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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지니TV'는 잘나가는데…SK브로드밴드 'OTT 포털' 2년 만에 접은 속사정

KT·LG유플러스는 IPTV에 통합…SK는 독립형 고집하다 고객 외면

2023.12.06(Wed) 14:53:34

[비즈한국] SK브로드밴드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박스 ‘플레이제트(Play Z)’ 사업을 출시 2년 만에 종료한다. 플레이제트는 유료방송 B tv를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가 OTT로 흘러가는 가입자를 붙잡기 위해 지난해 2월 선보인 제품이다. TV에 꽂아 쓰는 셋톱박스의 형태로, 스마트TV가 아니더라도 단말기만 연결하면 여러 OTT를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고 콘텐츠 통합 검색이나 추천 기능도 제공한다.

 

SK브로드밴드가 OTT 박스 ‘플레이제트’ 출시 2년 만에 관련 사업을 접는다. 메타버스를 접목한 플레이제트 광고 화면. 사진=SM C&C 광고사업부문 유튜브 채널


‘OTT 포털’을 표방하는 플레이제트는 해외 시장에서 이미 자리 잡은 OTT 스트리밍 디바이스와 닮았다. 1인당 2.7개의 OTT를 사용하는 시대에 발맞춰 통신사 중 처음으로 발굴한 사업모델이지만 출시 후 1년간 시장 호응을 얻지 못하며 점차 기대가 꺾였다. 자사 IPTV와의 일원화를 택한 경쟁사와 다르게 서비스를 분리해 편의성을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로쿠’ 꿈꿨는데…내년 2월 서비스 종료

 

SK브로드밴드는 2024년 2월 1일부터 플레이제트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다. 그에 앞서 내년 1월부터 플레이제트 내 월정액 서비스인 ‘오션(OCEAN)’과 유료앱 신규가입 및 자동결제가 중단된다.

 

플레이제트는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박스형 단말기를 유·무선 인터넷 환경에서 연결해 OTT와 유튜브, 홈트레이닝, 게임·노래방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스마트TV를 새로 사지 않아도 일반TV로 OTT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웨이브·티빙·왓챠, 아마존프라임·애플TV+ 등 국내외 주요 OTT와 제휴를 맺었다. 복수의 OTT를 이용하면 여러 앱에 일일이 접속해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다가 시간을 버리기 일쑤인데, 플레이제트는 이런 시간 낭비를 줄이는 통합 검색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비스 가입 약정이 없고 연결기기에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여행지에 들고 다닐 수 있고 단말기를 빌려주거나 중고거래도 가능하다.

 

내년 3월 말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기기 보상 신청이 가능하다. 사진=SK브로드밴드 홈페이지

 

사업 종료 후에도 기기만 있으면 구독 중인 OTT는 시청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종료일 이후에도 웨이브, 티빙 등 플레이스토어에서 제공하는 OTT 및 앱 서비스와 유튜브, 크롬 캐스트 등 안드로이드 TV 기능은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자체적으로 제공하던 채널제트(채널Z), 게임이나 통합검색 기능은 운영 종료된다. 7만 9000원에 판매하던 기기는 반납 시 구매 유형과 금액에 따라 보상이 진행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플레이제트 내 채널제트 서비스는 종료되는 게 맞다”며 “기기 보상을 원하는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보상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원화 나선 경쟁사, 투트랙 택한 B tv

 

1년 7개월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초 플레이제트를 선보인 SK브로드밴드는 출시 1년 11개월 만에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일부 신사업의 재검토에 돌입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새로운 통신 환경과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을 종료한다고 ​SK브로드밴드는 밝혔다.

 

지난해 1월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장.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플레이제트는 수익성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북미 시장에서 자리 잡아 OTT 시장의 숨은 승자로 꼽히는 로쿠 역시 자체 콘텐츠의 월 이용료나 구독료가 없다. 로쿠, 아마존파이어TV 등 대표적인 OTT 스트리밍 디바이스 업체들은 셋톱박스 판매 외에도 자사 채널 ‘로쿠TV’ 속 광고 수익이나 플랫폼 콘텐츠 이용 수수료 등을 수익모델로 한다. 로쿠의 경우 80%의 수익이 광고에서 나온다. 플레이제트의 비즈니스 모델도 기본은 광고다. 고객이 충분히 확보돼야 사업성을 갖출 수 있는 구조인데, 플레이제트는 미미한 실적을 기록하며 사업 초기부터 이용자 확보가 더뎠다.

 

야심차게 선보인 OTT 플랫폼 사업이 실패한 근간에는 국내 이용자 분석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시 당시 타깃으로 잡은 ‘MZ 세대 얼리어답터’보다 수요층이 사실상 더 좁았다는 것이다. 유사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TV와 B tv 같은 IPTV(인터넷TV)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큰 TV 화면으로 콘텐츠 비교 검색까지 원하는 OTT 헤비유저가 실제 주 고객층이었지만 이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실패한 셈이다.

 

국내 점유율 38%에 달하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분쟁으로 ​제휴사 목록에서 빠지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가 나중에 합류한 점도 걸림돌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2~3개의 OTT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메리트가 있는 서비스인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주요 OTT가 탑재되지 않아 매력도가 다소 떨어진다”며 “​국내 시청자는 통신사 IPTV를 많이 이용하고 스마트TV도 많이 보급된 상황이라 해외와 사업 환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니 TV OTT 전용관(위), U+tv 내 OTT 통합 랭킹 화면. 사진=KT, 키노라이츠 제공

 

이는 기존 IPTV 서비스에 OTT 포털 기능을 넣으며 일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타사와 대비된다. KT는 지난해 10월 ‘올레tv’에서 ‘지니TV’로 IPTV 이름을 바꾸고 서비스를 개편했다. OTT·유튜브는 물론 실시간 채널, 주문형 비디오(VOD) 등 각종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것인데 개편 1년 만에 영상 콘텐츠 월 이용자가 2배 늘었다.

 

지니TV 개편은 OTT와 유튜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됐다. 가령 기존에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기 위해 리모컨 방향키를 10회 이동해야 했지만 서비스 개편 후엔 넷플릭스 전용 버튼을 눌러 바로 접속하는 식이다. KT 관계자는 “과거 케이블 채널 등을 위주로 화면을 편성했다면, 현재는 OTT를 전면에 내세워 이용자 편의를 높였다”며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는 직관적인 ‘미디어 포털’로 개편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U+tv’에서 OTT 통합 서비스 키노라이츠가 제공하는 OTT 통합 랭킹을 볼 수 있게 했다. 자사 기술은 아니지만 전문 업체와 손을 잡아 U+tv 내 OTT 이용 편의를 개선한 조치다.

 

 

OTT 전용 단말 사업을 접은 SK브로드밴드도 관련 서비스를 B tv 안에서 새롭게 구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IPTV를 중심으로 다시 기능을 모아 고도화하는 전략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단말 형태로 제공하는 것보다 TV 안에 OTT 포털을 구현해 적용하는 것이 고객 편의를 증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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