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 등이 합동으로 단속에 나서 475명을 체포했는데,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총 47명의 자사 직원이 구금됐으며, 협력사 소속 인원만 25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긴급하게 미국 출장 전면 중단 조치를 내리고, 현장 임직원에게 즉시 귀국 또는 숙소 대기를 지시했다.
현대차는 “법을 준수하지 않는 이들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미국 법률 준수를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현대차 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장 건설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단기 충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라는 민감한 문제와 맞물려 현지 여론을 자극할 수 있고, 이는 주가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두 기업의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및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상황에서 ‘법률 위반 연루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단속 여파로 건설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당국의 추가 조사 가능성이 거론되면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압력이 불가피하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구금된 직원은 없지만, “법을 위반한 협력사를 왜 묵인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서 브랜드 가치가 중시되는 현대차에게는 단순한 법적 문제 이상의 평판 리스크가 걸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중장기 관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을 확대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일정 지연이나 일시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는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라는 큰 흐름을 뒤흔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조달 체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단기 잡음이 전체 투자 스토리를 훼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법률 준수’와 ‘투명성 강화’를 내세우며 장기적으로 더 견고한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이번 사건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핵심은 ‘리스크’다.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력이나 원가 경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지 노동법, 이민법, 환경 규제 등 정치·사회적 요인이 언제든 기업 가치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비슷한 사례는 글로벌 곳곳에서 일어났다. 애플은 중국 폭스콘 공장이 코로나 봉쇄와 노동자 시위로 마비되면서 아이폰 생산 차질을 겪었다. 테슬라는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이 관세 확대 등 정치적 변수에 발목이 잡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제조기업이라면 언제나 직면할 수 있는 보편적 리스크라는 점이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시대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투자 매력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주가가 평판 리스크와 공정 차질 우려로 흔들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라는 성장 축이 여전히 견고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악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 능력도 글로벌 기업가치의 평가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는 장기 성장 스토리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균형 있게 살펴보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일 것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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