-6051

△관람시간: 09:00~18:00, 월요일·1월1일·명절 당일 휴관(‘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은 2023년 7월 9일까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