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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감사로 불붙은 태광 이호진-김기유 갈등, 서막 올랐나

경찰 강제수사를 보는 엇갈린 시선…총수의 '배임'일까 2인자의 '비위'일까

2023.10.27(Fri) 13:11:38

[비즈한국] 경찰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 경영 공백 시기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였다”는 반박을 내놨다. 이 전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진행된 그룹사 자체 감사 과정에서 해임된 전임 경영진은 현재까지 김기유 티시스 전 대표가 유일하다. 사실상 김 전 대표를 겨냥한 대응으로 해석되는데,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준비 중인 태광이 총수의 최측근이었던 김 전 대표를 사태의 책임자로 내세우는 셈이다.

 

이를 계기로 이 전 회장의 복심이자 실세였던 김 전 대표가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곧 내부 감사 결과를 경찰에 고발할 것으로 점쳐지던 태광이 방심하다가 ‘선제공격’ 당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내부 감사 마무리가 임박하면서 이 전 회장과 김 전 대표의 갈등 역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전임 경영진의 비위 문제를 꺼내들었다. 서울 중구 동호로 310에 위치한 태광산업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전례 없는 특별감사, 김기유 티시스 전 대표 향했나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이튿날 태광그룹이 내놓은 해명의 키워드는 ‘이호진의 공백기’와 ‘전임 경영진의 비위’다. 태광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경찰이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 전 회장 공백 기간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4일 경찰이 이 전 회장의 자택과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에 대해 강제 수사에 나서면서 파장이 일었다. ‘황제 보석’ 논란 속에서 만기 출소한 이 전 회장은 또 다시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의혹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후 불과 70여 일 만에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셌다.

 

태광그룹이 단정적인 어조로 전임 경영진에게 책임 소지를 돌리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배경에는 8월 시작된 내부 특별감사가 있다.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전례 없는 특별감사에는 특수통 고위 검사 출신으로 구성된 법무법인까지 동원됐다. 해당 법무법인은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감사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당시 태광그룹 경영기획관리실장).사진=연합뉴스


대상을 특정한 감사는 아니라지만 칼날이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던 김기유 티시스 전 대표를 향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태광은 계열사 티시스에 대한 내부 감사 과정에서 문제를 적발해 감사를 모든 계열사로 확대한 바 있다. 그룹 실세로 꼽히던 김 전 대표 겸 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이 해임됐고, 사측은 9월경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핵심 임원을 내보내면서 개인 비위 사실을 대외에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당시에도 “이 전 회장과 김 전 대표가 갈라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는 전언이다. 

 

티시스는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 콜센터 사업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2017년 지배구조 개편 전까지 이 전 회장 일가의 100% 개인회사였던 티시스는 그룹 내 살림을 도맡는 계열사로 분류된다. 흥국생명 등 계열사에 포진했던 ‘김기유 라인’ 임원 다수가 ​현재 ​보직 해제된 상태로 파악된다.

 

#경질된 2인자의 반격? 법적 다툼 ‘시동’

 

이 전 회장과 김 전 대표의 갈등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이 전 회장의 재판 및 수감 기간에 그룹사 실권을 잡았던 김 전 대표 체제를 갈아엎기 위한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전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호진 회장 경영 복귀와 함께 그룹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에 앞서 과거의 핵심 세력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발 빠르게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라고 규정한 것도 내부 감사를 통해 김 전 대표에 대한 고발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2018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한 이호진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지난해 초 이 전 회장의 출소와 함께 한 차례 임원진이 물갈이 됐던 것을 고려하면 단순 재정비 차원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태광그룹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이 전 회장에게 대체하기 어려운 친위대 역할을 해왔음에도 내부 감사 결과에 근거한 경찰 고발까지 예고한 것을 보면 회장과의 신뢰 관계를 깨뜨릴 만한 개인 비위가 ​실제로 ​확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을 두고 불명예 경질된 김 전 대표 측이 선제적으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임직원 계좌에 허위·중복 급여를 입금한 뒤 이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20억 원 이상을 배임·횡령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일반적인 배임·횡령이 아닌 임직원 개인 급여 명세 등과 연관된 사건이기 때문에 내부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이호진 전 회장의 배임 혐의 검찰 고발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배를 탔던 두 사람이 틀어진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태광이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한 내부 감사를 마무리한 후 즉각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태광과 김 전 대표의 법적 싸움은 기정사실이 됐다.

 

벌써부터 내부에서는 김 전 대표의 비위 의혹을 근거로 ‘김치·와인 강매 사건’ 등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를 김 전 대표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기류가 읽히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4월~2016년 9월 회장 일가 소유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를 19개 계열사가 고가에 사들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거래액은 95억 원 상당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지난 3월 이 전 회장이 계열사를 통원해 총수 일가 회사가 파는 김치와 와인을 강매한 과정에 개입했다는 대법원 판단에 반한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사건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대표에게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하면서도 실익은 티시스와 이 전 회장에게 귀속됐다고 밝혀, 이 전 회장을 사태의 핵심으로 봤다.

 

재판부는 “총수 일가 회사가 부담해야 할 적자가 다른 계열사로 전가될 수 있는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동기가 총수 일가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적자를 개선하려고도 한 점, 직접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이 재판과 관련한 질의에 태광그룹 측은 개인에 대한 사법 판결로 선을 그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경영 공백과 전 경영진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사측의 대응은 이미 최종 결론을 낸 대법원의 판단에 어긋난다. 이번 판결을 통해 그룹 총수인 이 전 회장의 책임이 재확인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의 핵심 관계자도 “대기업 총수의 배임·횡령은 경영 공백 여부와 관계 없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다. 직접 출퇴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리인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나. 논리적 허점을 외면한 옹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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