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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편의점서도 사라졌다'…현실 된 '동전 없는 사회'의 명암

주화 발행잔액 감소, 현금 없는 버스 확대…"노령층, 외국인 배려 필요" 목소리도

2023.12.06(Wed) 18:04:30

[비즈한국] 50원, 100원, 500원. 동전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각종 페이류까지 등장하면서 소규모 결제가 이뤄지는 전통시장이나 편의점에서도 동전은 찾기 어려워졌다. 전통시장 상인조차 “동전을 따로 준비해두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전문가는 “거스름돈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금으로 충전해야 하는 교통카드마저 다른 결제 수단으로 대체되면서 동전 없는 사회는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의 한 편의점에 수납된 현금. 직원은 “현금 결제는 거의 없고 동전은 특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사진=김초영 기자

 

#국내 주화 발행잔액, 2020년 기점으로 하락세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국내 주화 발행잔액은 2조 3080억 원으로, 올해 1월부터 연속해서 줄고 있다. 동전 발행잔액은 꾸준히 늘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1월 2조 3830억 원이던 동전 발행잔액은 매년 1월 기준 2021년 2조 3550억 원, 2022년 2조 3330억 원, 2023년 2조 3291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금고에 쌓이는 동전량이 늘면서 폐기 주화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행이 동전을 폐기하고 금속을 팔아 벌어들인 폐기 주화 매각 대금은 34억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폐기 주화로 분류된 동전만 3100만 개, 액면가로 42억 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0년 동안 총 166억 4000만 원에 이르는 폐기 주화 매각 대금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의 동전 사용량이 줄어든 데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건수는 2628만 2000건, 이용금액은 8450억 5000만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건수는 13.4%, 금액은 16.9%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건수와 금액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0.0%, 14.1% 성장했고, 삼성페이·애플페이 등 휴대전화 제조사의 간편결제 건수와 금액은 각각 23.0%, 24.3% 늘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원, 50원 등 거스름돈 개념이 없어지면서 현금을 쓸 일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른 국가처럼 간편결제 서비스 등 다른 결제 수단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결제 많은 전통시장, 편의점에도 동전 ‘없음’

 

현금이 활발히 사용되는 전통시장에서도 동전은 사라진 지 오래다. 5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동전을 내미는 손님도, 상인도 없었다. 지갑 속에서 1000원 권, 1만 원 권을 꺼내는 이들은 있었지만 동전을 꺼내는 이들은 없었다. 현금을 챙기지 못해 계좌 이체를 하는 손님도 여럿 있었다. 상인들은 계좌번호와 예금주가 적힌 메뉴판을 가리켰다. 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떡볶이나 순대 등 분식류도 천 원 단위로 떨어지다 보니 동전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액결제가 빈번한 편의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광장시장 인근 편의점 직원은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각종 간편 결제를 이용하는 손님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이 편의점 직원은 “아침에 맞춰 놓은 현금시재 15만 원이 오후까지 그대로인 경우가 가끔 있다. 현금 결제는 거의 없고 동전은 특히 더 그렇다”며 “페이류로 결제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현금 결제는 노년층에서 많이 한다. 현금 결제는 2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에서도 동전을 찾아 보기 쉽지 않다. 동전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일과 시간대는 지점 별로 상이하다. 사진=김초영 기자

 

‘현금 없는 버스’를 실시하는 서울시의 경우 전체 버스의 26%가 현금을 받지 않는다. 지난 5일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했다가 기사가 현금을 받지 않자 당황했다. 버스 기사가 “노 캐시”라며 계좌 이체 안내문을 건네줬지만, 이들은 내릴 때까지 계좌 이체를 완료하지 않았다. 미결제 승객의 인적 정보를 별도로 수집하지 않다 보니 추후 요금을 회수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10월 8개 노선으로 시작한 ‘현금 없는 버스’는 올해 3월 109개 노선 1876대로 늘어났고, 지난 4일 한 차례 더 확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 없는 버스’가 회사별로 운영되다 보니 같은 노선인데도 현금 지불 가능 여부가 다른 경우가 있어 승객 사이에서 혼란이 일었다”며 “공동 노선으로 운행되는 버스들은 ‘현금 없는 버스’로 일원화했다. 16개 노선, 인가 대수 기준으로는 105대, 운행 대수 기준으로는 97대를 ‘현금 없는 버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버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버스요금 가운데 현금의 양이 매우 적어, 이를 관리하는 인력에 드는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건비 대비 효용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금 없는 버스’​로의 전면 전환은 교통카드 혹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노년층 혹인 외국인 관광객을 배려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 승차율 0.01%, 요금 회수율 99%를 ‘현금 없는 버스’ 확대 재검토 기준으로 세웠다. ‘현금 사용이 거의 없고 요금 회수가 전부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한동안은 확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에도 별도의 확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서도 동전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은행별, 지점별로 동전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일과 시간대가 다른 데다 동전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지점도 있어서 미리 확인하지 않고 방문했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일도 생긴다. 연말과 연초에는 동전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점 목록이 온라인에서 공유될 정도다.

 

#한국은행, ‘거스름돈 계좌입금 서비스’ 등 추진

 

한국은행은 2016년 ‘동전 없는 사회(현 ‘거스름돈 적립 서비스’)​’​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동전 사용 및 휴대에 따른 국민 불편을 완화하고,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거스름돈 계좌입금 서비스’는 모바일 현금카드를 통해 계좌에 거스름돈이 입금되는 방식이다.

 

올해 12월 기준 ‘거스름돈 계좌입금 서비스’는 농협하나로마트, 미니스톱, 현대백화점, 이마트24 등 네 곳, 약 8000개 매장에서 이용 가능하다. 사업 초기 한국은행은 “가맹점 수를 늘려 나가겠다”고 했지만 가맹점 수는 늘지 않았고, 이용자 수도 미미한 상황이다.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까지 5년 동안 이 서비스의 누적 이용 건수는 총 4216만 건, 금액은 207억 6000만 원에 그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제한이 있다. 가맹점에 유인이 필요하고, 모바일 현금카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부족하다. 인식 제고를 위해 큐알코드를 이용한 ATM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현금카드 고유의 기능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달 5일 ​큐알코드를 이용한 ATM 입출금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삼성페이나 엘포인트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와도 가맹점 확대와 관련해 논의 중”이라며 “모바일 현금카드와 연계된다면 결제 가맹점 또한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현금 거래는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의 이 같은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에 ‘현금의 사회적 비용 등에 관한 조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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