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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카드 사태 막을 수 있을까' 금감원 자율규제에 의구심 드는 까닭

여전사 임직원 제재할 법적 근거 없어 '내부통제'에 의존…발의된 법안은 처리 불투명

2024.04.26(Fri) 09:21:15

[비즈한국] 올해도 금융권에서 횡령·배임 적발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여신전문금융업권의 금융사고를 막을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지난해 롯데카드에서 105억 원대 배임 사건이 발생한 후 마련된 조치다. 하지만 금융사고를 저지른 여전사 임직원을 제재하는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내부통제 강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가 4월 25일 여신전문업계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관련 모범규준(4종)의 제·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3년 9월 국회 정무위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이종현 기자

 

25일 금감원은 여신전문업(여전업)계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관련 모범규준의 제·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여전업에는 △신용카드업 △시설대여업 △할부금융업 △신기술금융업이 해당하며,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중고차금융사, 투자사 등이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여전사가 개별적으로 운용하던 내부통제 기준을 네 가지 모범규준으로 정비했다. 이 중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실무절차를 담은 ‘금융사고 예방 지침 표준안’은 26일부터 시행한다. 먼저 마련한 ‘표준내부통제 기준’ ‘중고차 금융 영업 관행 개선 가이드라인’ ‘제휴서비스업체 선정 및 관리 가이드라인’은 3월 31일부터 시행했다.

 

금융사고 예방 지침 표준안에는 횡령·배임을 막을 다양한 방안이 담겼다. 우선 자금관리 등 고위험 업무를 정해 직무를 분리하고, 업무 분장을 바꾸면 3단계 이상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일 부서에서 연속 근무할 경우 5년을 초과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 사건은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만 인력 부족으로 연장이 불가피한 경우 한 번에 최대 3년 연장이 가능하다. 더불어 고위험 업무 담당자와 장기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명령휴가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대출 업무별 규제안도 마련됐다. 토지신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할 때 최초 등록한 신탁사 또는 거래처 계좌로 대출금을 송금하고, 대출금을 보내면 차주에게 송금 내용을 알려야 한다. 인출 정보가 바뀌면 적정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일반 대출 업무에서도 증빙서의 진위를 행정안전부의 공공마이데이터 등으로 확인하고, 대출 신청 이후 내역이 변동됐는지 확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직원 1% 이상을 준법 감시 인력으로 확보하는 규정도 있다. 다만 이 규정은 회사의 규모에 따라 차별 적용한다. 자산 2조 원 이상, 임직원 100명 이상의 대형사에만 적용하며 시행일은 2028년 12월 31일부터다.

 

이 같은 모범규준이나 표준내부통제기준은 ‘자율 규제’에 해당한다. 업계에 따르면, 확정된 자율 규제안을 공시하면 금융사별로 내규화해 시행한다. 향후 금감원의 점검이나 검사에서 내규화하지 않거나 내규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될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표준안을 발표하면서 “여전업권에 건전한 내부통제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내부통제 교육을 강화하고, 여전사별로 내규 반영과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라고 밝혔다.​

 

여전업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은 2023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지난해 8월 롯데카드에서 직원 두 명이 협력업체와 공모해 105억 원을 배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 직원들은 카드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협력업체와 부실 카드제휴 계약을 맺고, 협력업체에 지급한 105억 원 중 66억 원을 뒷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금액도 계약 외의 다른 곳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두고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여전사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눈에 띄지 않는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여전업은 업무 구조상 횡령하는 구조가 많지 않아 내부통제가 간이 형태로 돼 있다”라며 여전업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8월 롯데카드 직원의 105억 원대 배임이 적발되면서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자율규제만으로 금융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여전업은 업권법에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임직원의 제재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을 ‘여신전문금융회사와 부가통신사업자’로 한정해 ​임직원까지 미치지 못한한다.

 

반면 타 업권법은 제재 근거를 담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수뢰 등의 금지(제37조의 5)’를 통해 저축은행 임직원의 횡령, 배임, 뇌물 수수 등을 금지 조항으로 명시했다. 은행법은 ‘임직원에 대한 제재(제54조)’에 따라 은행의 임직원이 건전한 운영을 해치는 경우 금융당국이 직접 조치하거나 은행장에게 문책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사 임직원의 횡령·배임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강훈식 의원이 금융위와 협의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여전업법 일부 개정안’은 상호저축은행법을 참고해 임직원의 횡령, 배임, 뇌물 수수를 금지하는 제재 조항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정무위 검토 보고에서도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 임직원을 신속히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행정제재를 통해 금융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입법 조치”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월 29일 임시회 이후 계류돼, 남은 임기 내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임직원 제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만큼, 여전사 내부의 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금융당국의 점검으로 지적 사항이 발견되면 어떤 부분을 지적했는지, 어떻게 개선했는지 금융사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라며 “실효성을 높이려면 점검 단계에서부터 시민단체, 전문가 등 외부 전문 단체와 협업해 공시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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