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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급여로 돈 벌려는 의사 낙인…자괴감 크다" 개원의 집단행동 움직임, 왜?

"일부 과잉 비급여 혼합진료 사례 침소봉대에 분통"…김동석 회장 "한번에 65% 증원 어떤 직종도 반발할 것"

2024.03.20(Wed) 17:19:16

[비즈한국] 전공의가 집단행동에 돌입한 지 1달을 넘긴 가운데, 개원가를 중심으로 집단행동 움직임 마저 보여 정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개원의들은 혼합진료 금지·면허관리 선진화 등 필수의료 패키지가 개원의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로 작용하는 데다,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증원을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9일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에 붙어 있는 '우리아이 안심의원' 인증 표시. 사진 =김초영 기자

 

#“​개원의, 돈만 바라보며 정부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혀”​​

 

개원가는 필수의료 패키지 방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정부가 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개원의를 ‘비급여 진료로 돈만 좇는 인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렸다며 반발한다. 개원의 A 씨는 “필수의료 패키지에 의원급에 대한 규제가 잔뜩 들어있다. 모든 개원의가 과잉 비급여 혼합진료를 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는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개원의들이 그렇게 돈을 잘 벌면 왜 주말에도 나오는 주 6일 근무를 하겠나. 인근 주민과 직장인을 위해 힘들어도 야간과 주말에 진료를 보는 것인데, 돈만 바라보며 정부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 씨는 “면허관리 선진화 방안도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눈밖에 나는 인물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정부는 면허정지 등을 언급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에 면허박탈과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언행만 봐도 개원 면허제 도입은 개원가를 강하게 통제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숨을 살린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진료를 이어왔지만, 이번 일로 환자가 의사를 안 좋게 바라보게 된 점에 대한 상처가 너무 깊다”고 덧붙였다. 

 

개원가는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정했다고도 지적한다. 개원의 B 씨는 “의사 수가 아닌 수가가 문제다. 의사들의 최종 목표는 본인 병원을 운영하는 것인데,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 개원의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 선배들이 다 문닫고 있는데 전공의에 수련보조수당 월 100만 원씩 주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나. 수가가 워낙 낮다 보니 환자들이 수납할 때 ‘진료비가 왜 이렇게 적냐’며 어리둥절해하기도 한다.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도 가격이 터무니 없는 것이다. 단순히 정원을 늘린다고 필수의료 분야 인력이 생겨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정부는 명확한 재원 조달 계획이 없다. 정책을 만든 인사들은 우리와 함께 강의실에 앉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다. 교수진이나 강의실만 해도 2, 3배로 늘어나야 하고, 실험을 위한 재원도 더 필요하다. 지금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당장 내년도부터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국립대는 국가에서 지원하겠다고 하고 사립대는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라 사립대 교수들이 당황스러워 한다”며 “의사를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증원 2000명에는 변함이 없다’고만 하니 답답하다.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불 보듯 뻔하니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나서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개원가는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도 말한다. 개원의 A 씨는 “매번 선거를 앞두고 의사나 변호사를 때리는 정책이 나오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논의가 아닌 명령식으로 의사들을 대하고 있다. 게다가 개원의들은 대형병원처럼 수술이 연기되거나 이러지 않으니 처벌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눈에 보여 더 괘씸하다”며 “개원의도 워라밸 없이 일하는데 이렇게 욕을 먹으니 자괴감이 든다. 간호사들도 주말에 일하기 싫어해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 30년 동안 쉬는 토요일 없이 진료해 왔는데 정부가 이러니 ‘이제는 우리도 워라밸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원의협의회 “​주 5일 40시간 근무 준법 진료 논의 나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7일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 의대 증원에 대응 방안을 시사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이날 “협의회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은 아직 없고, 집단 휴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토요일이나 야간에 진료하지 않고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준법 진료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겠다고 하는데 개원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 내부 지침을 세운 건 아니고 개원의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직후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원의들의 반발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공정위가 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어느 기업이라도 갑자기 신입사원을 65% 증원한다고 하면 반발이 나올 것이다. 택시업계를 예를 들어도 개인택시를 한번에 65% 늘린다고 시설이나 서비스가 갑자기 좋아지기 어렵지 않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의사가 공공재인 것처럼 사직도 안 시켜주고 있다”며 “기자회견 당시 ‘여러 선생님이 이런 의견을 갖고 있다’라고만 발표를 했는데 벌써 공정위에서 조사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 무슨 말만 하면 전부 협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늘(20일)부터 22일까지 대한의사협회 선거가 실시된다. 후보는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겸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지부 대표로 총 5명이다. 현재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후보는 정 대표가 유일하다. 임 회장은 당선 시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선거로 의협의 집단행동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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