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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자기 보수안건 표 못 던진다…주총 판 흔든 남양유업 판결

최대주주가 이사인 상장사 1104곳 중 772곳 정족수 부담…연봉 체계도 주주 설득 시대

2026.03.19(목) 15:30:57

[비즈한국]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의 복병은 자사주만이 아니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도 기업들에 새로운 부담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남양유업 사건에서 최대주주이자 이사였던 홍원식 전 회장이 자신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한 뒤, 올해는 이 판결이 실제 주총 실무에 처음 본격 반영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올해 1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중앙지법은 홍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실형에 보석 상태 유지 판결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기존에는 개별 이사의 구체적 보수 결정 때만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이사 전원의 보수 총한도를 정하는 안건에서도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게 됐다.

 

상법 제388조는 정관에 금액이 없으면 이사 보수를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하고, 상법 제368조 3항은 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남양유업 사건에서 법원은 이 두 조항을 결합해, 이사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 역시 해당 이사 개인의 경제적 이해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특별이해관계가 있다고 봤다. 2025년 4월 25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해석이 확정됐고, 오랜 실무 관행도 사실상 바뀌게 됐다.

 

문제는 정족수다. 상법상 일반 결의는 출석 주주의 과반수이면서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보수 한도 안건에서 최대주주 본인이 이사라면 그 지분은 의결권 계산에서 빠질 수 있다. 결국 회사는 특수관계인 지분과 일반주주 찬성표로만 25%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이사로 재임 중인 상장사 1104곳 가운데 특수관계인 지분만으로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332곳뿐이고, 나머지 772곳은 별도 주주 설득 없이는 안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는 전체 상장사 2410곳 중 32%에 해당한다.

 

SK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주)SK는 최태원 회장의 의결권 지분율이 자사주 제외 기준 23.8%지만, 이를 제외한 유통주식 중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3.3%에 그친다. 최 회장 본인 표를 뺀 상태에서 25% 정족수를 채우려면 일반주주 동의를 추가로 끌어와야 한다는 뜻이다. 지분율이 높은 오너 기업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최대주주 지분이 커도 그 주주가 곧바로 이사 보수 안건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은 기존과 전혀 다른 성격의 표 대결이 된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들은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주총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시키고, 실제 배분은 이사회에 맡기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남양유업 판결 이후에는 오너나 대표이사가 스스로의 연봉 체계를 통과시키는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은 보수 산정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확보해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남양유업 판결이 기존 실무관행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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