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생후 7개월 아기인데 독감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잘못 접종했어요.’,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왔는데 생후 31개월인데 36개월 이상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맞았다고 병원에서 다시 내원해달라고 연락을 받았어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국민의힘·부산 금정)은 지난해 8월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코로나19 백신 활용 및 폐기 현황’을 인용해 코로나19 백신의 약 30%가 폐기됐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를 기준으로 총 2억 1679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됐는데 이 중 6160만 회분(28.4%)이 유효기간이 경과해 폐기됐다.
백신 오접종 사고, 유통기간이 지난 백신 폐기 등 백신의 효율적인 관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접종자가 백신 접종 이력과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백신접종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한 곳이 있다. 2018년 설립돼 창립 7년차를 맞은 리얼타임메디체크. 제약사에게 접종자의 이상반응 데이터를 활용해 백신의 안전성을 높일 방향을 제시하는 것까지 사업모델로 삼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백신 개발과 유통의 새로운 전기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일 서울 삼성구 코엑스에서 열린 AI페스타에서 리얼타임메디체크의 임재준 대표를 만나 창업 계기와 향후 목표 등을 들었다.

임 대표는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와 백신 유통 관련 컨설팅을 하면서 백신 유통의 구조적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 백신접종정보통합관리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총량 중심의 수요 예측을 통해 백신을 대량 생산하고 의료현장에 공급하면서 폐기 물량이 많이 나온다”면서 “AI와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창업계기를 설명했다. 임 대표는 2021년부터 3년간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에서 3만 명,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서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서비스를 고도화한 끝에 올 3월 AI(인공지능)를 탑재한 백신접종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출시했다.
백신접종정보통합관리시스템과 연동된 디바이스에 의료전문가가 백신에 부착된 UDI(의료기기표준코드)를 스캔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공데이터와 연동돼 접종하는 백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유통기간이 지난 백신이라면 디바이스에서 ‘백신을 다시 확인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떠 오접종을 막는다. 백신 접종자로서는 의료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임 대표는 “먹는 의약품은 잘못 복용했을 때 위 세척을 하는 등 사후 조치가 가능하지만 백신은 접종하는 순간 끝난다”면서 “백신 접종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사전예방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접종자는 의료기관에서 안내하는 QR코드를 통해 접종한 백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접종이력의 체계적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데 이 정보는 백신접종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에서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접종자가 기록한 이상반응을 AI가 분석해 접종 사후관리도 가능하다”면서 “접종자에 대한 개인관리는 물론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통계분석까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얼타임메디체크의 백신접종정보통합관리시스템이 공급된 곳은 총 7곳. 서울 강남구보건소, 양천구보건소와 인천 연수구보건소, 성남시의료원, 인천 새울병원, 강원 원주 삼산병원, 경기 안산 마음속내과다. 오는 12월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은 뒤 의료기관과 제약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확대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추가 출시하는 서비스는 여러 병원에서 모인 백신에 관한 이상반응 등의 자료를 통합 분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서비스는 백신 개발사인 제약사를 타깃으로 하는데 향후 백신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 대표는 이 시스템이 백신 유통의 효율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도하게 백신을 공급받은 뒤 유통기한이 지나 제약사에 반납해 폐기하기 전, 의료기관이 AI를 통해 백신 사용과 재고 물량을 예측해 발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로서는 폐기되는 백신 물량을 줄임으로써 백신 생산에 쓰이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백신접종정보통합관리시스템의 범용성도 장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지금은 백신에 대해서만 서비스하는데 향후 백신과 같은 주사제형의 치료제로도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게 임 대표의 목표다.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3월 미국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업체 타깃헬스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했고 벨기에 플랜더스 지방정부, 벨기에주한대사관과 LOI(협력의향서)를 각각 맺었다. 임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가 최근 △카카오톡 알림 △백신 통합관리 화면 △환자 상담 가이드 등을 포함한 백신관리 알림 프로그램 ‘샷케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기능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제약사가 경쟁 프로그램을 내놓음으써 오히려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기 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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