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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업은 구글 '지도 반출' 요구, 네카오·티맵은 무엇을 겁내나

회신 앞둔 국토지리정보원 '함구'…전문가들 "산업·보안상 중요, 잠재적 영향까지 살펴야" 신중론

2025.05.09(Fri) 10:15:32

[비즈한국]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를 검토 중인 가운데 산업계가 정부의 1차 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격이 불가피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지도 서비스는 서비스 고도화에 공을 들이며 로컬 경쟁력 강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사안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된 압박 때문에 이번에는 정부가 입장을 바꿔 반출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9년 만에 재요청한 구글의 명분은 한국 내 구글 지도 서비스 향상이지만 ‘진짜 목적’은 데이터 수집과 자율주행 등 산업 주도권 확보에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위성정보,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지도 정보가 향후 잠재적인 데이터 안보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정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 판단이 임박하면서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협상 카드’ 된 한국 고정밀 지도, 1차 판단 ‘촉각’

 

구글에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요청을 받은 정부가 다음 주 중 정부 심사 회의를 열고 반출 여부를 결정한다. 주관 부서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현재 산업계,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안보, 통상, 정보통신, 산업, 외교 측면에서 각 중앙부처와 함께 사안을 검토 중이다. 

 

손에 쥔 카드가 많지 않은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토지리정보원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다. 김형수 국토지리정보원 스마트공간정보과장은 8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지도 반출이 산업 발달이나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안보나 정보 주권 확립 등 국익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논의한 다음 결정하겠다”고만 말했다.

 

구글은 지난 2월 축척 1대5000 지도 데이터를 자사 해외 데이터 센터 등에 반출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007년과 2016년에 이은 3차 요구다. 반출 승인이 떨어진다면 해외 민간 기업에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이 허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축척 1대5000의 고정밀 지도는 도시계획 및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이용된다. 오차범위는 3m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길찾기 지도에 쓰이는 축척은 1대25000로 현재도 정부 허가 없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 ​

 

국토지리정보원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통해 반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8개 부처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협의체의 만장일치 결론이 필요하다. 구글 요청 일자(2월 18일)를 기준으로 1차 회신 기한은 오는 15일이다. 한 차례 연장 시 협의체는 8월 8일까지 최종(2차) 결정을 내려야 한다. 

 

8일 국회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토론회 현장. 사진=강은경 기자

 

#엇갈린 산업계 반응…IT 업계는 ‘속앓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정부 입장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처럼 부처 간 이견이 두드러진다. 주요 안보 시설 노출 위험 등에 따라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국토교통부 등은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의 경우 휴전 중인 분단국의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안보상 예외 요소가 없어야만 반출이 가능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관계 부처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 주요 업체의 의견을 청취하며 산업에 미칠 영향 역시 따져보고 있다. 국내 IT 사업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특수한 안보 환경이 ‘울타리’로 작용해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구글이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면 정면 승부가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듯 최근 3개월 동안 3사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공공 체육시설 및 회의실 정보, 교통 약자 관련 공공데이터를 자사 지도에 연동하고 외국인 대상 서비스도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기차역 실내지도, 공항철도 혼잡도 정보 등 기능 개선에 나섰다.

 

지도 반출은 단순한 기술·서비스 경쟁력 싸움만은 아니다. 매출은 챙기고 법인세는 회피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꼼수 전략이 더욱 전방위로 시행될 수 있다는 게 국내 업계와 학자들의 시각이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868억 원의 매출을 올려 회계상 법인세 172억 원을 납부했다. 네이버(3902억 원)나 카카오(1590억 원)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유사한 구조의 구글클라우드코리아·구글페이먼트코리아까지 세 법인이 낸 법인세를 다 합쳐도 240억 원 규모다. 

 

구글은 국내 매출을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싱가포르 법인)에 귀속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축소하고 있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의 실제 국내 매출이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른 적정 법인세는 5180억 원 수준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지금도 있다.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고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이 법인세는 지도 구축 등에 재투자된다”​라며​ “(구글만) ​출발선이 다른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위)와 카카오 등 국내 업계는 기능 개선 등 지도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사진=네이버, 카카오 제공


반면 관세 협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도 반출에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업계​는) 안보 우려를 다룰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를 풀고 그 후 전 세계 80개국 언어로 제공되는 구글 맵에 한국도 서비스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위치기반 서비스와 관련해 좀 더 자율적으로 우리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 부처 입장에 따라 ‘산업계’ 입장을 달리 인용하는 셈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업계 자율성과 법 규정 준수는 다른 문제”라며 “자율성 원칙에서는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정밀 지도 제작 현장에서 기술을 제공하는 공간정보 업계에서도 1대5000 축척의 지도를 제작하는 이유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경기남부 도회장은 “해당 데이터는 전국 국토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수자원·환경·건설·도시기본계획, 각종 인허가 절차 등 대(對)국민적 행정 업무와 관련된 의사결정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쓰인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 지원할 수 없는 업무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밀 지도 해외 반출의 잠재적인 영향까지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황철수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도는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이 집약된 공간 정보의 ‘용광로’”라며 “중국과 인도 같은 경우도 해외 업체는 국내 업체와 제휴를 하는 등 일정한 조건 규정을 다 지키고 진입한다. 그냥 시장 문을 내어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공간정보는 ‘신흥안보’의 성격이 있다. AI, 위성정보와 결합하면 데이터와 데이터 간 패턴 등이 안보와 연결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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