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검찰이 쿠팡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을 놓고 담당 부장검사가 양심고백을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부장검사는 “무혐의 처분이 잘못됐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윗선으로 지목된 검사들은 “문제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업들이 사건 처리를 위해 로펌을 쓰고, 로펌은 이를 위한 법리적 해명 논리를 만들어 검사들 직급에 맞춰 각각 설득하는데, 이게 실패하다 보니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부장검사 “윗선, 무혐의 처리 부당개입” 폭로
지난 15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지석 대구지검 부장검사. 문 부장검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쿠팡 자회사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재직할 당시, 쿠팡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일용직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미지급한 사건을 수사했는데,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지난 1월 고용노동청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세 달여 만에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기 어렵도록 쿠팡 측이 취업규칙을 바꾼 것이 위법한지가 사건의 쟁점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상급자가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를 위해 핵심 증거를 누락시켰다는 것이 문 부장검사의 주장이다.
#지목된 윗선의 해명
상급자로 지목된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도 반발하고 나섰다. 엄 검사는 17일 “주임검사는 쿠팡 사건과 관련해 기소하기 어렵단 의견을 제시했고 저는 그 의견을 들은 후 주임검사의 의견이 그렇다면 유사 사안을 잘 검토해 신속히 마무리하자고 말했다”며 “문 검사는 제가 주임검사와 의견을 교환한 것을 두고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줘 직권을 남용했다면서 이를 처벌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는데, 주임검사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지시한 사실은 절대 없다”고 반발했다.
“부장검사인 본인(문 부장검사)을 패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올해 3월 초 쿠팡 사건 관련 문지석 검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김 차장과 문 부장을 지청장실로 오라고 해 쿠팡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문 부장도 무혐의로 처리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쿠팡 압수수색 사실을 김동희 차장검사가 쿠팡 측 권 아무개 변호인에게 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 차장은 권 변호사와 가족모임을 한 적도 없고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도 강제 배정으로 인한 우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김 차장검사도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같은 쟁점의 사건 17건이 내사 종결됐고 기소된 적은 없다”고 반발했다.
#로펌 대응 전략 미스?
쿠팡 측 변호를 맡은 것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인데, 이번 논란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로펌와 쿠팡 측의 대응 미스’라는 평이 나온다.
통상 기업은 중요한 사건을 수사받을 경우, 담당 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지검장급)에게 각각 기업 측 해명 입장이 담긴 법리적 근거를 전달하곤 한다. 누구 하나 다른 주장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된 쿠팡 사건의 경우, 현행법상 일용직 근로자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고 진정을 제기한 이들도 전형적인 일용직 근로자라는 쿠팡 측의 주장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빠르게 결정해달라고 부탁하기보다는 의견이 다른 부장검사도 논리적으로 더 설득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기업 측 해명 논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변호사와 이를 검찰이나 법원 등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변호사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대기업 사건이 대부분 그렇다”며 “결국 쿠팡 측 변호인도 논리를 잘 만들어 전달했지만 중요한 담당 부장검사를 설득하지 못하다 보니 국정감사 때 이슈가 터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원래 윗선과 실무진의 의견이 다를 때에는 윗선이 권한으로 이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의사 결정 과정이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문제는 3개월 만에, 너무 빠르게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국정검사에서 문 검사의 증언 후 논란이 된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지급 기준에 대해 “원래대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유사 사건 처리 사례를 고려할 때 무혐의로 처분했다는 해명이 통상적인 검찰의 대응에 더 가깝다”면서도 “이렇게 논란이 되면 그 피해는 기업과 로펌에게 돌아가지 않겠나. 내부 감사에서도 문제가 커질 것 같지는 않지만 수사기관의 기소, 불기소 판단 권한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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