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 취임 후 한국투자증권은 실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반면 올해는 회계 오류, 불완전 판매 등으로 각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은 대부분 김성환 대표 취임 전 발생한 일이므로 그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내부통제에 힘써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1년이다. 매년 성과를 평가해 그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식이다. 매년 평가를 받게 되면 실적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투자증권은 다수의 장수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유상호 전 한국투자증권 대표(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대표를 맡았다.

#반기 순익 1조 돌파, 역대급 실적
김성환 대표는 지난해 취임해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의 취임 후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익은 2023년 5966억 원에서 2024년 1조 1189억 원으로 87.56% 증가했다. 올해도 실적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7109억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이보다 44.22% 늘어난 1조 252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중 반기 기준 순이익 1조 원을 돌파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IMA는 증권사의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으로 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 증권사가 IMA 사업을 인가 받으면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에 IMA 사업 인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MA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하면 향후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IMA 승인은 수익 증가 요인이며 한도는 발행어음 합산 300%이기 때문에 IMA 조달 규모는 10조 원 수준으로 생각된다”며 “보수적으로 마진을 100bp(1%)로 가정하면 1000억 원의 이익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내부통제는 아쉬움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실적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적은 상승했지만 내부통제 부분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회계 오류, 불완전 판매 등으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올해 3월 2019~2023년의 사업보고서를 정정 공시했다. 한국투자증권 리테일 부서와 외환 부서 간 내부 환전 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약 5조 7000억 원의 매출이 과다 계상됐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일었지만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에 ‘주의’ 조치만 내렸다.
금감원은 또 올해 4월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한국투자증권 일부 영업점 직원이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은 김성환 대표 취임 전인 2018년 6월~2020년 1월 발생한 일이므로 김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대신 김성환 대표로서는 내부통제 관리에 힘써야 구설수를 차단할 수 있다. 김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올해 1월 신년사에서 “한 번의 실수나 방심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손실로 연결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이제는 더 넓은 영역에 잠재된 리스크까지 커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성환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내년 연임에 성공한다면 실적보다 내부통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대표로서도 실적을 올려놓은 만큼 이제는 내부 관리에 힘써야 장기 CEO를 노려볼 수 있다. 실적이 좋더라도 대외적인 신뢰를 잃으면 CEO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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