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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적, 뒤에선 동지' 이통 3사 담합 "도 넘었다"

요금제뿐만 아니라 장비 설치 임차료까지 짬짜미…판매장려금 담합 여부 주목

2024.01.26(Fri) 17:37:03

[비즈한국] 이동통신사 3사(SKT, KT, LG유플러스)의 담합이 ‘또’ 적발됐다. 이번에는 통신설비를 설치할 부지의 임차료를 낮추기 위해 담합한 사건이다. 통신 시장을 과점한 3사는 경쟁 관계인 동시에 필요할 땐 짬짜미하는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조달청 사업 입찰, 통신 요금, 수수료 등 담합의 목적과 계열사·중소업체를 끌어들이는 등 방법도 다양해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SKT,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 3사와 SK ONS가 통신장비를 설치하는 장소의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6년 이상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통신설비 설치 장소의 임차료를 담합한 이통 3사, SKT 자회사인 SK ONS에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통사는 건물 옥상이나 소규모 토지를 임차해 중계기, 기지국 등 통신장비를 설치한다. 아파트 옥상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와 임차료 협상을 거친다. 이통사가 낸 임차료는 아파트의 수입으로 포함돼,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낮춰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사 3사의 답합 행위는 전국적으로 치밀하게 진행됐다. 4G 도입 이후 장비 설치비용이 오르자 이통 3사는 2013년 3월 공동 대응을 위한 본사 및 지역협의체를 꾸렸다. 협의체는 임차료가 높거나 공동 대응이 필요한 곳을 지정하고, 임차료 계약을 갱신할 때 제시할 금액과 인하 폭을 함께 정했다. 

 

공동 대응의 대상이 된 곳은 임차료가 높으면서 2개 이상의 이통사가 함께 임차하는 곳으로, 임대인과 재계약을 할 때 3사가 협의해 동일한 수준의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노하우를 공유해 임대인을 압박하기도 했다.

 

장비 설치를 위한 신규 계약을 할 때는 지역별 기준 가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임차료 협의에 활용했다. 3사 협의체는 기준가격을 동·리 단위까지 세분화하는 등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기존에 장비를 설치한 곳에 증설할 때는 임대인에게 제시할 상한선을 정했다. 예를 들어 2018년 5G 장비를 증설하면서 무상 설치를 원칙으로 하되, 1년에 최대 10만~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식이다.

 

이들의 임차료​ 담합 행위는 2013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6년 3개월간 이뤄졌다. SKT의 경우 2015년 4월부터 임차 업무를 SK ONS로 이관해 이후 담합 행위는 SK ONS가 진행했다. 이통사는 실제로 임차료 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협의체가 공동 대응한 곳의 고액 건물의 평균 임차료는 2014년 558만 원에서 2019년 464만 원으로 94만 원 하락했고, 신규로 계약한 곳의 평균 임차료는 2014년 202만 원에서 2019년 162만 원으로 40만 원가량 줄었다.

 

공정위는 이통 3사와 SK ONS에 향후 금지 명령과 과징금 199억 7600만 원(잠정치)을 부과했다. KT 86억 원, LG유플러스 58억 원, SK ONS 41억 원, SKT 14억 원이다. 공정위는 “대기업 간의 구매 담합이 아파트 입주민 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적발 사례”라며 “최종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성담합(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담합)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판매장려금과 관련한 담합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3사의 판매장려금 상한선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담합으로 판정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이통사 3사와 계열사 등의 담합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통신 시장이 3사의 과점 구조로 고착한 탓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9~2019년에 공정위가 적발한 이통 3사 및 계열사의 담합 행위는 6회였다. 사업 입찰, 수수료, 요금제 등 담합을 시도한 목적도 다양하다. 처분까지 받지 않더라도 담합 의혹이나 정황은 이어졌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2월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직전 5년간 공정위는 이통 3사와 관련한 6건의 담합을 조사해 2건은 제재, 4건은 무혐의로 처리했다. 

 

2019년 4월 공정위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세종텔레콤이 2015~2017년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사건에 과징금 133억 원을 부과했다. 특히 KT는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사건으로 2020년 KT 법인과 관련 임원진이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 KT는 벌금 감액, 전 임원 한 아무개 씨는 무죄 판결로 감형됐다. 불복한 검찰이 2023년 9월 상고해 현재 담당 대법관과 재판부가 배정된 상태다.  

 

2019년 11월에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자회사인 미디어로그, 스탠다드네트웍스가 2014·2017년 조달청의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제공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에서 담합한 것을 두고 약 13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중 스탠다드네트웍스는 2020년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그 밖에 △SKT, SK브로드밴드, KT, KT SAT의 국방 광대역통합망 임대회선 사업 입찰 관련 담합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와 유심칩 판매 가격 담합 △이통 3사의 휴대전화 할부수수료 및 소액결제 과금 대행 수수료 담합 등의 의혹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공정위가 조사 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통 3사의 담합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 공정위는 현재 휴대전화 판매장려금과 관련한 담합을 조사하고 있다. 판매장려금이란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에 대해 유통점에 제공하는 장려금이다. 일부는 유통점의 수익, 일부는 소비자의 추가 지원금으로 쓰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판매장려금 상한선을 30만 원으로 권고하는데, 공정위는 이를 일종의 담합으로 봤다. 이처럼 두 기관의 입장이 상반되자 업계에선 조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를 진행 중인 사건으로 세부 내용이나 진행 단계는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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