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몽규 HDC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정 회장을 벌금 1억 5000만 원에 처해달라며 법원에 약식기소했다. 정 회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가족 소유 계열사 일부를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정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HDC가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2021년 17개사, 2022년 19개사, 2023년 19개사, 2024년 18개사 등 중복을 제외해 총 20개사가 소속회사 현황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누락된 회사는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12개사와 여동생 정유경 씨 및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8개사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을 단순 실무 누락으로 보지 않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06년부터 HDC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었고, HDC도 2000년부터 25년 이상 지정자료를 제출해 왔다. 또 HDC는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7년 이상 지주회사 사업 현황을 보고해 왔으며, 정 회장은 지정자료 제출 대리인인 HDC 대표이사로도 오랜 기간 재직해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내부적으로도 친족회사 누락 가능성을 인지했던 정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정업무 담당자들이 친족회사 측에 지분 보유 현황 등을 문의해 계열 요건 해당 여부를 확인했고, 내부적으로 제재 가능성까지 검토했지만 자진신고나 계열 편입, 친족 분리 신청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누락이 최장 19년간 이어졌고, 공소시효 5년을 고려해 2021년 이후 행위만 고발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누락 회사들의 자산 규모도 적지 않았다. 공정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누락된 회사들의 총자산 규모가 연간 1조 원을 웃돌았고, 이들 회사가 장기간 HDC 소속회사에서 빠지면서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의무 등 대기업집단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고 봤다.
HDC는 반발했다. HDC는 입장문에서 “정몽규 회장은 친인척 회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를 고의로 은폐할 의도나 동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회사들이 2025년 공정위로부터 친족 독립경영 인정을 받았고, HDC와 지분 관계나 거래, 채무보증 등이 없는 독립경영 회사들이어서 사실상 계열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정위는 누락 회사 20개사 가운데 18개사가 지난해 3월 친족독립경영 인정 요건을 충족해 계열 제외됐고, 나머지 2개사도 보유지분율 감소로 2024년 계열회사에 해당하지 않게 됐더라도, 장기간 이어진 지정자료 누락의 위법성 판단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친족회사의 독립경영 여부와 별개로, 지정자료 제출 시점에 동일인이 계열회사 범위를 어디까지 확인하고 반영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약식기소는 정식 공판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형 등을 청구하는 절차다. 법원이 약식명령을 발령하고 검사나 피고인이 7일 이내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된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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