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권의 상반기 성적표가 나오는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 순이익을 냈다. 이자 이익의 감소에도 비이자 이익을 개선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그러나 순이익마진(NIM)이 하락하고 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세부적으로 보면 아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2024년 경영 실적 평가에서 처음으로 B등급을 받으면서, 역대급 실적에도 웃기 어려워졌다.

기업은행이 7월 24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508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3942억 원) 대비 8.2% 증가했다. 자회사에는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저축은행, IBK자산운용, IBK벤처투자, IBK미얀마은행 등이 포함된다. 은행(별도) 당기순이익은 1조 3272억 원으로 전년(1조 2588억 원) 대비 5.4% 늘었다.
2분기 실적도 개선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연결기준 6944억 원, 은행 기준 5667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6097억 원, 5477억 원) 대비 13.9%, 3.5% 늘어난 수치다.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역대 최대 점유율을 달성했다.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58조 5320억 원으로, 점유율은 24.4%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점유율은 2021년 22.8%에서 2022년 23.0%, 2023년 23.2%, 2024년 23.7%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선방한 실적에도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자 이익은 감소세고, 실적을 방어한 비이자 이익이 환율 변화에 따른 것이라서다. 기업은행은 실적 자료에 “금리 인하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유가증권과 환평가익 등 비이자 이익이 커지면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연결 이자 이익은 2024년 3조 9529억 원에서 2025년 3조 8035억 원으로 3.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이자 이익은 4856억 원으로 전년 동기(1591억 원) 대비 205.2% 늘었다. 외환 파생 수익이 –529억 원에서 2075억 원으로 대폭 개선된 덕이다. 유가증권 수익도 2724억 원에서 3694억 원으로 1년 사이 35.6% 증가했다. 다만 수수료 수익은 3492억 원에서 3152억 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표면적인 실적은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주로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 이익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라며 “순이자마진이 크게 하락하고 건전성 악화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실적”이라고 짚었다.
순이자마진도 2년 넘게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사의 순이자마진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리 인하 시기에는 감소세를 보인다. 순이자마진이 높을수록 수익성은 좋아지지만 고금리 대출로 ‘이자 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업은행은 올해 2분기 1.55%의 순이자마진을 기록했다. 최근 3년(2022년 2분기~2025년 2분기) 사이 최저치다. 순이자마진은 2022년 4분기 1.98%에서 2023년 1분기 1.87%, 2023년 3분기 1.76%, 2024년 3분기 1.67%로 떨어졌다.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중 금융지주와 달리 건전성 우려가 심화했다”라며 “NPL(부실채권) 커버리지 비율이 105.7%로 전년 대비 11.9%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NPL 커버리지 비율 개선 노력이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금융사가 부실채권에 대비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낮아질수록 금융사의 건전성이 악화했음을 의미한다. 기업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2023년 말 143.5%, 2024년 말 114.0%에서 지난 1분기 111.3%까지 내려간 상태다.
부실채권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024년 상반기 1.30%에서 2025년 상반기 1.37%로 늘었다. 이 비율은 낮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 기업은행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상승했으나 선제적인 충당금 추가 적립과 건전성 관리에 힘입어 대손비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손비용률은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비율로, 수치가 낮아야 양호하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향후에도 급격하게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은 작다”라면서도 “부동산업, 임대업, 음식숙박업 등 일부 취약 업종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업은행은 2024년 금융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처음으로 B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이래 S~A 등급을 유지했으나 이번에 떨어진 것이다. 800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 적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직원이 7년에 걸쳐 부당대출을 일으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성태 은행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업무 프로세스 개편, 내부통제 강화 등 쇄신 방안을 내놓았다.
기업은행은 지난 24일 상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쇄신 계획 이행을 통해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라며 내부 통제 강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 “하반기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첨단산업과 중견기업도 적극 지원하겠다”라며 “인공지능(AI),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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