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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도 제휴 포기…블록체인 활용 '포인트 통합 플랫폼' 시들해진 속사정

"가상자산, 실생활 활용" 기대 모았지만 시장 부진…남은 플랫폼도 제휴사 늘리는 게 관건

2024.05.21(Tue) 15:55:29

[비즈한국] 올해를 가상자산업권법 시행의 원년으로 꼽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의 ‘포인트·마일리지 통합 플랫폼’ 시장의 현황이 주목된다. 포인트 통합 플랫폼은 여러 회사의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가진 포인트를 가상자산으로 바꾸고, 이를 타사 포인트로 교환하거나 결제 수단으로 쓰는 식이다. 플랫폼은 한때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상용화할 방안으로 여겨졌지만, 현재 시장에 살아남은 업체는 드물다. 포인트 교환 매개체인 가상자산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블록체인 기반의 포인트 통합 플랫폼을 준비하던 업체 대부분이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심지영 기자

 

실생활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어 각광 받던 포인트(마일리지) 통합 플랫폼 시장이 개화하지 못하고 있다. 포인트 시장 규모가 연간 20조 원에 달해 시장성을 인정 받았지만, 2018년 이후 뛰어든 업체 중 대다수가 서비스를 접거나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대기업과 손잡은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포인트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의 포인트 유동화 거래소 ‘지펙스(GPEX)’를 준비해왔다. 거래소에서 금융기관·카드사·유통사 등에 흩어진 포인트를 모아 가상자산으로 교환하고, 이를 온오프라인에서 제휴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 쓰거나 대체불가능토큰(NFT) 투자 자산으로 쓴다는 계획이었다.

 

한국포인트거래소는 2022년 2월 강승하 롯데멤버스 전 대표를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해 관심을 모았다. 강 CBO를 영입한 후에는 롯데멤버스와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이후 영어교육업체 ‘시원스쿨’ 운영사인 SJW인터내셔널, 공유형 전동 킥보드 ‘씽씽’과도 MOU를 체결했다. 한국포인트거래소는 2021년, 2022년에 각각 100만 달러(약 13억 원), 150만 달러(약 20억 원)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지펙스의 정식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가상자산을 전송하거나 저장하는 지갑인 ‘지펙스 클립’만 앱 스토어에 올라왔다. 롯데멤버스는 MOU 체결 이후 진행한 사업이 없어 제휴 자체를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리 소문 없이 서비스를 접거나 사업 방향을 바꾼 건 지펙스만이 아니다. 2019년 국내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멤버십 서비스를 오픈한 ‘베리드’는 지갑 기능만 남겼고, 2021년 출시한 블록체인 포인트 통합 앱 ‘어셈블’은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블록체인 기반의 포인트 통합 플랫폼 중 사업을 이어가는 곳은 많지 않다. 사진은 밀크 플랫폼에서 가상자산을 통해 포인트를 교환하는 구조. 사진=밀크파트너스 제공


현재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포인트 통합 서비스를 하는 곳은 ‘밀크(밀크파트너스)’와 ‘마일벌스(트루스트체인)’ 정도가 꼽힌다. 밀크는 블록체인 기반의 여행·여가 포인트 통합 플랫폼으로 ‘포인트 마켓’을 표방한다. 밀크 앱에서 롯데멤버스(엘포인트)·야놀자·신세계면세점·메가박스·CU·오케이캐시백 등의 포인트와 자체 가상자산인 ‘밀크 코인(MLK)’을 교환할 수 있다. 포인트별로 교환 가능한 수량이 정해져 있어 수요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진다.

 

또 다른 포인트 통합·결제 플랫폼 마일벌스는 재테크족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앱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마일벌스에선 국민·농협·신한 등 9개 카드사의 포인트나 문화상품권을 자체 포인트인 ‘마일벌스 포인트(MVP)’로 교환할 수 있다. 소비자는 포인트 교환이나 앱 내 미션 수행으로 적립한 MVP를 연계 가상자산인 마일벌스 코인(MVC)으로 바꾸거나 디지털상품권, 생활용품, 편의점·카페 교환권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페이코인과 달리 밀크·마일벌스가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건 포인트에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포인트 통합 플랫폼은 가상자산을 포인트 교환의 매개체로만 사용한다. 반면 가상자산 자체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 페이코인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제재 받았다.

 

다만 시장이 부진한 만큼 이들 플랫폼이 서비스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유통사·카드사 등 제휴처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지만, 여전히 업계에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과 얽히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정진형 마일벌스 대표는 “다양한 제휴사를 확보하기 위해 영업에 힘쓰고 있다. 네이버 포인트와도 연계할 것”이라며 “단순히 포인트 교환을 넘어 확장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밀크 측은 “기업은 고객 유치나 재구매 유도를 위해 멤버십이나 포인트를 운영한다”며 “포인트 통합 플랫폼에 입점하면 포인트 사용처를 늘리고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계된 가상자산이 불안정한 것도 문제다. 포인트 교환이나 현금화 과정에서 사용자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게 되는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거나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실제로 빗썸이 2023년 7월과 12월 ‘재단의 개발과 사업 현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두 차례나 마일벌스 코인(MVC)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상폐 우려가 나왔다. MVC는 거래의 99% 이상이 빗썸에서 이뤄진다. 밀크 코인(MLK)의 경우 사업 초기와 비교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업비트 기준 현재 MLK 가격은 400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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